유비가 제갈공명과 손 잡기 위해 제갈공명의 누추한 초가집을 세 번 찾았다는 말에서 비롯된 삼고초려(三顧草廬). 뛰어난 인재를 잡기 위한 삼고초려는 현대사회에서도 계속 진행중인데요. 페이스북의 창립자이며 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경우, 셰릴 샌드버그를 영입하기 위해 72시간 동안 면담하며 그녀를 설득했다고 했다고 해요.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으로 자리를 옮긴 뒤, 페이스북의 효과적인 광고 수익 모델을 제시했고, 페이스북 성장에 큰 기여를 했는데요. 이처럼, 뛰어난 리더만큼이나 제 몫을 해내는 인재가 있는 것도 기업이 성장하는데 필수요소이죠.
▶ 잘 나가는 기업도 인재를 잃을까봐 두려워~
2005년 2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에게 전화를 걸어 “구글이 애플 출신 직원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채용하면 그것은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엄포를 놨는데요. 스티브 잡스도 유능한 애플의 인재를 잃을 까봐 전전긍긍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구글도 이 회사에 인재를 뺐길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인데요. 페이스북은 앞서 언급한 셰릴 샌드버그를 비롯 데이빗 피셔 등 광고 책임자와 핵심 엔지니어 등 각 분야의 구글출신 인사를 영입했죠. 이에 구글은 대규모 연봉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단행하며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업무 환경, 연봉을 떠나서 자신의 비전에 근접하고자 새 둥지를 틀고, 또한 이런 핵심인재들을 잡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인재 육성 차원에서 유망 벤처를 지원하거나, 별도의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여 인재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죠.
뛰어난 인재를 잡기 위해서는 업무환경과 연봉, 그리고 인재가 원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인재영입의 정석이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는 꼼수도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인재 영입의 꼼수는 비즈니스와 무관해 보이는 고전 속에서도 일화로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그럼, 이번 경제 스캔들 시간에서는 고전 속에 존재하는 인재잡기의 꼼수를 모아보았습니다.
▶ 결혼을 빌미로 잡힌 무보수 노동 - 김유정 <봄봄>의 나와 장인어른
결혼을 빌미로 예비 사위를 무보수로 부리는 일화는 한국문학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바로 학창시절 읽었던 김유정의 ‘봄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인님! 인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안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증 영문 모른다. 일을 좀 더 잘 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허지만 점순이가 안죽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고만 벙벙하고 만다.
이래서 나는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삼 년이면 삼 년, 기한을 딱 작정하고 일을 해야 원 할 것이다. 덮어높고 딸이 자라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마 했으니, 누가 늘 지키고 섰는 것도 아니고, 그 키가 언제 자라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김유정 <봄봄> 중에서
소설에서 보듯이 예비장인은 마름으로 지주의 소작지 관리를 위임받은 사람이죠. 소작지를 관리해야 하다 보니 농사를 책임감 있게 지을 일꾼이 필요한데요. 어수룩하고 무던하게 논일을 해내는 주인공 ‘나’에게 장인은 결혼을 빌미로 무보수로 일을 시키게 됩니다. 결혼 할 때라는 것은 안해(아내) 될 사람인 점순이의 키가 크는 것. 키가 크면 결혼시켜 준다는 애매한 조건으로 ‘나’는 기약없는 노동을 하게 되는데요. 예비장인은 이렇게 예비 사위들을 무보수로 기약없이 일을 시킨 후 딸 하나를 시집 보내고, 다른 예비사위를 영입(?)하는 식으로 마름의 지위를 유지하는 수법을 씁니다. 요즘으로 치면 악덕 기업주 혹은 작업반장의 모습과 흡사하니, 현실에서는 이런 일은 없어야겠죠?
아 참. 어수룩한 ‘나’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예비장인의 얄미운 꼼수에 폭발한 나는 예비장인과 싸움이 붙게 되는데요. 미래의 안해 점순이가 장인의 편을 드는 것을 보고 넋을 잃습니다. 그런 ‘나’에게 장인은 다시 가을에 결혼시켜주마고 타이르는데요. ‘나’는 다시 장인과 싸우다 얻어맞은 몸을 추스르고 일터로 향합니다. 어째 안쓰러우면서도 김유정 특유의 유머로 피식 피식 웃게 되는데요. 현대에도 예비 장인에게 골탕먹는 예비 사위, 있을까요?
▶ 나 스스로가 인재라면 내 길은 내가 만든다 - 토지의 최서희
나 스스로가 뛰어난 인재라면? 리더의 영입을 기다리기 보다, 내 길을 스스로 개척하여 내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텐데요. 현지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 한국에서도 불고 있는 스타트업 붐은 스스로 빛나고자 하는 인재들의 활동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한국의 고전 속에도 안 되는 환경을 돌파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고군분투하는 인재의 꼼수가 숨어 있는데요. 바로, 국민문학으로 불리는 박경리 ‘토지’에서 찾아 볼까요?
최씨 집안 안주인 윤씨 부인[최치수의 모친]은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후일 동학 접주가 되어 처형당하는 김개주에게 겁탈당해 김환[구천이]을 낳는다. 그 후 김환은 최씨 집안에 들어가 하인이 되고, 최치수의 아내 별당 아씨와 사랑에 빠져 둘은 지리산으로 도망친다. 최씨 가문의 재산을 탐낸 귀녀와 몰락 양반 김평산의 음모로 최치수는 죽고, 음모를 꾸민 귀녀와 김평산도 윤씨 부인에게 발각되어 사형당한다.
최씨 집안의 외가 쪽 먼 친척인 조준구는 윤씨 부인이 마을을 휩쓴 콜레라[호열자]로 죽자 최씨 집안의 재산을 강탈한다. 또 서희와 자신의 아들 조병수를 결혼시키려는 음모를 꾸미자 서희는 하인 김길상 등과 함께 용정으로 탈출한다. 서희는 용정에서 윤씨 부인이 남긴 금은괴를 밑천 삼아 장사로 성공하여 거부(巨富)가 되고, 하인이었던 김길상과 혼인한다. 귀향 후 서희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본가를 되찾는다. 완전한 복수를 하였지만 서희는 알 수 없는 상실감에 시달린다.
토지 줄거리 中 (출처: 하동향토문화백과)
줄거리 속에서 짧게 언급되지만 양반 가문인 서희는 가문의 대를 잊기 위해 하인 길상이와 혼인합니다. 서희에게는 정혼 사이었던 양반 가문의 이상현이 있었는데요. 양반 가문에 시집을 가면, 본인의 가문과 재산을 일으킬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택. 하인과 결혼을 하여 자신은 김서희로, 남편은 김길상에서 최길상으로 성을 바꾸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들로 하여금 가문의 대를 잇고, 친척에게 빼앗긴 재산을 결국에는 되찾게 되죠.
지금까지, 고전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인재잡기의 꼼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고전 속에서도 무보수로 인재를 잡아두기 위한 잔머리, 혹은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택했던 꼼수 등이 현대사회의 기업 경영과 맞물리며 새롭게 다가오는데요.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현대사회에서는 봄봄의 ‘나’처럼 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말고, 당당하게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결단력이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