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의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세계 주식시장은 대세가 그러듯 선진국 위주의 상승세를 보였죠. 그런데 올해 들어 선진국 증시는 조정을 거치는 반면,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과는 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죠.
지난 주말까지 일본과 미국, 영국 증시는 각각 -15%, -3%, -2%로 연초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14%, 터키 7%, 태국 7% 등 주요 신흥국 증시는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역전 드라마가 나오게 된 것일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신흥국이 선진국을 앞지른 이유는?
신흥국 증시가 상승하는 이유는 우선, 지난해 글로벌 유동성의 유출로 신흥국 증시가 저평가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 일본, 미국, 영국의 증시가 각각 57%, 27%, 14% 상승하는 동안 신흥국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등 자금유출이 심했던 나라의 증시는 큰 폭의 하락을 보이면서 저평가 상황이 심화됐죠. 하지만 올해 들어 신흥국의 자금유출로 극단적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평가 상황이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던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신흥국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세역전인 것입니다.
최근 한 달간 자금유입에서도 선진국과 신흥국은 반대의 현상이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국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줄어든 반면 신흥국 주식시장과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나고 있죠. 이 같은 영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신흥국 증시의 상승률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단정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최근 신흥국 증시의 상승은 지난해 큰 폭의 하락에 대한 반등일 뿐이고, 추세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에는 리스크가 아직 많은 상황이에요.
왜냐고요? 먼저, 신흥국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PMI지표 둔화와 수출 감소, 서방의 제재에 따른 러시아의 성장률 둔화 우려 등은 전반적인 신흥국 펀더멘탈의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쏙쏙 들어오는 경제용어
또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높은 증시 상승률은 선거 이후의 구조개혁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구조개혁을 제대로 이루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많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태국을 비롯한 기타 신흥국의 정치적 불안도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이고 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불안과 중국의 그림자금융 등 잠재적인 불안요인이 문제를 일으키면 신흥국의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증시, 어디쯤 와 있나?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국의 증시는 1월말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과 우크라이나 정국 불안 등으로 KOSPI지수가 1880PT까지 하락하다가, 3월 중순 이후부터 지난주까지 외국인이 13영업일에 걸쳐 3조원 가까이 순매수 하면서 2000PT를 상회했습니다. 현재는 2000PT 근처에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죠.
쉽게 말해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아직까지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한 상황에서 기업실적이 계속 둔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할만한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30원대로 떨어지면서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문제가 확대되면 국내 증시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한국 증시는 상승세라도 아직은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국내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변 신흥국에 따라 한국의 경제흐름이 판가름 날 수도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현재, 안과 밖을 모두 살펴야 할 경계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