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올해 들어 더욱 최대 이슈 메이커가 되어가는 중국입니다. 중국 주가는 2014년 초반 이후 올해 6월 고점까지 300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200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넘어서는 아찔한 상승세를 연출했는데요. 그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500포인트 이상이 급락했고 거래가 중단된 주식들도 속출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바람에 우리나라뿐 아닌 세계 증시가 심하게 동요했을 뿐만 아니라 각국 환율들도 들썩이고 원자재 가격마저 출렁거렸는데요. 이렇다 보니 중국 發 세계 경제위기 예측론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 중국 주가의 급락과 관리환율변동제
사실 중국 주가는 최근 급등하기 전에는 수년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해왔습니다. 중국 본토 증시를 대표하는 상해종합지수는 2007년 말 고점 이후 5~6년 동안 2000~3000포인트 사이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중국 증시가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미국과 일본 주가는 세배나 뛰어올랐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주가가 2008년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기는 영 어려워 보였지만 중국 정부의 시장부양책이 계속되자 단숨에 따라잡았고, 이내 증시 과열 불안감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입니다.
환율의 경우, 중국 위안화는 그동안 무척 낮은 변동성을 나타냈는데요. 중국은 위안화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 등락 폭을 제한하는 개념의 관리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외환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당일 기준환율을 고시하고 있는데요. 현재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 폭은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볼 때 ±2%로 제한됩니다.
중국은 10년 전 2005년 7월에 외환제도를 달러페그제에서 지금의 관리변동환율제로 변경한 바 있는데요. 일일 변동 폭은 애초 ±0.3%였다가 2007년 5월에 ±0.5%로 확대됐고, 2012년 4월에 ±1.0%로 다시 늘어난 바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3월에 ±1%에서 ±2%로 확대된 것인데요. 일일 변동 폭을 ±2%로 늘리기는 했지만, 전일 대비 환율 변화율이 0.1~0.5%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쏙쏙 들어오는 경제용어 ▶달러페그제 특정 통화의 가치를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에 연동해 일정한 환율로 교환하기로 정한 환율 제도. 중국은 관리환율변동제를 적용하기 전에 1 달러 당 8.27 위안선으로 고정시킨 바 있음. 환율 변동의 불확실성은 제거되지만 통화 가치가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환율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음. ▶관리변동환율제 환율이 외환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변동되도록 하되 중앙은행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에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시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수준을 관리하는 환율제도로서 고정환율제도와 자유변동 환율제도의 장점을 살린 중간형태임 |
그러다 중국은 지난 8월 11일 달러 대비 위안화의 기준 환율을 6.2298위안으로 제시해, 전날의 6.1162위안보다 무려 1.86%나 높였습니다. 달러 환율이 이렇게 상승하니 위안화의 가치는 평가절하된 것이죠. 이날 위안화의 평가절하 폭은 당연히 사상 최고치로 기록되었죠. 그뿐만 아니라 다음날인 12일에도 1.62%를 절하했고 13일에도 1.11%를 낮춰, 3일 동안 총 4.66%나 평가절하한 것입니다.
▶ 중국 경기부양을 위한 위안화 절하 정책
중국이 이처럼 전례에 없던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경제와 관련해 확산하고 있는 중국 경제 비관론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그동안 중국 정부는 경기둔화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 왔답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그리고 5월에 연이어 시행한 기준금리 인하 정책은 기본이고요. 올해 2월과 4월에는 지급준비율도 떨어뜨렸습니다. 중국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기는 7년 만에 처음이었고요. 현재 중국 기준금리는 1년 만기 예금금리 기준으로 2.0%로 사상 최저 수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4월에는 1조 5,000억 위안(한화 270조 원) 규모로 대출금을 풀기도 했고, 크고 작은 증시 부양책도 꾸준히 내놓았죠.
