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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각자 냅시다!’ 영란페이가 만들어 낼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지난여름, 우리 사회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었습니다.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씨가 법안을 최초 발의했다 해서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이죠. 태동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김영란법’.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기각되면서 9월 28일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법안으로 한국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는 중인데요. 접대문화가 달라지면서 금융 모바일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죠. ‘김영란법’이 가져온 변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에도 불구하고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를 벗는 경우가 많아지자 생긴 ‘김영란법’. 이를 추진한 국민권익위원회도 김영란법의 추진 배경을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 근절’ 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자는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계 종사자, 사립학교 임직원과 함께 그들의 배우자까지 무려 400만 명에 달하는데요. 규정된 14가지 부정청탁 유형은 사실상 공공부문 모든 분야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 청탁한 사람과 이를 전달한 사람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죠. 물론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 역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접대문화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김영란법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역시 ‘3.5.10’ 규정이었습니다. 선물, 경조사비 등을 일정 금액 내에서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둔 것인데요. 식사비는 3만 원, 선물비용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이에 외식이나 선물 수요 등이 급감해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반발이 나왔으나, 우리 사회의 낡은 접대 관행을 고칠 좋은 기회라는 의견도 다수입니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조항이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직무와 관련이 있더라도 각자 지불할 경우 ‘3, 5, 10’규정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더치페이’ 문화가 점점 확산되어 요즘 어느 곳에서나 각자 돈을 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더치페이’ 문화가 더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결제 때문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 바로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 내 식당 주인들의 하소연입니다. 여러 명이 다 같이 식사를 한 뒤 한 명이 계산하던 과거와 달리 ‘더치페이’ 문화가 퍼지면서 바쁜 점심 시간 계산대 앞에 줄줄이 늘어선 직장인들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액결제가 늘어 카드 결제 한 건당 액수가 2010년 4만 원에서 2013년 2만 9,000원으로 27.5%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식당 주인들은 운영에 차질이 생기거나, 대기 손님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을 해소할 금융 모바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각 금융사는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시대에 발맞추어 치열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의 90%를 넘어서고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 중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1.3%로 빠르게 늘어나자 이에 대응한 것인데요. 

 


‘김영란법’의 등장 후에는 ‘더치페이’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K은행에서 선보인 모바일 생활 금융 플랫폼은 밥값 각자내기 편한 ‘리브 더치페이’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간편 한 현금 거래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접목시켰습니다. N은행의 ‘올원뱅크’는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송금 가능하고 그룹 송금, 더치페이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W은행의 ‘위비뱅크’ 역시 총비용과 참석자 수를 입력하면 1인당 회비가 자동으로 계산되는 기능이 있는데요. 또,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의 모바일 송금 서비스도 인기죠. 더 빠르고 쉽게 ‘더치페이’할 수 있는 기능은 앞으로도 더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란법’과 ‘핀테크’의 만남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죠. 

 


옆 나라 일본의 경우에도 한때 일본 정치권과 기업인, 관료들 사이에 낡은 접대문화가 성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버블 경제가 한참이었을 때는 골프 접대비가 무려 4조 5,000여 억엔 규모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정치, 관료, 기업들의 식사 접대문화도 변화했습니다. 특히 2005년 경비 처리 한도 5,000엔 규정이 생기면서 더치페이 문화가 뿌리내렸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와리캉’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더치페이.’ 이미 일상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요. 최근 일본에서는 ‘놋테코’라는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매우 비싼 까닭에, 장거리 운행 시 함께 타고 갈 동승자를 찾아주어 부담을 줄여주는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죠. 동승자는 목적지까지 간 후 자신이 낼 금액을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으면 한국에서도 이러한 특별한 ‘더치페이 산업’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더치페이의 유래는 네덜란드가 아니라 영국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사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처럼 상대를 대접하거나 한턱 내는 문화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네덜란드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영국에서 이 단어를 ‘각자 낸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기 시작하면서 의미가 바뀌었다고 하죠. 말 한마디에서 당시 사회와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셈입니다. 합리적인 사고가 자리 잡으면서 한국에서도 부정적 의미를 어느 정도 씻어버리게 된 ‘더치페이.’ ‘영란페이’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문화가 뿌리내리고, 금융 모바일 서비스의 획기적인 변신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