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은퇴 이후 각종 생활비 부담으로 힘들게 지내고 있는 67세의 H입니다. 자녀들에게 생활비를 받자니 아이들에게 괜히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는데요. 어느 날 주변에서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노후 걱정을 덜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도 주택연금을 시작해볼까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처럼 많은 직장 은퇴자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죠.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우고 생활을 꾸리느라 노후 준비를 하기 힘든 현실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노령화를 대비하기 위해 역모기지 방식의 주택연금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이처럼 노령화 사회에서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 잡은 주택연금. 현명한 노후설계를 위해 주택연금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함께 배워볼까요?
▶생활비와 주거, 두 마리 토끼 잡는 주택연금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가 곧 2만 명을 돌파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면서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주택연금이 처음 도입되었던 2007년 당시에는 가입을 꺼리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상품의 복잡성과 대출에 대한 불안감이 때문이었는데요. 최근에는 평생연금과 평생거주보장이라는 매력 때문에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죠. 평생 내 집에 살면서 연금을 받아 생활비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택연금의 장점, 월평균 500명 이상의 신규가입자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주택연금 현명한 가입 시점은?
역모기지 상품은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수록, 주택가격이 낮아질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해지는 상품입니다.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면 받은 연금액의 합이 주택가치보다 많아질 수 있고, 받게 될 연금액은 계약 시점의 주택감정가를 기준으로 정해지게 되죠. 지급할 연금액 수준은 주택금융공사에서 결정하는데요. 매년 기대수명과 장기 주택가격 상승률, 연금 이자율 등의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서 결정합니다.
결정된 연금액은 2007년부터 2011년 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12년 이후로 3년 연속으로 조금씩 줄고 있죠. 이처럼 같은 주택을 담보로 같은 연령의 고객이 상품에 가입했다고 해도 가입 시점에 따라 연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금액이 줄어들더라도 꼭 손해라고 볼 수는 없는데요. 연금액이 작아지면 반대로 잔존가치가 커진 만큼 상속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가입자 자신의 상황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만약 연금수령액을 중요시하는 고령자라면 현시점에서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봐야겠죠.
▶끊임없는 제도 개선으로 진화하는 주택연금제도
주택연금제도는 최소한의 재정지원으로 고령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정책수단이죠. 또 자녀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고령 세대의 소비 여력을 확대하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 될 수 있어 경제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주택연금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부부가 모두 65세 이상이어야 했는데요. 정부가 두 번의 개정을 거쳐 기준을 완화하면서 주택소유자 60세라면 가입이 가능해졌죠. 또한 상가주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면적의 1/2 이상이 주택인 경우 역시 가입이 가능합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연금의 월지급유형을 세분화해서 원하는 시기에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일시금 인출 한도도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등 가입자를 위해 다양하게 제도를 개선하고 있죠.
한편 다른 개선 방안도 내놓고 있는데요. 60세 이상 주택보유 고령층 가운데 약 10%의 노후생활을 주택연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 공급 여력을 앞으로 10 년간 40만건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그것입니다. 현재는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연금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앞으로 민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사적(私的) 역모기지 상품이 다양하게 나온다면 주택연금은 은퇴설계에서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예정이죠.
▶주택연금 가입 결정, 핸들은 누가 쥐어야 할까?
“자녀에게 생활비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실시한 설문에서 주택연금의 가입이유로 가장 높게 나타난 대답입니다. 또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중도 2008년 12.7%에서 2013년 25.7%로 두 배 넘게 증가했죠. 이 대답에는 자녀들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본인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뜻이 담겨있는데요. 더불어 더는 주택이 상속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 변화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주택연금은 일단 한번 가입하면 부동산의 매매나 추가 대출, 상속에 제한이 생기는 데다 중도해지 시 5년 이내에 같은 주택을 담보로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은 무척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요. 그러므로 가입 전에는 전문가와도 충분히 상담해야 하고 배우자, 자녀들과도 꼭 미리 상의해 가족들에게 충분히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장수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노후 대비를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자녀양육이나 내 집 마련에 신경 쓰고 현재의 생활을 돌보다 보면 은퇴설계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세 시대를 사는 지금, 은퇴 후 삶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아름다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첫걸음으로 주택연금 등 다양한 제도를 잘 알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