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마지막 명품클래식 콘서트, 12월의 11시 콘서트는 겨울에 어울리는 쇼팽 피아노와 어찌 보면 겨울을 잊게 해주는 곡,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이 함께 했는데요. 예기치 않았던 아주 특별한 공연들이 감동을 더 해준 자리였습니다.
▶아름다운 이별이 음악의 수를 놓았던 올해의 마지막 11시 콘서트
겨울바람처럼 퍼지는 피아노의 매력,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단조 Op.11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렸을 정도로 피아노곡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피아노 협주곡은 단 두 개의 작품밖에 남기지 않았는데요. 두 작품 모두 쇼팽의 청년 시절 폴란드에서 작곡된 것들이죠. 이날 첫 프로그램은 그 중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과연 쇼팽의 젊은 시절 보여주었던 현란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피아노를 포함한 쇼팽의 음악은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듯 이야기되지만, 실제 쇼팽의 음악은 무척 고전주의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서 1번 협주곡 역시 악장의 구성과 형식에서 예전 고전파의 소나타 형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데요.
<조성진 피아니스트,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 1번>
이날 연주를 맡은 김태형 피아니스트는 그런 쇼팽의 두 가지 특성을 정열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주로 보여줘 무척 많은 갈채를 받았답니다. 시작도 좋았지만 2악장의 녹턴과 3악장의 론도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교와 테마는 그칠 줄 모르는 청중의 박수 소리로 화답을 받았죠. 그야말로 쇼팽 피아노의 진수였다고나 할까요?
다른 11시 콘서트와 달리 이날은 연주 이전에 먼저 박중훈 해설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쇼팽의 피아노와 쇼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덕분에 관객들 역시 무척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겨울의 쇼팽 피아노를 한껏 만끽하는 분위기였답니다.
앙코르로 연주된 드뷔시의 ‘렌토보다 느리게’ (Claude Debussy, La Plus Que Lente)
*렌토(Lento) : 음악에서의 빠르기말 중 하나로 ‘느리게’를 뜻
협주곡 3악장 전부를 소화한 긴 연주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치지 않는 박수 소리에 김태형 피아니스트는 이날 화답의 앙코르로 대중적인 콘서트에서 정말 만나보기 어려운 곡, 드뷔시의 피아노 왈츠곡 중 하나인 ‘렌토보다 느리게’ 를 연주했는데요. 느린 템포지만 3박자의 왈츠풍으로 되어있는 곡인 데다 섬세하고 원숙한 김태형 피아니스트의 연주 덕에 느리기보다 오히려 흥겨운 느낌의 독주가 펼쳐져 다시 한번 큰 갈채를 끌어내며 1부 순서가 마무리되었답니다.
한겨울에도 뜨거웠던 바이올린과 관현악 합주,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d단조 Op.21
인터미션을 마치고 잠깐의 경품추첨 시간이 있었지만, 이날 청중분들이 참 유쾌한 분들이 많아서인지 경품 번호가 호명되는 순간순간에도 즐겁고 활기차게 축하의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이색적이었습니다.
19세기의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사라사테는 워낙 천재적인 바이올린 연주 솜씨 덕에 많은 작곡가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음악을 헌정하거나 초연을 맡기고 싶어 했는데요. 스페인 교향곡은 비록 프랑스 작곡가인 랄로가 만들었지만 이름처럼 스페인을 떠올리는 정서와 선율이 매력적인 곡으로 원래는 랄로 자신이 연주를 하기 위해 만드는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합니다.
그러나 사라사테의 바이올린에 흠뻑 반했던 랄로는 자신이 만든 첫 바이올린 협주곡을 그에게 헌정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합니다. 그 성공과 사라사테 연주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랄로는 아예 스페인풍 음악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은 협주곡을 만들어 다시 사라사테를 위해 헌정했던 것인데요.
<앤 아키코 메이어스의 랄로 스페인 교향곡>
이 곡은 이름이 ‘스페인 교향곡’이지만 실제로는 음악 형식이 교향곡이 아닌 완전한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협주곡의 제목 자체가 ‘스페인 교향곡’이라는 색다른 특징을 가진 것이죠. 그 외에도 일반적인 협주곡과 달리 5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참 특이한데요.
