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답답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코스피가 올 여름 오랜만에 시원하게 상승했습니다. 코스피는 2011년 8월 초 이후 3년간 2050 포인트에 안착하는데 번번이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2100 포인트에 육박하면서 2050 선을 쉽게 내주지 않고 있으니까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경기부양 정책과 금융시장 활성화 정책, 그리고 이런 정부 정책에 부응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르느냐 내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다면 지금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해 코스피가 2100은 물론이고 2200 포인트마저 뛰어넘고 심지어 3000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이전의 박스권(주가가 일정한 가격폭 내에서 오르내리며 그 상한선과 하한선을 깨지 못하는 양상)으로 내려앉을 것인지, 주가 변동을 예측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스피는 그야말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요한 사실은 그 누구도 주가를 정확하게 전망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주가 전망은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인데, 인간인 우리가 미래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물론 장기적으로 주가의 향방은 경기와 기업 실적 그리고 금리 등과 같은 경제, 산업, 기업 관련 변수에 따라 결정됩니다. 정부의 정책이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요. 그러나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심리적인 변수들도 작용하는데요. 다양한 요인으로 수급 불균형이 야기돼, 이해할 수 없는 주가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엄청난 시간을 투입해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주식시장도 월드컵처럼 예언자 문어라도 있으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데요. 사실 증시에서도 예언자 문어 같은 믿거나 말거나 참신한 예측 지표들이 있어요. 이론적인 배경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도 아니면서, 신뢰할 만한 학설에 기반한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재미로 보는 주가 예측 지표들을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홀수 해 주가는 짝수 해보다 크게 오른다?
언젠가부터 국내 증시에서는 홀수 해를 앞두고 막연한 기대심리가 생기곤 했답니다. 코스피는 홀수 해인 지난 1987년에 한해 동안 무려 92.6% 급등했고, 1999년에는 82.8% 올라 사상 최대의 상승률을 기록했지요. 또한 짝수 해인 2000년에는 50.9% 하락했다가 홀수 해인 2001년에 다시 37.5% 반등했고, 2002년에 9.5% 내렸으며 2003년에는 29.2% 상승했고요. 게다가 2008년에는 40.7% 급락했는데 2009년에 49.7% 급등하는 등 코스피가 짝수 해에는 부진하고 홀수 해에 선전하는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80년부터 2013년 사이의 34년 동안 연간 코스피 변화율을 보더라도 홀수 해가 짝수 해보다 나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간 17년의 짝수 해 동안 코스피는 총 11번 상승했고(1980년, 1984년, 1986년, 1988년, 1992년, 1994년, 1998년, 2004년, 2006년, 2010년, 2012년), 17년의 홀수 해 동안 코스피는 총 12번 올랐는데요(1981년, 1985년, 1987년, 1989년, 1993년, 1999년, 2001년, 2003년, 2005년, 2007년, 2009년, 2013년 등). 무엇보다도 짝수 해에는 연 평균 7.9% 상승하는데 그친 반면, 홀수 해에는 연 평균 21.2%나 올랐던 것이죠.
시기를 1998년 이후로 압축하면 “짝수 해 부진 홀수 해 선전”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1998년부터 2013년 사이의 16년 동안 8번의 짝수 해에 코스피는 5번 상승했지만, 8번의 홀수 해에는 한 해만 제외하고 7번이나 올랐으니까요. 무엇보다도 1998년 이후 8번의 짝수 해에 코스피는 연 평균 0.75% 떨어진 반면, 8번의 홀수 해에는 연 평균 34.4%나 상승했답니다.
2015년 홀수 해를 앞둔 상황에서 과거 홀수 해 주가가 짝수 해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홀수 해의 선전은 금융위기와 연관돼 보입니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로 주가가 폭락한 이후 1999년에는 위기 극복과 함께 주가가 급등했고, 2000년 닷컴버블 붕괴로 세계 주가가 동반 하락한 이후 2001년에는 저가매수세 속에 코스피가 반등했지요.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한 이후에도 2009년 각국의 공조적 노력으로 코스피는 세계 증시와 동반 상승했고요.
일반적으로 한 해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그 다음 해에는 주가가 상승하고, 또 주가가 크게 상승한 다음 해에는 주가 오름세가 주춤해지게 되면서 홀수 해가 비교적 높이 오를 것으로 추측합니다.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 증시의 역사가 길지 않은 상태라 일부 홀수 해에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 전체적인 평균치를 부풀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홀수 해에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걸게 되는 심리는 어쩔 수 없겠죠?
▶미식축구 우승팀이 미국 증시를 예측한다?
