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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유럽금융의 중심지, 프랑크푸르트 여행


“올해는 테마가 있는 그랜드 투어 어때?” 설레는 휴가철, 해외로 여행계획을 짠 K 씨는 동료의 말에 호기심을 느꼈는데요. 매번 여행사 가이드를 따라 정해진 코스만 도는 ‘깃발여행’에 식상함을 느껴 고민하던 차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그랜드 투어’란 17세기부터 18세기 초까지 유럽 젊은 귀족의 자제들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떠났던 여행을 뜻하는데요.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17세기에 가정교사로 이름을 떨쳤던 리처드 러셀스! 그는 젊은이들이 세계의 경제와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는 그랜드 투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맛집 투어와 쇼핑, 겉핥기식 유적지 탐방에 지루함을 느낀다면 올여름에는 ‘금융’을 테마로 ‘나만의 그랜드 투어’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금융’을 테마로 떠나는 여행의 최고봉은 바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입니다.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경제 수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요. 유럽의 금융정책을 지휘하는 ‘유럽중앙은행’이 있고, 최상급의 박물관들이 모여있으며 달콤한 사과와인 등 먹거리로도 이름난 관광지입니다. 특별한 여행을 고민하시는 분들, 지금 ‘프랑크푸르트’로 함께 떠나볼까요?



유럽중앙은행에는 '수퍼 마리오'가 산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첫 여행지! 바로 ‘유럽중앙은행’입니다. 유로 지폐에 새겨진 유로화 마크가 위풍당당하게 자리한 유로타워, 보이시죠? 2000년 창설된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 관해 의견을 모으기 위해 생긴 유럽 연합의 중앙은행인데요. 일명 ‘유로존’이라고 불리는 국가의 통화금융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유럽경제의 베이스캠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의 통화 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8년. 그 후 1999년 1월 1일부터 유로화가 공식적으로 도입되어 2002년부터 통용되기 시작했죠. 현재는 18개 국가의 약 3억 2천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유로존 안에 속해 있습니다.





이 기구에서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회원국 중앙은행과 함께 유로 지역의 통화정책을 정의하고 시행하고 있답니다. 또 외환업무와 함께 회원국의 공적 외환보유액 관리 역할을 담당하고요. 이 유럽중앙은행의 총재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에 이어 ‘세계 2대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현재는 ‘마리오 드라기’가 제 3대 총재로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재무장관시절 적자로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 경제를 구해냈다고 하여 ‘수퍼 마리오’라는 별명까지 얻은 인물이라고 하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2011년에는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로존의 많은 회원국이 심한 몸살을 앓았는데요. 이런 위기 속에서도 독일은 튼튼한 산업경쟁력을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EU는 우리나라의 세 번째 수출 시장 인만큼, 유럽경제 상황은 한국경제와 결코 무관할 수 없겠죠? 이번 달 7일 열릴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겠어요. 





▶ 유로존(Eurozone : 유로 사용 지대)
국가 통화로 유로를 도입해 사용하는 국가나 지역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이 이 구역 내의 통화 정책에 책임을 맡고 있죠.

유로에어리어(Euroarea)나 유로랜드(Euroland)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프랑크푸르트의 비단상인, 뢰머 광장에 머물다 



프랑크푸르트 또 하나의 명소는 ‘뢰머 광장’인데요.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의 구시가지 중앙에 위치한 이 광장은 유럽중앙은행 다음으로 관광객들이 꼭 찾는 장소이죠. 고대 로마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역사적 사실 때문에 ‘로마인’을 뜻하는 ‘뢰머’라는 이름이 광장에 붙었는데요. 잘 보존된 15~18세기 건물들이 몰려있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유럽 역사를 한 몸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광장 중앙에는 구시청사와 오스트차일레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구시청사는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대관식을 마친 후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던 곳이며 이곳에서 프랑크푸르트 최초의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 맞은편에서는 독특한 목구조 건축물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이곳이 바로 15세기 많은 비단상인들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오스트차일레입니다. 뢰머 광장에는 이러한 중세풍 건축물들도 있는 반면, 주변으로는 150개가 넘는 외국계 은행과 독일 증권거래소 등이 늘어서 마천루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러한 대비를 보고 있자면, 15세기 비단상인들의 모습과 유럽경제의 핸들을 쥔 독일의 모습이 겹쳐지며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독일의 '검소함', 마인 강 벼룩시장에서 직접 느끼다!  



“세 명 이상 모여야 성냥에 불을 붙인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많은 분이 독일을 떠올리면 검소함과 합리성을 연상하게 되는데요. 실제로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재건을 위해서 이렇게 검소한 태도를 가지고 생활했다고 해요. 이러한 독일의 특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 있죠. 바로 유럽중앙은행 근처 마인 강 변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입니다. 근처에 사는 현지인들이 산책 겸 자주 찾는 마인 강 변을 걷다가 남쪽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이 벼룩시장을 만날 수 있는데요. 독일인들이 직접 자신들이 쓰던 물건들을 늘어놓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앤틱한 느낌의 접시나 가구부터 손떼 묻은 인형까지! 벼룩시장을 구경하다가 허기가 진다면 저렴한 프레츨이나 독일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로 배를 채울 수도 있는데요. 보통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2시에 철수를 시작한다고 하니 여행계획을 세울 때 꼭 체크해 봐야겠죠?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체인 슈퍼마켓 ‘ALDI’의 창시자인 칼 알브레히트는 독일에서 2위, 세계에서는 35위의 부호였다고 하는데요. 사망 후에도 소박한 가족장만을 치뤘다고 하죠. 이러한 독일인들의 검소함, 마인 강 벼룩시장에서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거예요. 



사과향 가득한 버스 투어, 아펠바인 익스프레스 타고 괴테 하우스로! 



뢰머 광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맛본다는 프랑크푸르트 명물 사과와인! 이를 도심 관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차투어가 있는데요. 바로 아펠바인 익스프레스입니다. 아펠바인이란 바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름난 ‘사과 와인’의 이름인데요. 이 관광전차는 뢰머 광장을 가로질러 일반 버스정류장에서 탑승할 수 있고, 8유로 정도면 사과 와인(아펠바인)과 프레츨을 맛보면서 전차에 앉아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열차로 시내를 둘러봤다면 그다음으로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죠. 바로 ‘괴테 하우스’인데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생가를 그대로 보존하여 전시회장으로 만든 곳입니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 만한 작은 요소도 놓치지 않는 독일의 섬세한 태도가 인상적이죠? 괴테 또한 1년 9개월이나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타국의 문화와 예술, 경제 등에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요. 이때 지인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기행문을 남기고, ‘이탈리아 기행’이라는 명작을 남기기도 했죠. 프랑크푸르트로 떠난 ‘금융’ 그랜드 투어에서 만난 괴테, 그 호기심과 모험심에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여행길에 나설 때마다 매번 공감하게 되는 문장이죠? 이렇게 테마를 정해 꼼꼼한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난다면, 멀게 느꼈던 세계의 경제와 금융이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돌아온 후 한층 성장한 자신을 느낄 수 있는 여행, 이번 휴가를 통해 계획해보세요! 









이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