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첫 11시 콘서트는 1이라는 숫자가 와 닿을 정도로 참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새로운 테마, 구성과 함께 조재혁 피아니스트가 들려줬던 ‘겨울 낭만’이 가득했던 1월의 11시 콘서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윈터 로맨스(Winter Romance)에 걸맞게 사랑스러웠던 음악의 향연
애틋하면서도 화려한 피아노 협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 Op.18
인류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피아노 협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사실 라흐마니노프가 그의 인생에서 큰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만들게 된 곡이랍니다. 20세기의 시작이기도 했던 1901년, 라흐마니노프 역시 많은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그의 음악에 구사했고 그 결과가 피아노협주곡 2번에서 드러났던 것입니다.
작곡자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연주자였던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한계를 넘어 노래하듯 선율들을 구성해 소위 비르투오시티(뛰어난 연주 기술을 가리키는 음악 표현)의 절정을 이 곡에서 구현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협주곡은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인생을 구원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죠. 2악장의 주제부는 에릭 카멘의 유명한 팝송으로 재탄생하기도 했고요.
<안나 페드로바 피아니스트 연주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이날 사회를 맡은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소개나 해설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한 후 1악장이 끝나자 연주를 멈추고 바로 콘서트 소개와 해설을 곁들이는 신선한 진행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잠깐 쉬어가듯 라흐마니노프와 그의 음악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지고 1월 11시 콘서트의 테마인 ‘윈터 로맨스’에 대한 소개도 있었는데요. 전체 시즌이 아닌 콘서트 한 회에 이렇듯 부제를 붙이고 하나의 테마를 시도하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연주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추운 겨울에 걸맞게 서릿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사한 아침 햇살처럼 다양한 선율의 색채가 퍼져나간 그런 연주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지휘를 맡은 서진 지휘자와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도 참으로 유려해서 지휘자의 지휘봉이 공기를 휘저을 때마다 관객들의 호흡도 음악에 맞추듯 흘러가는 느낌마저 들었죠.
발랄한 신동의 흥취,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4번 D장조 K.218
음악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모차르트가 왜 바이올린 협주곡을 만들었을까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뚜렷한 동기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데요. 아마도 모차르트 자신이 바이올린을 연주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한 것을 보면 모차르트는 음악을 그만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중에서도 4번 협주곡은 참 명랑한 분위기가 가득하기도 합니다. 모차르트가 성악을 위해 만든 곡들과 분위기가 비슷할 정도로 바이올린도 다른 악기도 서로 자신의 소리를 뽐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협주곡의 시작에서는 힘찬 트럼펫이 서두를 열기 때문에 ‘군대 협주곡’이라는 별명도 있는 이 곡은 이날 2015년 영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기록했던 영재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연주자가 활을 잡았는데요. 흥겹고 날렵하게 연주되는 선율 속에서도 기품이 서려 있는 고전적인 분위기가 김동현 바이올리니스트만의 특색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힐러리 한 바이올리니스트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체 3악장으로 연주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이 2부의 메인을 구성하고 있어서 앙코르곡이 연주되기는 어려운 분위기이기도 했는데요. 아름다운 바이올린과 멋진 오케스트라의 협연에 감동한 관객들의 끊임없는 박수소리에 김동현 바이올리니스트는 다시 한번 멋진 앙코르곡을 선보였습니다.
앙코르곡은 대중의 귀에는 익었지만 연주하기 어렵기로 정평이 난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 중 24번 곡이었는데요. 음악영화 잘 만들기로 유명한 감독 버나드 로즈가 2014년에 선보인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도 이 곡이 연주되는 장면이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지요.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카프리스 24번 연주장면’>
차이콥스키의 특별한 실내악,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48
2부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4악장이었는데요. 고전음악 시대에 유행했던 실내악을 차이콥스키가 다시 자신만의 색채에 러시아 민속 춤곡의 테마를 가미해 만든 이 곡은 빠르게 강조되는 부분에서 특히 그 민속적인 느낌이 잘 살아나는 곡이기도 하죠.
<KBS 교향악단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48>
이날 다양한 주제의 곡을 그 곡들에 걸맞게 유연한 해석과 지휘로 객석을 감동하게 한 서진 지휘자는 마지막 프로그램까지도 지쳐 보이기는커녕 더욱 힘차면서도 세련된 손짓으로 감동의 협연을 끌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구성도 알찬 데다 조재혁 진행자도 첫 해설이라 너무 긴 시간을 음악 해설에 안배했다고 미안해했을 정도로 이날 11시 콘서트는 이전보다 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었는데요. 그럼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갈채를 보내는 관중을 위해 서진 지휘자는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2 악장을 직접 소개, 연주해주었습니다.
새해의 첫 11시 콘서트는 기대 이상의 출발이었습니다. 예술의 전당 사장으로 다양하면서도 참신한 기획으로 명망이 높은 고학찬 사장이 갑작스레 나타나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관객의 눈높이에 고민한 젊은 진행자의 세심한 배려까지 추운 겨울 예술의 전당을 찾은 청중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버린 콘서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모두 배가 고파 하는 얼굴이면서도 다음 연주에 또 와야겠다며 만족스러운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새 나왔던 시간이었는데요. 2월의 11시 콘서트는 ‘Night’ 밤을 위한 특별한 곡들이 마련되었다니 벌써 궁금해집니다.
▶[SPECIAL EVENT] 2017년 2월, 11시 콘서트 초대권 증정 이벤트 오픈!
2017년 2월 11시콘서트에서는 모차르트의 세레나데와 멘델스존의 꿈같은 서곡이 펼쳐질 예정인데요.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독자분들을 위한 초대권 증정 이벤트도 마련되어있답니다!
응모방법이 참 쉬워서 누구든 초대권의 행운을 받아보실 수 있을 텐데요. 초대권 신청 댓글을 공개댓글 형태로 남겨주신 후 그 글에 다시 비밀댓글로 성함과 휴대전화번호, 초대권을 받을 주소를 남겨주시면 신청이 완료된답니다.
항상, 소중한 분들과 함께하실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초대권 1매에는 두 분이 입장 가능하시답니다. 그럼 2월 11시 콘서트에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