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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브렉시트(Brexit)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자세

걱정하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현지시각 지난 6월 23일 목요일에 치러진 브렉시트 투표에서 영국 투표자들의 과반수가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것이지요. 국민투표 결과, 영국의 EU 탈퇴를 찬성했던 비율이 51.9%이고 잔류를 지지했던 비율이 48.1%로, 탈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브렉시트가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방심했던 전 세계는 영국의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죠. 



 브렉시트 vs 브리메인…EU 탈퇴로 결론   


브렉시트(Brexit)는 영국(Britain)의 EU 탈퇴(Exit)를 뜻하는 합성어로, 올해 가장 핫한 용어가 됐습니다. 영국(Britain)의 EU 잔류(Remain)를 의미하는 브리메인(Bremain)과 격렬하게 대치했죠. 사실 국민투표 당일까지도 탈퇴와 잔류를 지지하는 입장은 그야말로 팽팽하게 대립했던 터라, 그 결과를 쉽게 가늠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대다수 전문가와 정책결정자들이 브렉시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봤을 때 EU잔류가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성적으로만 행동하지는 않았고, 결국 브렉시트는 실현되었습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연령대별로, 학력별로, 소득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상이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지역별로는 웨일즈와 잉글랜드는 탈퇴가 우세했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잔류가 많았다고 하네요. 또한 잉글랜드 안에서도 런던에서는 EU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EU 잔류보다는 탈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득별로는 고소득층 보다는 저소득층이 브렉시트를 지지한 것으로 나왔답니다. 연 소득 평균 2만 3,000 파운드(한화 약 3,600만 원) 미만인 저소득 지역에서는 23%만이 EU 잔류에 손을 들었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의 탈퇴 지지는 86%에 달했다고 하네요. 학력별로는 고학력층은 브렉시트 보다는 브리메인을, 저학력층은 브리메인 보다는 브렉시트를 선호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럽연합(EU), 70년 만에 분열되다


그렇다면 전 세계가 영국의 EU 탈퇴에 이렇게도 막대한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럽연합(EU)은 유럽 회원국들 간의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연합이죠. EU는 1946년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스위스 취리히 연설에서 하나의 유럽을 강조한 데서 기원을 두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처칠의 후예들이 이제 막 EU 탈퇴를 선언한 것이죠.  


이후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적 협력을 적극 추진했고, 그 결과 1958년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가 창설됐습니다. 당시에는 벨기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6개 회원국이 전부였죠. 초기의 관심사가 순전히 경제적 이슈에 맞춰져 있었다면, 점차 기후, 환경, 복지, 외교, 안보, 이민 등 정치적 이슈로 자연스럽게 확대됐지요. 이 과정에서 유럽경제공동체는 1993년 11월 1일 유럽연합(EU)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했답니다. 


현재 EU 회원국은 28개이며, 독일,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몰타,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등이 해당됩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EU)은 70년 만에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영국인들은 빈부 격차와 주거비 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면서, 이민자 유입과 남유럽 채무국 재정 지원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합니다. 영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EU 내에서 영국의 권한이 줄어드는 데 불만이었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EU 내 다른 국가들도 공유하고 있어, EU 탈퇴가 줄을 이을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죠. 네덜란드에서도 EU 탈퇴 여부를 가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하고,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지에서도 EU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7년에는 독일 총선과 프랑스 대선이 열릴 예정이라, 주요국들의 연쇄 이탈 가능성이 부상할 수도 있겠죠.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회원국들의 탈퇴가 잇따르고 EU가 붕괴될 위험에 처할 경우, 전 세계 경제 정치 사회가 심각한 혼돈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죠.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영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크고, EU 내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큽니다. 무엇보다도 영국은 유럽의 금융 중심지인데요. 영국은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EU 회원국이라는 지위 상실로 인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교역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국제 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이 약화되면서 금융서비스업의 경제 기여도는 축소되고,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면서 생산성도 둔화될 수 있고요. 