앞으로의 주가 향방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해외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 증시에는 수퍼볼(Super Bowl) 지표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죠. 수퍼볼(Super Bowl) 지표는 수퍼볼 징크스라고도 하는데요. 수퍼볼은 미국인들이 절대적으로 열광하는 스포츠 게임으로, 매년 2월 초 일요일에 프로미식축구 우승 팀을 가리는 행사입니다. 수퍼볼 경기는 미국 내 시청률이 70%를 넘어서고 천문학적인 광고 수입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수퍼 빅매치인 셈이죠. 해외에서는 이 어마무시한 인기를 자랑하는 수퍼볼로 주가를 예측하는데요. 바로 그 해 우승컵이 어느 팀으로 돌아가는지를 보고 그 해 주가를 예측하는 ‘수퍼볼 지표’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에요.
수퍼볼은 일요일 하루 한 번의 게임으로 승부를 판가름 하는데요. 그래서 이 날을 “수퍼 선데이”(Super Sunday)라고 부르죠. 수퍼볼은 1967년에 시작된 전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National Football League)로, 미국의 양대 풋볼 리그인 내셔널풋볼컨퍼런스(NFC, National Football Conference)와 아메리칸풋볼컨퍼런스(AFC, American Football Conference)의 우승팀이 맞서 챔피언을 가립니다. 프로미식축구는 내셔널풋볼컨퍼런스(NFC)와 아메리칸풋볼컨퍼런스(AFC)로 분리돼 있어서, 각 컨퍼런스에 소속돼 있는 팀들끼리 경기를 치른 후에 각 컨퍼런스의 우승자가 수퍼 선데이에 맞붙는 것이죠.
수퍼볼 지표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내셔널풋볼컨퍼런스(NFC) 소속 팀이 우승한 해에는 강세를 구가하고 아메리칸풋볼컨퍼런스(AFC) 소속 팀이 우승한 해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결과를 보여줬다고 하네요. 수퍼볼이 시작된 1967년 이후 NFC 소속팀이 우승컵을 가져간 해에는 주가가 상승하고 AFC 소속 팀이 우승한 해에는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인데요.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수퍼볼이 시작된 1967년 이후 2013년까지의 47년 동안 35번이 적중해 75%에 육박하는 적중률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물론 지난 2008년에는 NFC 소속 팀인 뉴욕 자이언츠가 AFC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승리를 거뒀지만, 그 해 미국 주가는 41% 폭락하는 불일치도 있답니다.
올해 2월 수퍼볼에서는 NFC 소속 시애틀 시호크스가 AFC 챔피언인 덴버 브롱코스와의 한판 승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주가 상승을 고대하고 있는 덴버 브롱코스 팬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보름달과 초승달, 달의 주기에 따라 투자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달의 주기가 증시 예측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답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고 보름달이 다시 초승달이 되는 달의 한 주기는 28일 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및 유럽 주가는 달의 주기와 매우 높은 상관성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주가는 초승달이 뜰 때 대략 저점을 찍고 이후 보름달이 뜰 때까지 14일 동안 상승세를 구가하다가, 보름달이 될 무렵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14일 동안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요.
영국의 금융전문지 머니위크의 보도에 의하면, 한 달에 두 번 즉 초승달에 주식을 매수하고 보름달에 매도하는 것만 반복하더라도 괜찮은 수익을 낸다고 하는데요. 영국의 주가지수인 FTSE 100을 기준으로 할 때, 1984년에 1,000 파운드를 투자해 매월 “초승달 매수 보름달 매도”를 반복했다면 2010년에는 12,116 파운드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보름달 매수 초승달 매도”를 반복했다면 1,000 파운드는 불과 2,036 파운드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1984년에 사서 2010년까지 보유만 했더라면 그 절반 정도인 5,130 파운드가 되었다고 하고요.
여기에는 생물학적인 설명도 덧붙여지는데요.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에도 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초승달 일 때에는 세르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보름달 일 때에는 세르토닌 분비가 늘어나서 시장을 바라보게 되는 투자자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긍정의 호르몬이 증가해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긍정 호르몬이 감소해 부정적인 심리가 고개를 들면서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물론 이 같은 투자전략을 신뢰할 것인지의 여부는 투자자의 몫이지만, 이제는 주식 투자를 위해서는 천문학이나 생물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나 봅니다.
결국 주가 향방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변수를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그만큼 주식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주는 것이기도 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도 없고 이론적 배경도 없는 예측 지표들이 비교적 높은 적중률을 보여주는 이유는 과거에 반복됐던 패턴이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실제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가 영향을 넘어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믿거나 말거나 재미로 보느 주가 예측 지표를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속설로 주가를 예측하고, 투자 가이드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주식에 한 층 쉽게 다가가는 역할은 톡톡히 할 수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