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의 이 모씨(57)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받고는 낯선 기분을 느꼈습니다.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 같은데, 남 얘기인줄만 알았던 노후라는 놈이 어느새 코앞에 와 있는 묘한 느낌이었죠.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노후준비 적색경보
이것이 바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아온 대한민국 50대가 느끼는 노후준비의 현주소 입니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 연구소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베이비 부머(1955~63년생)의 71%가량은 부모세대가 생존해 계시다고 합니다. 또 80%는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죠. 거기에 동거자녀의 취업비율은 35%로 매우 낮고, 베이비 부머 3명 중 1명꼴로 신체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자녀 양육’과 ‘노부모 부양’ 그리고 ‘의료비 지출’까지 무거운 삼중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죠.
또한 KB 금융연구소는 베이비 붐 세대 6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는데요. 55세 이후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아직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24.4%나 된다는 것이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경제의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견뎌온 대한민국 은퇴예정자들은 미처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샌드위치 세대’의 노후준비 키워드 best 3
그렇다면 현재 5, 60대인 은퇴예정자들이 은퇴한 후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궁금한데요. 지난 1월 국민연금공단에서는 50대 이상 ‘중 · 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노후에 표준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적정생활비’는 개인의 경우 월 110만 원으로, 부부의 경우에는 월 184만 원이라는 발표가 있었죠. 그러나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요. 50대와 60대 부부에게 필요한 ‘적정은퇴생활비’는 각각 월 300만 원과 260만 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은퇴예정자들은 이러한 격차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노후준비의 방향을 잃기 쉬운데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삼중부담 속에서 코앞까지 다가온 노후를 바라만 봐야 하는 대한민국의 50대. 노후를 아름답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꼭 명심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50대의 노후준비 핵심 키워드의 첫 번째는 보유금융자산의 연금화입니다. 자칫하면 모든 자산을 자녀 뒷바라지로 올인(all in)할 수 있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즉시연금’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노후실손의료보험’ 이라는 카드입니다. 현재 베이비 붐 세대의 3명 중 1명꼴로 신체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삼중부담 중 하나인 ‘의료비 부담’이 커지게 되죠. 내달 8월 1일에 출시될 고령자를 위한 ‘노후실손의료보험’ 은 65 세에서 75세까지 보장금액 한도를 확대하고 보험료 또한 현행 ‘실손의료보험’의 70~80% 수준에서 가입이 가능한데요. 이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바로 노후에도 가능한 ‘일자리’입니다. 노후 적정생활비 수억(億)원을 한꺼번에 모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필요생활비를 오래 벌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50대에게 남은 노년은 무척 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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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처럼 찾아온 노후’라는 50대의 한탄을 들으며 요즘 떠도는 격언이 생각나는데요. “은퇴한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경제적 자립이며 자녀가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도 경제적 자립”이라는 말입니다.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낀세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자신에게도 곧 노후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해야겠죠. 노후준비에 관한 이야기들, 항상 새겨듣고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