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뜻하게 몸을 데우는 4월을 맞아 올해 두 번째 11시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관중과 연주자 모두 다시 마주한 공연장에서 풀꽃 같은 밝은 미소를 띠었는데요. 찬 기운이 가시고 어느덧 훈훈한 열풍이 물씬 밀려 들어온 4월 11시 콘서트를 지금부터 선명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 봄비처럼 촉촉하게 귓가를 적신 4월 11시 콘서트
4월 11시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곡은 히메네스의 오페라, <루이 알론소의 결혼> 중 ‘간주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스페인의 독특한 음악극 문화인 사르수엘라(zarzuela) 장르에 속하는데요. 사르수엘라는 스페인식으로 변형된 오페라를 뜻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하는 게 아닌, 현대의 뮤지컬처럼 대사와 노래가 조화를 이루는 형태죠. 주로 대중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민속적인 색채가 두드러집니다.
<루이 알론소의 결혼>은 스페인 소설을 모티브로 한 만큼 유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사르수엘라 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이 ‘간주곡’은 전통적인 춤곡 리듬을 사용하는데요. 스페인 고유의 강렬한 색채와 리듬이 과천시립교향악단의 화려한 연주와 어우러져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특유의 열정 가득한 음색이 들불이 번지듯 객석을 붉게 물들였죠.
연이어 엘가의 첼로 협주곡 e단조 Op.85가 울려 퍼졌습니다. 시간 관계상 네 개의 악장 중 뒷부분(3~4악장)만 연주되었지만, 화려하고 섬세한 기교를 자랑하는 이정란 첼리스트와의 협연으로 곡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사실 엘가는 이 작품을 ‘나의 진정한 대작’이라 부르며 자신만만했지만 초연 결과는 실패 그 자체였습니다. 다른 지휘자가 리허설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리는 바람에 해당 곡의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명곡은 명곡. 전설적인 첼리스트들이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며 뒤늦게나마 곡을 알렸고, 솔로 첼로 작품의 주춧돌이라는 칭찬까지 얻었습니다. 특히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난치병으로 무대를 떠나야 했던 전설적인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상징적인 관계였습니다.
낭만적인 정서를 자랑하는 엘가의 곡답게 이번 공연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첼로의 선율이 통통 튀어 다녔는데요. 격렬히 휘몰아치다가도 안개처럼 차분하게 내리깔리는 변화무쌍한 첼로 연주에 앙코르 박수를 아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이정란 첼리스트는 엘가의 또 다른 대표곡 ‘사랑의 인사’로 화답했죠.
10여 분의 인터미션 후 2부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오케스트라와 기타의 협연이라는 또 다른 이색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바로 장대건 기타리스트와 과천시향이 선보인 로드리고의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스페인 기타 음악의 거두, 로드리고의 대표곡인데요. 그가 TV 프로그램 <토요명화>에 삽입되었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에 이어 두 번째로 작곡한 기타 협주곡입니다.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은 1958년, 20세기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안드레스 세고비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초연한 이후 기타 협주곡의 주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실내악 악기에 머물던 기타도 클래식 공연장의 솔로 파트를 당당히 차지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화려한 연주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덤덤하게 풀어나가는 기타 사운드가 퍼져나가자 관중은 숨소리마저 줄였습니다. 따스하고 낭만적인 정취가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느낌이었는데요. 기타와 오케스트라가 각각의 목소리를 내며 공연장을 채울 때에는 기타라는 악기의 무한한 잠재력을 다시금 엿볼 수 있었죠. 이에 반한 관중은 쉼 없는 박수로 장대건 기타리스트를 무대로 다시 불러냈고, 기타에 얹힌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 끝까지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끝으로 체코의 위대한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 d단조 Op. 70>이 청중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브람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그는 브람스가 쓴 ‘교향곡 제3번’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아 일곱 번째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43살의 드보르자크는 1악장 스케치를 단 5일 만에 끝마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죠.
드보르자크는 오스트리아 보헤미아에서 태어났지만, 정치적 이유로 눈을 감을 때까지 체코의 탄생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의 마지막 부분에 당시 자신의 조국에서 정치적 세력에 저항하는 국민의 힘을 담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마지막 악장은 비극적인 기운과 함께 슬라브적인 향취를 간직하고 있는데요. 피날레에서 터져 나오는 연주의 폭풍은 체코 국민의 힘과 드보르자크의 애국심이 고스란히 응축된 듯이 장엄한 울림이었습니다. 4월의 11시 콘서트, 그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죠. 덕분에 잠시간 진한 여운을 더듬은 후에야 과천시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4월의 11시 콘서트 역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꽃이 지천에 흐드러진 것처럼, 4개의 명곡이 공연장에서 아름답게 피어났는데요. 선율이 지닌 각기 다른 색과 향을 음미할 수 있어 청중은 만족감으로 들뜬 표정이었습니다.
5월 11시 콘서트 취소 안내
청명한 하늘 아래 흩뿌려진 음의 흐름이 다음 달 5월 11시 콘서트까지 무사히 이어가도록 알차게 준비했던 5월의 11시 콘서트.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 확진자의 급속한 증가세가 지속됨에 따라 5월 13일(목) 개최 예정이었던 <11시 콘서트>가 관람객 여러분과 연주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취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얼마 남지 않은 4월 건강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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