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보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치매 보험은 최근 치매를 다룬 드라마의 제목처럼, ‘눈이 부시게’ 판매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데요. 치매는 환자 본인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주변 가족을 지치게 하므로 치매에 대한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치매에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와 그 절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성년후견제도, 치매 환자를 위한 법률적 보호 수단
수년 전부터 치매에 걸린 어머니(85)를 병간호해 온 A(52) 씨도 최근 치매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치매로 인한 입원비와 간호비 등 경제적 부담을 자녀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런 A씨 에게도 말 못 할 근심이 있습니다. 오빠 B(58)의 행동 때문입니다. B는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나타낼 때부터 어머니 소유의 상가 건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40년 넘게 농사일을 하며 수도권의 작은 상가를 갖게 되었는데요. B는 어머니의 상가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핑계로, 상가의 소유권 이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치매 증세가 악화된 어머니는 상가의 존재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A는 자신 몰래 B가 상가를 빼돌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런 A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무엇이 있을까요?
치매 환자는 강제입원, 재산관리, 사기 범죄, 상속 분쟁 등 다양한 법률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성년후견제도’는 치매 환자처럼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후견인이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로 한정치산·금치산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정치산·금치산제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능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고, 치료나 주거 안정 등 복지에 관한 사항보다 재산의 관리 문제에 치중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피후견인의 인격을 중시하고 실질적인 보호와 권리 실현이 가능하도록 2013년 7월 1일부터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제도와 달리 성년후견제도는 재산관리뿐만 아니라 의식주, 치료 방법, 여가와 복지 등 신상에 관한 폭넓은 지원이 가능한 점이 특징입니다.
▶ 성년후견 개시 절차는 어떻게 될까?
성년후견 개시를 위해서는 본인, 배우자, 친족 등 청구권자가 관할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하여야 합니다.
사건을 접수한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치매 환자와 같은 피후견인이 될 사람인 사건본인의 정신감정을 실시합니다. 이후 가사조사를 통해 정신적 제약의 정도와 사건 본인의 현재상황 및 재산명세는 어떠한지, 후견인 후보자가 적합한지 여부에 관하여 면밀히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 후견인 후보자는 민법에서 후견인의 자격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다만, 후견인이 될 수 없는 사람으로서 회생절차개시 결정 또는 파산선고를 받은 자, 자격정지 이상의 형 선고를 받고 형기 중에 있는 자,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후견인 또는 감독인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법원은 심문기일에 성년후견 개시 청구인과 사건본인, 이해관계인을 소환하여 직접 이들의 의견을 듣고 후견계획 등을 질문하여, 사건본인의 의사와 복리에 반하는 후견인이 지정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 성년후견이라고 모두 같다는 생각은 No! 성년후견제도의 종류
성년후견제도의 특징은 보호가 필요한 성인의 정신적 능력 정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 등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년후견의 경우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해서 결여된 상태라고 인정될 때 개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정도에 불과하다면 성년후견이 아닌 한정후견 개시 사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치매의 경우 자녀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중증 치매는 성년후견을, 간단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는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을 통해 후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년후견은 법원의 결정이 아닌 당사자 간 계약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향후 부족하게 될 것을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를 신뢰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맡기는 후견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이를 ‘임의후견’이라고 하는데요. 임의후견은 후견인 선임 과정에서 치매 노인 등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고, 후견의 내용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권리 보호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성년후견인과 한정후견인·특정후견인의 권한 차이는 무엇일까?
성년후견인은 치매 환자 등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습니다. 또한 피성년후견인이 단독으로 한 법률행위를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고, 피성년후견인의 의식주 결정, 의료행위 및 요양기관의 선택 등 신상에 관한 결정을 대행할 수 있습니다.
한정후견인·특정후견인은 성년후견인보다는 권한의 범위가 제한됩니다. 성년후견인이 비교적 폭넓은 대리권을 갖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법률행위를 대리한다면, 한정후견인과 특정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법률행위에 주로 동의를 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편, 성년후견인에게 포괄적인 권한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독단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 또는 후견감독인은 성년후견인의 후견 행위를 감독하고, 특히 피성년후견인에게 중요한 사항, 즉 정신병원 입원 등 격리나 중대한 의료행위, 거주하는 부동산의 처분이나 담보 제공 등은 별도의 가정법원 허가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이처럼, 성년후견제도는 치매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사람의 법률행위를 후견인이 지원하고, 법원이 감독함으로써 실질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빠의 행동으로 고민이 많은 A 씨의 경우도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A 씨는 치매 증세가 심해진 어머니의 법률행위를 대신할 성년후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 어머니의 한평생 노력이 담긴 자산을 지키고, 병간호에도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