영국 재무부도 EU에서 탈퇴하는 2018년 이후, 영국 GDP가 3.6~6.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p 이상 오르고 실업률도 2%p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죠. 이 외에도 집값 하락, 실질임금 감소, 파운드화 약세 등 경제 전반에 가하는 부정적인 충격이 우려됐습니다. 



영국과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던 유럽연합에서 브렉시트의 충격이 가장 크게 감지될 것입니다. 유럽연합은 영국이 이탈함으로써 경제적인 손실도 입겠지만, 응집력 약화로 인한 계량화 하기 어려운 손실이 더 클 수 있겠죠. 더욱이 영국과 유럽연합의 경제 규모가 전 세계의 25%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국가의 경제적 손실은 세계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손실 외에도 금융시장 불안 등의 간접적인 손실도 걱정되고 있고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도 브렉시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EU 탈퇴 결정 공개 직후, 주요국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고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엔화와 달러 가치는 급등했습니다. 엔화 강세는 일본 경기회복에 치명적일 수 있고,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해외 자금 이탈이 우려되며,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어느 국가도 브렉시트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요. 우리나라의 영국 수출 금액은 2015년 기준으로 74억 달러 정도로 집계된다고 합니다(전체 수출액의 1.4%). 그리고 영국으로부터 수입 금액은 61억 달러라고 하네요. (전체 수입액의 1.4%) 주요 수출 품목은 선박, 승용차, 반도체, 항공기 등이고요. 영국과의 직접적인 무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간접적인 파급효과도 감지될 수 있습니다. 


금융 측면에서는 영국계 투자자금 이탈을 경계해야 합니다.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영국 자금이 36.5조 원으로 8.4%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미국(39.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죠.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고 안전자산을 확충하기 위해 국내에서 투자자금을 대거 빼내 간다면,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 질 수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6월 28일 화요일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 빠르게 발표했습니다.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올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10조 원을 포함해 재정보강을 통해 20조 원 이상 돈을 더 푼다고 밝혔는데요. 내수를 자극하기 위해 노후 경유차를 신차로 교체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 주고,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인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의 10%를 환급해 준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중장기적인 불확실성 심화에 대비 


브렉시트는 결정됐지만, 아직 영국이 EU를 탈퇴한 것은 아닙니다. EU 리스본조약에 의하면, 회원국은 자발적으로 탈퇴할 수 있는데, 탈퇴 의사를 표명하고 실제 탈퇴하기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영국은 유예기간 동안 개별국과의 무역 협정이나 관세동맹 혹은 의료복지 등 다방면으로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개별 회원국뿐만 아니라 EU집행위원회, 유럽의회, 회원국 의회 등과 각각 협상하고 동의와 승인을 받아야 하고요.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회원국들이 동의한다면 협상에 대한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고 하니, 브렉시트의 효력은 5~10년 후에 실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브렉시트에 따르는 다양한 영향이 우려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경제도 그렇고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이고, 가장 꺼리는 대상은 불확실성입니다. 브렉시트 이후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불확실한 시대에는 소비나 투자가 줄어들고 안전자산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브렉시트가 EU 분열의 결과이기는 하나, 주요국들이 공조적 대응으로 결속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영국중앙은행이나 유럽중앙은행은 필요 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고 자금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요. 미국은 금리 인상 시기를 좀 더 미뤄둘 수 있겠죠. 일본은행 역시 자산 매입 규모를 확대해 유동성을 확충할 수 있고요. 글로벌 금융시장이 브렉시트 결정 이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도 정책적 대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 큽니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충분히 경계감을 갖되, 막연한 두려움과 지나친 우려는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투자 기간과 투자 대상을 적절하게 분산하고, 안전자산을 확보해 안정성을 보강하는 한편, 그 어떤 위기도 극복해 왔고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잃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 





이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