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가을이 서둘러 온 티를 내는지 10월 13일 목요일은 약간은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예술의 전당 주변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10월의 11시 콘서트는 평소보다 약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드보르작의 무곡부터 베토벤의 운명, 그리고 뜻 깊었던 앙코르곡에 이르기까지 풍성하고 따뜻한 연주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빚어낸 아름다운 협연 무대
체코 춤곡의 명작, 드보르작 슬라브무곡 Op.46-8 g단조
오프닝과 앙코르 어느 쪽에서도 인기가 높은 곡, 드보르작의 슬라브무곡이 이번 11시 콘서트의 시작이었는데요. 9월 11시 콘서트의 앙코르가 브람스의 슬라브무곡이었다는 점에서 9월에 이어 다시 11시 콘서트를 찾아주신 관객에게는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브람스와 드보르작은 의외로 인연이 깊은 인물입니다. 스메타나로 이름을 날리기 이전까지 드보르작은 갖은 고생을 하던 중 음악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이었던 브람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브람스는 젊은 시절 슈만이라는 걸출한 음악가에게 그 재능을 인정받아 많은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슈만이 브람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것 처럼, 브람스 또한 드보르작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유명한 음악출판업자들에게 드보르작을 직접 소개하는가 하면 자신감이 다소 떨어져 있던 드보르작의 음악을 누구보다도 열렬히 좋아해 주고 기운을 돋아주었죠. 결국 용기를 얻은 드보르작은 체코 춤곡을 기반으로 한 무곡을 자신 있게 만들었고 그렇게 태어난 슬라브 무곡은 드보르작의 음악사를 열어줬던 거죠.
<영상 : 슬라브무곡 Op46 8번곡,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하모닉>
음악 해설자로 등장한 박종훈 피아니스트가 나타나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질문 하나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지만 왜 굳이 콘서트홀을 찾게 되는지 그 이유를 물은 것인데요. 박종훈 피아니스트는 무대에서 진행되는 연주는 같은 음악 같은 사람이라도 매일 매 순간이 다르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녹음 재생된 음악이 있음에도 관객들이 그 연주와 무대를 찾는 이유인 것이죠. 이렇듯 친절하면서도 감성적인 해설과 철학이 곁들여져 이날의 11시 콘서트는 오프닝부터 앙코르까지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날은 오랫동안 국립경찰교향악단 단장 활동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강창우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아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절도있는 모습으로 힘차고 박력 있는 연주를 들려줬답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기교와 서정, 곽안나가 연주한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 14번 1악장
이어지는 두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국내의 클래식 마니아라면 참 익숙하고 반가운 바이올린 연주자 곽안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번호 14번을 들려주었는데요.
당시 브리셀리라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위해 바버가 협주곡을 작곡하였는데, 바버가 바이올린 연주부에 어려운 테크닉을 깃들여 작곡한 바람에 브리셀리가 크게 반발하였고, 이 곡이 실제로 연주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심까지 받게 됩니다. 결국, 다른 동료음악가들이 나서 이름과 곡을 밝히지 않은 채 다른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부탁해 연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죠.
이날은 1악장뿐이었지만 곽안나 연주자가 훌륭한 카덴차와 함께 가을에 잘 어울리는 바버의 바이올린 음악을 들려줘 많은 갈채를 받았습니다.
<영상 :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길 샤만&BBC교향악단>
라벨의 왈츠에 대한 찬양 - 라 발스
세 번째 프로그램을 앞두고 박종훈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왈츠의 특징과 당김음에 대해서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었는데요.
그 덕분에 청중들은 더 쉽게 라벨의 곡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라 발스(La Valse)라는 곡명 자체가 왈츠라는 뜻인 이 곡은 라벨이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빈의 아름다운 시절과 왈츠를 그리며 만든 발레 음악입니다. 전쟁 직후 유럽문화의 몰락에 대해 슬퍼하던 라벨의 애상이 깃든 만큼 남다른 상징성도 있는 곡이었습니다.