쏙쏙 들어오는 경제용어
▶지급준비율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비율로, 은행은 중앙은행에 예금의 일부를 예치해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응할 수 있음.지급준비율을 낮추면 시중 은행들의 대출 자금에 여유가 생겨 유동성이 늘어나고, 준비율을 높이면 은행들의 여유 자금이 줄어들어 시중 유동성이 감소하는 효과.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나아질 조짐이 없자 환율정책을 들고 나선 것인데요. 중국 경제지표들을 보면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경제 성장의 주된 동력으로 작용해 왔던 수출 지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죠. 그러니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면 환율 효과에 의해 중국 수출품의 대외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이 다시 늘어나면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환율정책에 희망을 건 것이죠. 그러나 중국 경기 둔화는 대외수출뿐만 아니라 중국 내 소비도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고, 자동차 판매의 저조와 더불어 백화점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 9월 경제 위기설의 부상 원인과 국내 상황
이쯤 되니 중국 발(發)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기상 9월 위기설이 부상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통화가치 평가절하 정책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기에, 추가적인 평가절하에 따라 세계 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까지 맞물리니 더욱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죠. 9월 위기설의 요약은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경제 체력이 취약한 신흥국의 외화 유동성이 고갈되면 또 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달러 대비 브라질 통화가치는 30% 급락했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통화 가치는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우리나라 원화 가치만 해도 올해 들어 8% 가까이 떨어져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인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대중(對中) 수출 감소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처할 수 있는 처지기도 하죠.
▶ 지금은 자산 배분과 투자현황부터 확인 점검해야 할 때
현재 시점에서는 9월 세계 경제위기설을 전적으로 확신할 수도, 전적으로 일축할 수 도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들이 산재해 있고 또 심화하여가는 것은 사실이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는 것도 설득력 있습니다. 다만 세계 각국이 내놓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기에는 이르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시기상 연기될 여지도 남아 있거든요.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외화 보유액을 확충하고 단기 외채비율도 줄였으며 국가 부채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은 아닌 상태입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현시점에서 투자자 여러분은 자산배분 현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 자산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지는 않은지, 특정 자산에만 집중적으로 투자된 것은 아닌지, 안정성과 수익성은 균형적으로 추구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겠죠. 또한, 장기적으로 꾸준히 분산 투자하는 것이 자산을 운용하는 바람직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시장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국내 채권 금리도 동반 상승할 수 있습니다. 채권(혹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은 금리가 오를 때는 수익이 줄어들거나 일시적으로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런 상황에서의 단기 매매는 적합하지 않겠죠.
또한, 주가가 일방적으로 오를 수만은 없는 것처럼 지속해서 떨어지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투자 방법에 따라서는 이 같은 변동성이 오히려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적립식 투자 혹은 월납 투자는 주가가 하락할 때 더 많은 주식을 보다 싼 가격에 더욱 많이 살 수 있으니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 심리를 극복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사례를 볼 때도 주가가 폭락하는 동안 꾸준히 이뤄졌던 월납 투자가 되려 수익률을 높이는 기회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주가 변동이 클 때는 꾸준한 월납 투자가 수익률이 높다
2007년 11월부터 2009년 9월 사이 코스피는 2000포인트를 넘어섰었지만, 그 이후 900선까지 떨어진 이후 다시 1600포인트를 회복했습니다. 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기간 매월 1일 100만 원씩 적립한다고 가정할 때, 2007년 11월 1일(코스피 2063포인트) 단 한 차례 투자금을 납입한 뒤 2009년 9월 말(코스피 1967)까지 유지했다면 수익률은 -18.9%로 계산됩니다. 또한, 2007년 11월부터 2008년 1월(코스피 1853)까지만 적립하고 2009년 9월 말까지 유지하면 수익률은 -13.6% 가 됩니다. 2007년 11월부터 2008년 10월(코스피 1439)까지 적립하고 2009년 9월 말까지 유지하면 수익률은 -1.50%로 집계되는데요. 만약 2007년 7월부터 2009년 9월 초(코스피 1623)까지 적립했다면 수익률은 15.0%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도 꾸준히 투자해 매입 주식 수를 늘린 영향이지요.
단기 자금은 수익 극대화 보다는 변동성의 위험을 줄이고, 장기 자금은 일일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도모하는 자세에서 투자자 여러분이 좋은 결과를 얻으시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