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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멋쟁이 노인들 전성시대,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가 뜬다

출산율이 크게 높아지는 전후(戰後) 시기에 태어난 각국 베이비붐 세대는 인구 구조상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사회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70~80년대 일본 고도성장기를 이끌어 온 단카이(團塊) 세대로 대변되는 일본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이후에도 소비 여력이 상당히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거대 소비 집단으로 부상한 일본의 중∙고령 세대


이미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한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30년이면 전체 인구의 약 1/3을 65세 노인이 차지할 전망입니다. 60세 이상 인구의 소비 총액은 이미 100조 엔을 넘는 초거대 시장으로 이들의 소비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이면 약 50%에 달할 것이란 분석(닛세이연구소)도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사회에서는 중∙고령 세대 인구 집단 규모가 큰데다 자산 보유액 또한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민간 소비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시니어시프트(Senior Shift)의 본격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는 일본 최대 유통 업체인 이온(AEON)사(社)가 자사의 마케팅 전략 보고에서 처음 사용한 신조어입니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중∙고령 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소비 트렌드를 이끌던 '단카이(團塊) 세대’ 은퇴 시점인 2007년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일본의 게이오 백화점은 50대 이상 고객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중∙고령 고객이 선호하는 한방 찻집, 마사지샵, 의료기기 매장을 확대했습니다. 8층 시니어 전용 매장 종업원 대부분을 50대 이상으로 채용, 진열대 상품명이 잘 보이는 큰 글씨로 표시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세븐일레븐의 주 고객 연령대는 1980년대 20~30대에서 최근 40~50대 이상으로 역전되었습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지난 2000년부터 노인과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을 타깃으로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편의점 물품 배달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세븐일레븐은 동 부문에서 450억 엔 매출 기록).

 

‘세븐밀’로 알려진 이 배달서비스는 집에서 거주하는 고령자 대상 도시락 및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500엔 이상 주문시 배달료는 무료입니다. 세븐일레븐은 택배용 식사 상품을 별도로 개발해 유통하며, 전체 점포의 80%에서 이미 이 제도(2015.03)가 도입된 상황입니다.


금년 3월부터는 가정뿐 아니라 도심 사무실(Office)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도쿄 도심에서 사무실 배달 서비스를 테스트로 시행해 본 결과 도심 사무실 배달서비스 고객의 주문가액이 방문고객 대비 더 클 뿐 아니라 고객충성도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14,000개 지점으로 확대 중에 있습니다. 중∙고령 고객 대상의 특화서비스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확대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일본 금융회사들은 늘어나는 중∙고령층 고객이 사업장을 방문할 때 불편함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창구에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우선 출입구 문턱을 제거하고, 응대 창구 높이를 낮추는 한편 손 힘이 적은 고령자들이 손잡이를 잘 돌리지 못하는 걸 배려해 문에 달린 손잡이를 레버식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디자인(보편적 설계)이란?


연령이나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으로 미국의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처음 제안됐으며, “모두를 위한 설계”(Design for All)라고도 함


고령자를 배려한 기업의 이러한 변화는 고령 고객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전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중∙고령 세대 소비트렌드


일본의 은퇴 중∙고령 세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약10%에 해당하는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 및 개호와 같은 복지 위주의 서비스는 시장이 아닌 국가와 지역 사회가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수익성이 높은 상위 약 10% VIP 시장은 이미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초고가의 젊어 보이는 성형시술, 초호화 해외여행 등 은퇴한 VIP 중∙고령층 대상의 고가 특화 상품이 이에 해당).



이제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 패턴을 보이는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건강한 중산층 중∙고령 세대의 소비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이들의 소비 행태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시니어들은 다른 나라 고령자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하며 상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가격과 품질에 민감하며, 젊음을 지향하면서 상품 구매를 통한 자아실현 욕구가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 중∙고령 세대 소비 여력은?


단카이 첫 세대(1947년생)와 국내 베이비붐 세대(1955년생)는 8년 간격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일본 소비시장 변화가 우리나라보다 8년 앞서 진행됨을 의미합니다.


한편,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수준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연금 수급이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입니다. 또한 노후세대의 높은 빈곤율 등을 감안하면 국내 중∙고령 세대 소비시장은 양극화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국내 중∙고령 세대 소비시장은 소비 여력이 있는 건강한 중산층 중심의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동시에 소득 수준별로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 가능합니다.


2년 뒤인 2018년이면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14%를 넘어서는 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소비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시니어 시프트를 대비해 중∙고령 세대의 새로운 소비트렌드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면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김치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