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세계인이 하나 되고 있는 요즘, 예측 불가능한 짜릿한 승부를 지켜보다 보면 독일의 전설적인 축구 감독 제프 헤르베르거의 "공은 둥글다"는 명언을 떠올리게 됩니다. 스포츠 승부의 불확실성을 담은 강렬한 명언인데요. 문득 글로벌 금리를 떠올리게 하네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던 글로벌 금리는 미끄럼틀이라도 탄 듯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예측하기 힘들다 해도 언제까지 하락할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금리하락의 지속 여부와 그 이유, 그리고 하반기 전망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점쟁이 문어’도 예상 어려운 글로벌 금리, 연중 최저치 기록
올해 초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미국의 테이퍼링 실시와 경기회복에 의한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이었죠. 그러나 예상 밖으로 글로벌 금리는 큰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는데요. 초반 하락한 상태로 출발해서 좁은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다가 최근 들어서는 급기야 연중 최저치까지 찍었죠. 애초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입니다.
쏙쏙 들어오는 경제용어
테이퍼링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행하던 양적완화 조치(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위해 국채를 매입하거나 통화를 시장에 푸는 정책)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
위의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 2월 이후 비슷한 자리에서 머물다가 5월 들어 급락하면서 박스권 하단을 뚫고 내려가고야 맙니다. 또 6월 이후 미국채의 금리는 반등했지만 국내 국채금리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죠. 스포츠 승부를 귀신같이 맞췄다는 ‘점쟁이 문어’라도 글로벌 금리의 향방을 정확히 맞출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글로벌 금리 하락의 네 가지 원인
그렇다면 이러한 글로벌 금리 하락의 원인은 크게 아래의 네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 글로벌 금리 하락의 원인
1. 예상보다 더딘 글로벌 경기 회복세
2.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정책에 대한 지나친 선반영 해소
3. 풍부한 유동성의 유입
4. 기준금리의 인하 가능성
GDP 성장률을 보면 글로벌 경기가 어떤지 알 수 있겠죠? 1/4 분기 GDP 성장률은 미국의 경우 전기대비 -1.0%로 감소했고 중국도 전년대비 7.4%에 그치는 등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연준은 상당기간 동안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졌는데요. 때문에 그 동안 조기 금리 인상을 선반영했던 시장금리가 내려갔습니다.
또 세계의 금융불안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우크라이나 불안, 중국의 그림자 금융 등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생겨났고 저가매수와 대기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글로벌 금리 하락 폭이 확대되었던 것이죠. 특히 국내의 경우, 최근 경기회복세가 약해지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카드로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요. 바로 이런 점들이 국내금리의 하락을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당분간 금리하락 압력은 지속, 금리하락 폭 제한될 것으로 예상
글로벌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일단 우선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확대되어 테이퍼링이 종료되고 기준금리 인상이 이루어져야겠죠. 그러나 연초 한파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경제지표가 발표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합니다. 따라서 최근 금리하락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을 뿐이지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1분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의 개선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있습니다. 또한, 올해 국내외 경제성장률의 하향조정을 참작하더라도 최근 글로벌 금리 급락이 좀 심하다고 보이므로 금리수준에 대한 부담으로 추가 금리하락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준다면 ‘완만한 상승세’쪽이 우세한 셈입니다. 즉 현재 시점에서 금리가 하락하기 보다는 바닥을 찍고 완만하게나마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죠.
▶하반기 이후 금리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
경기회복의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계속해서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텐데요. 하지만 금리 레벨이 낮아져 있기 때문에 연말에 상승압력이 커진다고 해도 연간 평균금리는 애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봐야겠죠. 또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나 중국의 그림자 금융 우려, 이라크 내전 등 세계정세의 불안이 영향을 주어 세계 경기 회복세에 타격을 주게 된다면 금리 하락세가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글로벌 금리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지난 5월 美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는데요. ‘금리 인상이 언제 이루어질지 기계적 공식이나 시간표는 없다’. 이처럼 세계경제와 금리는 유동적이며, 여러 조건에 의해 급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 꾸준히 경제에 대한 셀프 브리핑을 하면서 글로벌 금리의 향방을 계속해서 주의하여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