이날 연주에서는 협주곡에 걸맞은 구성으로 1악장, 4악장 연주해 바이올린 협주곡다운 순서로 연주가 되었답니다. 바이올린은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코스프키 콩쿠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지만, 특히 사라사테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래 걸출한 기교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이지혜 바이올리니스트가 맡아주었는데요.
한국 교향악단계의 베테랑으로 존경받는 이택주 지휘자의 부드러우면서도 배려 깊은 지휘와 너무나 좋은 궁합을 이뤄 랄로와 사라사테가 당대에 힘을 모았던 정열과 기교의 바이올린 곡이 바로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하는 이해를 청중들에게 충실히 전달하는 감동적인 연주가 되었습니다. 항상 수준 높은 연주로 객석에 낯이 익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뛰어난 협연은 더할 나위 없었고요.
앙코르로 연주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단조 BWV 1003
그칠 것 같지 않은 관객석의 박수가 계속되자 1부의 김태형 피아니스트에 이어 2부의 이지혜 바이올리니스트도 앙코르를 선보였는데요. 빠르면서도 힘찼던 랄로의 협주곡과 달리 길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바흐의 바이올린은 기대치 못했던 앙코르여서 그런지 더욱 보석 같은 느낌의 앙코르였던 듯합니다.
박종훈 피아니스트의 고별 사회 무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b 장조 S.124
세 번째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사회자이자 해설자인 박종훈 피아니스트가 오랜만에 11시 콘서트에서 선보이는 연주가 되었는데요. 연주에 앞서 젊은 날의 리스트와 그 음악의 특징들에 대해서 재미있으면서도 알찬 이야기들을 들려주어 역시 11시 콘서트는 연주되는 곡이 좋을 뿐만 아니라 항상 음악에 대해서 풍부하고 값진 상식도 얻게 해주는 명불허전의 콘서트라는 것을 되새기게 해주었는데요.
이날 콘서트는 2016년의 마지막 11시 콘서트일 뿐 아니라 그간 사회를 맡아 유려하면서도 알찬 진행으로 너무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던 박종훈 피아니스트가 마지막으로 해설을 맡는 자리기도 했답니다. 그런 사실을 직접 알리며 작별을 인사하는 모습에 객석은 깊은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랑랑 피아니스트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 1번>
인사를 뒤로하고 펼쳐진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은 지금껏 11시 콘서트에서 보았던 어떤 피아노 협주곡 연주보다도 정열적이고 눈부셨던 순간이 되었습니다. 이날 모든 연주마다 객석으로부터의 열띤 박수에 앙코르가 등장하는 것도 참 이채로웠는데요.
앙코르로 연주된 피아노 시편, ‘꽃피는 시절이 오네’ (Den Blomstertid Nu Kommer, Pl sam 199)
특히 마지막 프로그램은 연주 시간만큼이나 길지 않을까 싶었던 박수갈채 덕에 다시 박종훈 피아니스트가 화답으로 역시 일반적인 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피아노 시편인 스웨덴 민속 찬송곡 ‘꽃피는 시절이 오네’가 앙코르 연주되며 뜻깊었던 프로그램이 모두 마무리되었답니다.
<꽃피는 시절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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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해 동안 ‘시즌 12 - 명품 클래식’이 감동적인 피날레를 장식한 가운데 2017년 1월에는 다시 새로운 ‘시즌 13’으로 만나게 되실 11시 콘서트는 블로그 방문해주시는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행운의 초대권 증정 이벤트가 진행된답니다!
응모방법은 무척 간단해, 누구든 초대권을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데요. 초대권 신청 댓글을 공개댓글 형태로 남겨주신 후 그 글에 다시 비밀댓글로 성함과 휴대전화번호, 초대권을 받을 주소를 남겨주시면 신청이 완료됩니다.
항상, 소중한 분들과 함께하실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초대권 1매에 두 분이 입장 가능하실 테고요. 그럼 2017년 새로운 11시 콘서트에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