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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피케티 열풍, 그리고 자산관리의 시대



최근 한 권의 책이 출판가를 넘어, 사람들의 SNS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정치권에서 이 책을 논하는 기사가 나오더니 최근에는 빌 게이츠가 정식으로 이 책의 서평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겨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전세계적으로 피케티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인데요. 한국 정식 출간에 이어 피케티 교수가 방한하는 등 한국에서도 ‘피케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피게티의 '21세기 자본' 핵심 보기



피케티21세기 자본’은 실증을 바탕으로 자본주의로 인해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한 책인데요.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자면 먼저 돈이 돈을 버는 속도 즉자본수익률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주 수입원인 일반 대중들 보다 자본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위계층의 부더 빨리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부의 불평등은 구조적으로 심화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부가 부를 쌓으면서 신계급사회인 세습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피케티 교수는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의 불평등 정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 있어요. 크레딧스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상위 1%가 전세계 자산의 48%를, 상위 10%가 8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은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가진 부가 1조 7천억 달러로 전세계 빈곤층 인구 35억명이 가진 재산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로 국한해서 보더라도 자본소득은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상위 1%가 배당소득의 72%, 이자소득의 45%를 가져가고 있으며, 상위 10%로 확대할 경우 배당소득의 93.5%, 이자소득의 90.6%를 가져가는 등 상위계층에 자본소득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피케티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이 같은 구조적인 부의 불평등은 전쟁으로 인한 파괴나 극심한 불황 또는 부유층에 대한 높은 조세 부과를 통해서만 해소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부유층 자산에 대해 최대 80%에 이르는 누진적 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케티의 이론과 실증자료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론에 대한 비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에서 피케티의 이론에 열광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먼저 일반인들이 느끼는 부의 불평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접근한 점이 대중적인 호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최근 우리나라 사회가 선거 등 일련의 이슈들을 거치면서 복지정책과 관련된 소득계층간의 대립이 확대되어 온 점도 피케티의 불평등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성장에서 분배로 이동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부유층 자산에 대해 높은 과세를 하는 방법으로 부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현실성이 낮아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죠. 지난주에 세계 최고 재벌 중 한명인 빌게이츠가 피케티가 주장는 불평등에 대해 동의한다면서 부유층의 자발적인 자선으로 불평등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또 정책입안자 대부분이 상위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임을 감안하면 조세정책 등을 통한 부의 불평등 해소는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고요. 오히려 이러한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피게티의 '21세기 자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감안할 때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정치적 행위 또는 계급혁명을 추구하는 논리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다른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피케티의 이론은 현대사회에서 노동소득 보다 자본소득이 훨씬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자본소득이지만 이러한 불평등에서 벗어나거나 불평등의 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본소득을 얻기 위해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결국 피케티는 역설적으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경제가 저성장•저금리 상황에 직면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도 2016년이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전의 자산축적 시대에서 자산관리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개인 스스로가 적극적인 자산관리에 나섬으로써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앞으로 ‘21세기 자본’을 두고 견해의 차이에 따른 갑론을박은 계속될 듯 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21세기 자본의 시대에는 부의 불평등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개인의 자산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점입니다. 국가 지도층이 나서서 하는 부(富)의 분배를 기대하기 힘든 이상, 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개인의 자산관리에 더욱 주력해야겠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도 강조한 것이 ‘부(富)의 중요성’이니까요.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