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을 앞둔 아이가 있는 직장인입니다. 퇴직이 코앞인데 노후준비라고는 직장 다니면서 넣어온 국민연금이 전부에요. 연금 수령액은 월 8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그런데 20년간 공무원으로 일한 동창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무원연금으로 월 220만원 정도를 수령할 예정이라고 해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죠?”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즘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에서 "대한민국에는 2가지 노후가 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해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사이의 차이를 두고 나온 말이죠. 다들 똑같은 국민인데, 왜 공적연금 수령액 차이는 이렇게 큰 걸까요? 4대 공적연금에 숨겨진 불편한 이야기를 하나 하나 짚어봤습니다.
쏙쏙 들어오는 경제용어
4대 공적연금이란?
국가가 운영주체가 되는 연금으로, 국민 개개인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빈곤 위험을 분산해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특수직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이 있음.
법률에 의거, 해당자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정부 및 산하기관이 독점적으로 관리. 대상자에게 퇴직, 사망,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급여를 제공.
▶적자 커지는 시한폭탄, 공무원 연금
뉴스에서 자주 들어 알고 계시다시피, 공적연금들은 이미 고갈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3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인구고령화 등의 이유로 2044년 이후부터 국민연금에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60 년까지 적립기금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사실, 공무원 연금은 이미 2001 년부터 적립금이 고갈되기 시작했답니다. 그 부족분을 2001 년 개정된 공무원 연금법(제 69조)에 따라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죠. 다른 연금들은 어떨까요? 군인연금의 경우 1977 년부터 이미 기금이 고갈되었고 사학연금의 경우는 2029 년쯤 고갈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미 2000 년에 법적근거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사학연금의 고갈 후에도 공무원연금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적자분을 메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죠. 향후 공무원연금은 매년 약 162조원, 군인연금은 약 5.1조원, 사학연금은 3.2조원을 2030년까지 정부보전으로 채워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3대 직역연금(공무원, 사학, 군인연금, 이하 공무원연금 등)의 경우는 20년 이상 재직해야만 연금으로 받을 수 있었죠. 만약 그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면 일시금으로 받아야 했는데요. 2009년 8월에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연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공무원연금 가입기간을 합해서 20년 이상이면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사립학교 교직원 퇴직자 중 20년 미만 퇴직자가 전체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단기퇴직자들도 연금수급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연금수령액은 점차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납입금 대비 수령액이 늘어나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인거죠.
▶만만한 국민연금만 개혁, 수령연령↑ , 소득대체율 ↓
작년 신문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로 하향’ 이라는 기사를 읽어보셨을 텐데요. 여기서 소득대체율이란 연금가입기간의 평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대비 연금을 지급하는 비율로 최종 소득 중 매월 받는 연금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다른 공적연금과는 달리 재정악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급시기를 늦추면서 동시에 수급금액을 지속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죠.
쉽게 말해 늦게 받고, 조금 받게 되니 가입자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요. 다른 연금과 비교하면 충분히 이유 있는 불만입니다. 국민연금을 40년간 불입한 사람의 경우 소득대체율은 40%에 불과하지만, 33년간 공직 혹은 교직원 생활을 한 연금수급자의 경우 소득대체율은 60%가 넘기 때문이죠.
월 평균수령금액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합니다. 2013년 기준 국민연금은 1인당 평균 31만원, 공무원연금은 210만원, 사학연금의 경우 259만원 수준입니다. 내년부터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20%가랑 줄어든다고 해도 다른 연금에 비해 국민연금 수령액은 거의 7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요. 매년 2조원이 넘는 세금을 써도 메워지지 않을 만큼 적자가 심각한거죠. 그렇기에 정부에서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개혁안을 내긴 했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기엔 부족한 것 같네요..
▶공무원,사학,군인연금 기금 운용수익률, 국민연금에 못미쳐
이처럼 3대 직역연금 즉 공무원, 사학, 군인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재정을 보전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기금운용 실적이 좋아야 많은 적자를 보전해 국민 세금의 낭비를 막을 수 있겠죠. 그러나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기금운용수익률을 살펴보면 이마저도 신통치는 않아 보입니다.
2007년 국민, 사학, 공무원 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국민연금 6.79%, 사학연금 10.22%, 9.3% 로 사학연금의 운용수익률이 가장 높았는데요. 바로 그 다음 해 세 연금의 기금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후 몇 차례 상승과 하락을 겪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금운용수익률은 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2013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수익률은 각각 3.9%, 3.5%로 국민연금의 4%대 수익률에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적자를 보전해 국민 세금을 아낄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네요.
▶ 같은 세대, 다른 연금? 해법은 개인연금!
1969년에 태어난 회사원 T씨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동년배 공무원의 노후대비수단과 보험료 부담율, 예상 연금액을 비교해보면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죠?
즉, 회사원이 공무원에 비해 소득은 많지만 퇴직이 빠른 만큼 가입기간도 짧아 보험료 부담은 낮습니다. 하지만 개시나이가 늦어 연금액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죠. 물론 표에서처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 퇴직금의 중간정산 등을 고려한다면 예상연금액의 차이는 예시보다 훨씬 많은 차이가 난답니다. 더구나 국민연금 가입률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와 전업주부는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53%는 노후 생계는 본인책임이라고 답했다고 해요. 즉,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공적연금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진거죠. 결국 자영업자와 직장인의 경우 스스로의 노력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공적연금만 바라보기 보다는 개인연금으로 안전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