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서늘한 기운이 감돌던 11월의 두 번째 목요일은 어느새 쌓인 낙엽들의 향기가 깊어가는 가을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을 날씨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던 오페라가 11월 11시 콘서트의 특징이었는데요. 이렇게 멋진 오페라 공연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리아의 릴레이가 이어진 공연이었습니다.
▶아리아의 매력이 아름답게 퍼졌던 스페셜 오페라 콘서트
오페라 천재 로시니의 걸작,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좋은 가게의 반가운 단골손님 같은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이 이번 콘서트의 시작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이번 서곡은 말 그대로 이날 11시 콘서트 오페라 스페셜의 전주곡이었다는 점인데요. 당시 로시니가 오페라 관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자 구성한 곡이기에 그만큼 활기가 차오르는 곡이기도 하죠.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은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 신나는 선율에 절로 흥겨워지는 곡입니다. 로시니가 그 천재성을 충분히 발휘해 13일 만에 작곡한 것으로도 유명한 이 곡은 당시 라이벌 작곡자였던 파이시엘로의 팬들이 공연을 방해하는 바람에 초연은 좋지 않았지만, 이후에 얻은 인기는 라이벌 이름이 잊힐 정도의 성공으로 이어졌죠.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금난새&유라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18세기 스페인 세빌리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오페라 희극입니다. 이 오페라는 본래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가 3부작으로 구성한 희곡을 다시 가극으로 옮긴 것인데요.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세빌리아의 이발사>이며, 내용상 이어지는 후편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실제 작품의 발표는 모차르트의 것이 먼저였지만요.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는 주인공 피가로가 자신과 배경을 소개하며 부르는 곡입니다. 동네에서 이름난 이발사인 동시에 온갖 문제의 해결사이기도 한 피가로가 온 동네가 사방에서 자신을 찾는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 유쾌한 곡은 바리톤 남성 가수의 곡이기도 한데요.
남성 음역에서 가장 낮은 음역의 베이스와 높은 음역의 테너 그 중간에 위치하는 굵으면서도 화려한 목소리가 바리톤의 특징인데요. 이날 바리톤을 맡은 성승욱 성악가의 시원하면서도 유쾌한 호흡이 본격적인 오페라의 시작이었습니다.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 김동규>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 목소리’
극 중 아름다운 여주인공 로지나는 그녀에게 푹 빠져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린도로에게 화답을 하는데요. 정결한 노랫말과 아름다운 노래의 이 곡은 본래 메조소프라노를 위해 쓰인 곡이지만 그렇게 공연하기가 까다로워 보통 소프라노 음역으로 불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이번 11시 콘서트에서는 메조소프라노로서 큰 인정을 받는 백재은 성악가가 무대에 올라 원곡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방금 들린 그 목소리’ 임선혜>
모차르트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서곡
두 명창의 열띤 공연이 있고 나서 이어진 곡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였는데요. 원래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빈에 있을 당시 실제 일어났던 일을 토대로 꾸민 난센스 코믹 극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의 이 제목은 극 중 인물의 대사이기도 한데요. 내용과 소재는 여성의 장난스러운 바람기를 다룬 것으로 대체로 고풍스러운 오페라와 달리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여 대중적으로 큰 인기와 호응을 얻은 작품이기도 하죠.
오보에와 플루트 등의 관악기와 바이올린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 이 곡은 이날 지휘를 도맡은 김덕기 지휘자의 유연하면서도 부드러운 지휘와 함께 다양한 협연으로 높은 신뢰를 받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짜임새를 연주하며 다음 오페라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습니다.
<마시모 자네티&NHK교향악단>
<코지 판 투테> 중 ‘곧 나는 충실한 님의 팔에 안기게 되리라’
베르디와 모차르트 오페라에서의 열연으로 잘 알려진 명창 김성혜 성악가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테너 김동원 성악가가 오페라의 2막에서 연인들을 시험하다 서로 얽히듯 감정을 호소하는 남성 페를란도와 여성 피오르딜리지로 변해 2중창을 불렀는데요. 본래 오페라의 순서와는 다르게 구성하여 이날 11시 콘서트에서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멋진 열창과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가미되니 마치 원래 곡의 흐름과 순서인 양 관객들은 푹 빠져서 멋진 앙상블에 뜨거운 갈채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콘서트 1부가 마무리되었죠.
<‘곧 나는 충실한 님의 팔에 안기게 되리라’ 롤란도 비야손, 마리아 벤손>
인터미션을 마치고 다시 박종훈 해설가의 2부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이어졌는데요. 평상시의 11시 콘서트와 달리 1부에 한번, 2부에 한번 딱 두 번의 해설만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도 무척 이색적이었지만 그만큼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해설이 더욱 오페라 아리아와 관객의 사이를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벨칸토 오페라의 매력,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노래를 뜻하는 ‘벨칸토’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널리 유행했던 화려한 기교의 창법입니다. 빠른 박자로 노래하면서도 그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깨끗하게 이어 부르는 것이 특징이기도 한데요. 도니제티의 이 곡이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적인 아리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운한 자금 사정에 쫓기면서도 너무나 뛰어난 아리아를 만든 도니제티의 해당 오페라는 비극적인 이름과 달리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합니다.
<광란의 아리아, 조수미>
유일하게 오페라화된 <로미오와 줄리엣> 중’아 떠올라라 태양이여’
항상 낯설면서도 재미있는 음악 상식을 전해주는 박종훈 해설가의 안내에 따르면 수많은 작곡가가 다양한 형식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악극화에 도전했으나 구노의 것이 유일하게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 되었다죠.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바치는 심야의 아리아 ‘아 떠올라라 태양이여’를 깔끔한 테너의 음역으로 김동원 성악가가 부르니 어느새 무대는 별이 빛나는 밤처럼 그윽해지더군요.
<아 떠올라라 태양이여, 김재형>
11월의 11시 콘서트는 오페라의 구성도 환상적이었지만 그 구성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 오페라나 클래식이 낯설 수 있는 관중에게도 참 친절한 음악의 교과서처럼 성악의 여러 파트를 소개하듯 꾸며진 훌륭한 음악 교실이기도 했습니다.
한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워줄 12월의 11시 콘서트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과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이 겨울의 차가움을 잊게 해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김태형 연주자와 유럽의 실력파로 손꼽히는 이지혜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를 찾는다니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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