<영상 : 라벨의 라 발스 – 정명훈 &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인터미션 뒤에는 조금 특별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배우 정영숙 씨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예정인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를 소개하며 행운의 당첨자를 찾아 무료 예매권을 선물했는데요. 예술의 전당에서는 클래식 공연 외에 다양한 예술공연들이 함께 열리다 보니 이런 행운의 기회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벤트가 끝나고 시작된 2부 프로그램은 모두 베토벤 음악으로 꾸며졌는데요. 첫 곡은 곡의 구성상 무대에서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3중 협주곡, 두 번째 곡은 또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되려 만나기 어려운 5번 교향곡 '운명' 이었습니다.
베토벤 - 피아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 C장조 Op.56
곡 시작 전부터 박소연 피아니스트, 서민정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지 첼리스트가 함께 무대에 오르자 그야말로 기대에 찬 환호가 무대를 메웠는데요. 이윽고 연주된 곡은 단 한 악장이었지만 너무나 뛰어난 세 연주자의 협연 덕에 베토벤 특유의 선율과 매력이 귓가를 황홀하게 만든 멋진 순간이 되었습니다.
온화하면서도 아름다운 기풍의 이 곡은 첼로가 먼저 주제를 이끌면 그 뒤를 바이올린이 그리고 피아노가 넘겨받으며 릴레이 하듯 협주하며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특징인데요. 세 연주자는 평소 각기 다른 앙상블 멤버로 활동 중이지만 이날은 오랫동안 한 팀이었던 것처럼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청중들의 뜨거운 열광을 끌어냈답니다.
<영상 : 베토벤 피아노,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 – 바렌보임, 아이작 펄만, 요요마 & 베를린 필하모닉>
베토벤 - 교향곡 제5번 C단조 Op.67 운명
이날 연주된 운명은 베토벤이 해당 곡을 만들 때 '승리'의 의미와 구조를 담아서 작곡했다는 재미난 비화까지 곁들여 4악장 중 1,3,4 악장을 연주해 참 알차고도 만족스러운 연주가 되었습니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음반으로 출반한 바 있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열정적인 연주와 국립경찰교향악단은 물론 유럽의 유수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온 강창우 지휘자의 합이 기가 막히게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영상 :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 정명훈 & 서울시립교향악단>
한껏 달아올랐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듯이 연주된 곡은 엘가의 '수수께끼' 관현악 변주곡 중 9번 곡 '님로드'가 앙콜곡으로 연주되었는데요. 엘가가 그의 아끼던 벗 예거를 위해 만든 이 곡은 그 분위기와 의미 때문에 간혹 추모의 의미로도 쓰이곤 합니다.
곡이 시작되고 나서 무대 중앙의 스크린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어느 청년의 흑백사진이 실렸습니다. 얼마전인 10월 12일 음악 공연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였는데요.
이날의 앙코르는 권혁주(1985-2016) 바이올리니스트의 때 이른 작고를 위로하는 연주였습니다. 몇몇 연주자들은 빨갛게 된 코와 눈시울로 연주해,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객석 또한 그 슬픔을 느끼며 조용한 위로의 갈채를 보내며 공연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찬연하게 푸른 빛을 내뿜다 물들어 그 다음 해의 새싹을 피워내는 가을의 낙엽처럼 권혁주 연주자가 남긴 빈자리는 그의 연주를 좋아했던 이들의 음악으로 다시 채워져 갈 것입니다.
<영상: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 님로드,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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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을 장식할 화려한 오페라의 11월 11시 콘서트. 로시니, 비제, 구노, 베르디 이름만 나열해도 너무나 쟁쟁한 오페라의 거장들이 군포 프라임필하모닉과 함께 할 예정인데요. 이 멋진 공연을 블로그 방문해주시는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행운의 초대권 증정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응모방법 또한 매우 간단해서, 누구든 초대권을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답니다. 우선, 소중한 분들과 함께하실 수 있도록 초대권 신청 댓글을 공개댓글 형태로 남겨주신 후 그 글에 다시 비밀댓글로 성함과 휴대전화번호, 초대권을 받을 주소를 남겨주시면 신청이 완료됩니다. 그럼 11월 11시 콘서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