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융

지폐 속에 숨겨진 맛있는 역사 이야기




우리가 평소에 흔하게 쓰는 지폐. 지폐는 물건이나 금융 거래를 위해 사용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다양한 역사 속 사건과 에피소드가 숨어 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지폐만 가지고도 세계사 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 지폐 속에 숨겨진 재미난 사실과 에피소드. 맛보기로 몇 가지 소개해드릴게요. 




 이 세상엔 100조짜리 지폐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행된 화폐 중에서 가장 금액이 큰 화폐는 1923는 독일에서 발행된 100조 마르크 지폐입니다. 100조(100,000,000,000,000)라고 하면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조 단위라고 해서 굉장히 큰 금액 같겠지만 사실 이 당시의 100조 마르크는 100달러 정도의 가치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무렵 빵 한 조각은 800억 마르크, 쇠고기 한 조각은 9,000억 마르크였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출처: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1914년부터 4년간 계속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 독일은 전쟁에서 이긴 나라에게 어마어마한 액수의 배상금을 갚아야 했습니다. 돈이 부족했던 독일은 배상금을 갚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습니다. 돈이 늘어나자 당연히 돈의 가치는 떨어졌고 물가는 계속 폭등했죠. 물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자 독일 정부는 결국 1923년 11월에 새 지폐를 발행했고, 이 때 100조짜리 지폐도 나오게 됐습니다. 독일은 새 지폐와 옛 지폐를 1대 1조 마르크의 비율로 강제로 교환했죠. 이렇게 화폐 개혁을 통해 독일은 점차 통화 가치가 안정됐고 결국 암담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100조짜리 지폐는 통화량이 늘어나면 돈의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 국민의 염원이 담긴 캐나다 지폐 



지폐에는 보통 각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나 상징물을 이미지로 넣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지폐는 다른 지폐와는 조금 다르게, 캐나다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캐나다는 북아프리카 대륙의 40%를 차지하는 넒은 영토를 가졌지만 한 때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67년 자치령이 된 후 1931년에 와서야 공식적으로 독립을 했죠. 


아픈 역사의 흔적을 극복이라도 하려는 듯, 캐나다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자국민들의 고유문화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노력에는 화폐도 포함되어 있었죠. 캐나다는 1986년에 새로운 지폐를 발행했는데요. 이 지폐에는 물총새, 아비새, 흰올빼미 등 캐나다의 새가 그려져 있습니다. 캐나다는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인종과 민족을 초월한 캐나다의 자연을 지폐의 도안으로 채택한 것이죠. 그러다 2001년에 지폐의 디자인을 바꿨습니다. 10달러 지폐 뒷면에는 새 대신 캐나다 국민이 기도를 하는 듯한 모습의 도안이 그려져 있죠. 세계평화를 바라는 캐나다의 염원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담긴 지폐. 참으로 멋지지 않나요?

▶ 세계평화의 염원이 담긴 2001년 캐나다 지폐 (보러 가기)




▶ 미국의 지폐가 ‘달러’가 된 사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폐는 미국 ‘달러’죠. 그런데 왜 달러는 ‘달러’라고 불리게 됐을까요? 그리고 달러(Dollar)는 D로 시작하는데, 달러 표시($)는 왜 S로 하는 걸까요?

달러의 기원은 15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519년 체코 보헤미아의 세인트요아힘스탈 지방에서 생산된 은으로 만든 은화를 ‘요아힘스탈러(Joachimsthaler)’라고 불렀습니다. 이 은화는 유럽에서 아주 인기가 많았고, 긴 이름을 줄여 ‘탈러’라고도 불렀죠. 탈러는 사용되는 나라마다 발음이 조금씩 달랐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다렐’, 스페인에서는 ‘다레라’라고 했습니다.

한편, 1776년에 독립선언을 한 미국은 1783년 파리 조약에서 독립이 승인될 때까지 자체적인 화폐제도가 없었습니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의 외국 화폐를 사용하고 있었죠. 이 때 가장 많이 사용된 화폐가 스페인 은화였습니다. 그래서 미국 의회는 1785년, 스페인 은화 ‘다레라’의 영어식 발음인 ‘달러’를 미국의 화폐 단위로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지폐가 ‘달러’로 불리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달러를 뜻하는 기호($)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사용됐던 스페인 은화에 두 개의 헤라클레스 기둥을 둘러싼 S자 모양의 장식용 리본이 있었는데 이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고, 스페인 국왕의 문장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죠. 분명한 건, ‘달러’의 발음과 기호는 모두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는데도 지폐에는 스페인의 영향이 컸던 미국. 흥미롭지 않나요?


<출처: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 유로화에 왜 건축물이 그려져 있을까? 



유로화는 유럽연합의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통의 화폐 단위입니다. 한때는 세계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던 유럽의 국가들이 과거의 영광과 힘을 되찾고자 1992년 유럽연합(EU)을 만들었고, 2002년부터는 유로화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죠. 이 유로화를 만들 때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됐던 것 중 하나가 지폐의 도안이었습니다.

유로화의 도안을 정할 당시 지폐의 앞면에는 건축물의 창이나 문을 그려 넣고, 뒷면에는 유럽 대륙 지도 위에 각 세기를 대표하는 다리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창이나 문은 유럽의 화합과 개방을 상징하고, 다리는 나라와 나라를 연결한다는 의미가 있었죠. 그런데 문제는 어떤 나라의 건물이나 다리를 택할 것 인가였습니다. 당연히 각 나라들은 자기 나라의 것을 넣자고 주장했죠. 긴 논의 끝에 공평하게 유명한 건축 양식을 토대로 새로운 도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5유로 지폐에는 그리스 로마 양식, 10유로에는 로마네스크 양식, 20유로에는 고딕 양식, 50유로에는 르네상스 양식, 100유로에는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특정 국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아닌,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택하기로 기준을 바꾼 것입니다. 유로화 지폐에도 화합의 원리가 숨어 있었네요. 





최근 유로화 지폐는 더욱 강화된 위조방지 기술이 적용돼 새롭게 디자인돼 나오고 있는데요. 2013년에 5유로 지폐가 새롭게 나왔고 올해는 9월에는 새로운 10유로 지폐가 통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폐는 디자인은 바뀌었어도 건축물은 여전히 그려져 있다고 하네요.

▶ 유럽의 건축양식이 그려진 유로화 지폐 (보러 가기



이렇게 지폐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지폐만 본다면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세종대왕,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죠. 한국에는 수많은 위인들이 있는 그 중에서 이들이 그려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의 공통점은 ‘교육’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이와 이황은 조선의 대학자였고, 세종대왕은 교육에 필요한 훈민정음을 창제했으며, 신사임당은 아들 이이를 올바르게 교육시킨 현모양처의 대명사죠. 이렇게 보면,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지폐에 반영됐다고 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