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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조선 최고의 재벌 ‘임상옥’에게 배우는 투자의 지혜




임상옥이라는 인물을 아시나요? 임상옥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상인 중 한 명으로 한 때 조선 최고의 재벌이기도 했습니다. 작가 최인호의 소설 '상도'를 원작으로 재구성한 '상도'라는 MBC 드라마(2001년)에서는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뤄 큰 인기를 끌기도 했었죠. 


임상옥은 정조 3년인 1779년에 의주에 자리를 잡고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을 따라 다니며 보따리 장사를 하던 만상 임봉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평안북도 의주를 근거지로 삼아 중국과 교역을 주도하던 ‘만상’은 황해도 개성을 중심으로 성장한 ‘송상’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 상인집단으로 꼽힙니다. 오늘로 치면 국제무역을 한 것인데요. 이들은 철저히 신용을 바탕으로 장사를 했을 뿐 아니라 현대인들도 놀랄 만한 경영철학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죠. 


임상옥은 스무 살 되던 해 연경으로 장사를 떠나 큰 돈을 벌고, 유곽에 팔려온 장미령이란 여인을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준 뒤 스스로는 상단에서 축출돼 승려가 됐습니다. 나중에 중국 고관대작의 부인이 된 장미령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임상옥은 속세로 나와 재기에 나섰죠.

이후 이조판서라는 든든한 뒷배까지 얻게 된 그는 의주 상인 5명과 함께 인삼무역 독점권을 획득해 거부가 되는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거부가 된 데는 권력 이상으로 현실을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과 철저한 위기관리 자세가 한 몫을 했습니다.

사신단을 따라 그가 베이징에 가서 인삼을 팔려고 하자 베이징 상인들은 일제히 담합해 인삼 가격을 후려쳤습니다. 이때 임상옥은 가지고 간 인삼을 모두 불태워버리겠다고 위협해 원가의 10배나 되는 고가로 파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죠. 이처럼 뛰어난 상인이었지만 그는 위기관리에도 철저해 오늘날 투자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임상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한 번 알아볼까요?


▶ 능력의 20%는 남겨둔다 


임상옥하면 떠오르는 술잔이 있습니다. 바로 계영배(戒盈杯)입니다. 계영배는 임상옥이 절에 있다가 환속할 때 추월암의 석숭 스님은 그에게 건네준 것인데요. 술을 가득 채우면 술이 모두 밑으로 새버리도록 만들어진 술잔입니다. 때문에 이 술잔으로 술을 마시려면 반드시 8할 가량만 따라야 합니다. 과유불급을 보여주는 술잔이죠. 임상옥은 이 잔을 들면서 항상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욕심을 줄이는 게 최고의 상도라고 다짐했습니다. 그 뒤로도 임상옥은 계영배를 곁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부의 비밀이 욕심을 더 내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늘 주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투자도 이와 같습니다.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좋은 투자처가 나오더라도 항상 여력을 남겨둬야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죠. 자산의 일부를 현금이나 예금 등으로 남겨두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스스로를 과신해 능력 이상으로 투자하다가 자금난에 몰려 실패한 사례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습니다. 대조적으로 요즘 두각을 나타내는 우량기업 중엔 능력의 80% 정도만을 투자하고 20%는 항상 여유로 두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계영배 술잔에 담긴 철학을 자금활용에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나의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임상옥이 변무사의 수행원으로 연경에 가서 인삼무역으로 대박을 터트리고 거부가 되자 이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명성이 높아지면 으레 높은 자리를 추천받기도 하죠. 임상옥에게도 이런 기회가 왔습니다. ‘오위장(五衛將)’이라는 벼슬자리에 추천을 받은 것이죠. 오위장은 당시에 군사를 거느릴 수 있는 높은 벼슬 중 하나였는데요. 임상옥은 감투를 쓸 수 있는 영예를 거절했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해 더욱 편하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거절한 것이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뜻에서였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알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이 경계가 투자와 투기를 가른다고도 할 수 있죠. 투기는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나가 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말합니다. 투자도 위험을 감내하기는 하지만 그 위험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고 또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하느냐, 모르는 것을 하느냐가 투자와 투기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임상옥은 장사로 번 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썼습니다. 1832년 임금의 뜻을 받들어 곽산군수가 된 뒤엔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려고 재산을 아낌없이 내놨습니다. 2년 후 의주 일대에 커다란 물난리가 나자 그는 사재를 털어 수재민 구제에 앞장서기도 했고요.

이런 일화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임상옥은 마당에서 솔개가 닭 한 마리를 채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운명이 다하였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빚진 상인들을 모두 불러 모은 후, 모든 빚을 탕감해 주고 금덩이까지 쥐어주어 돌려 보냈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못마땅히 여긴 지인 중 한 명이 그 이유를 묻자 임상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을 소유하려고 고여 두면 물은 생명력을 잃고 썩어 버리는 것이오. 재물도 마찬가지요. 이는 물이 내 것과 네 것이 없는 것과 마찬 가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 것과 네 것이 아닌 재물을 내 것으로 소유하려 하고 있소이다. 내 손 안에 들어온 재물은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외다. 태어날 때부터 귀한 사람 천한 사람, 가진 사람 없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 추한 사람,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은 없는 법이오. 사람은 누구나 저울처럼 바른 것이요. 저울은 어떤 사람이건 있는 그대로 무게를 재고 있소. 아무리 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더도 덜도 아니 정확한 무게로 저울은 가리키고 있는 것이오.

어차피 빚이란 것도 물에 불과한 것,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 갚을 빚이라 하겠는가. 또한 빚을 탕감하고 상인들에게 금덩어리를 들려 보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소. 금덩어리라도 내가 소유하려 한다면 녹이 슬거나 벌레가 먹고 썩어 버릴 것이오.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 또한 상인으로서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을 것이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한 일인데 그것을 감히 횡재라고 부를 수가 있겠소이까.” 





재물은 물과 같은데 이를 독점하려 하면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망할 것이고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하면 파멸을 맞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계영배의 철학과도 통하는 부분입니다. 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남을 위해 베풀기도 했던 것이죠. 오늘날 돈을 벌 욕심에서만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자세는 자칫 무리수를 두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죠.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만 하지 않고, 투자해 번 돈을 좋은 일을 위해 쓰겠다는 건강한 꿈도 함께 목표로 한다면 결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은 위의 세 가지 철학을 응축한 한 문장을 남겼습니다. 이는 오늘날 장사, 기업경영, 투자 등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이문을 남기는 것은 작은 장사요, 사람을 남기는 것은 큰 장사이다.”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이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