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지고 날이 부쩍 추워지면 이제 정말 연말이 코앞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 해를 돌이켜보면 분명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괜스레 아쉽고 무언가 모자랐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 시기이죠. ‘연말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11월의 ‘한화생명과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는 특별히 들으면 힘이 나는 곡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게 전하는 힘찬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력감도 사라질 거예요.
▶ 11월 11시 콘서트, 이 곡과 함께해요!
<1부-1> 드보르자크, 카니발 서곡 Op.92
이 곡은 1891년 드보르자크가 발표한 연주회용 서곡 3부작 중 제2곡입니다. 자연을 표현한 제1곡 ‘자연 속에서’, 사랑을 그린 제3곡 ‘오텔로’는 현재 거의 공연되지 않으나, 인생을 테마로 한 제2곡 ‘카니발’은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드보르자크는 카니발 서곡에 대해 ‘방랑하는 나그네가 보헤미아의 어느 도시에 들어서니 마침 사육제여서 거리가 기쁨으로 들끓고 있었다. 사람들은 노래, 춤, 요란한 음악이 빚어내는 분위기 속에서 흥분하고 있었다.’는 설명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그의 묘사대로 축제 기간의 행복과 들뜸, 환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선율은 듣는 이에게도 생기와 즐거움을 안겨 줍니다. 보헤미아 민요의 곡조와 리듬이 활용된 점도 흥을 더하는 요소이고요. 도입부에서 휘몰아치던 경쾌하고 빠른 리듬이 주제가 바뀌면서 잠시 잦아들었다가 다시 소란해지는 전개도 감상에 재미를 더해줄 거예요.
<1부-2> 훔멜,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포푸리(환상곡) g단조 Op.94
포푸리(Potpourri)란 본래 ‘여러 가지 재료를 뒤섞어 끓인 음식, 즉 잡탕을 뜻하는 것’으로, 클래식계에서는 마치 잡탕처럼 ‘널리 알려져 있는 멜로디, 오페라의 아리아 등을 계속해서 연주하도록 만든 곡’을 의미합니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훔멜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포푸리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와 로시니의 오페라 ‘탄크레디’의 멜로디가 차용됐어요.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는 음역대가 낮고 첼로보다는 음역대가 높아 관현악곡에서는 화음부를 자주 맡기도 하는데요. 이번에는 훔멜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포푸리를 통해 비올라가 주선율을 맡아 이끌어나가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무대를 감상해 보세요!
<2부-1>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2번 Eb장조 Op.74 J118 중 1, 2악장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2번은 클라리넷 작품을 언급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곡입니다. 베버가 당대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로 꼽혔던 궁중 관현악단의 하인리히 뵈르만을 위해 쓴 작품인 만큼, 곡 전체에 걸쳐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뛰어난 클라리넷 협주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알레그로로 빠르게 연주되어 가볍고 활달한 느낌을 주는 1악장이 끝나면 안단테로 연주되어 훨씬 섬세하고 서정적인 2악장이 이어져, 클라리넷의 풍부한 매력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2부-2> 림스키-코르사코프, 스페인 기상곡 Op.34
림스키-코르사코프는 19세기 러시아 작곡가로, 차이콥스키의 찬탄을 받은 관현악법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 기상곡’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작품 중에서도 ‘세헤라자데’, ‘러시아 부활제 서곡’과 함께 그의 3대 관현악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에요. 5개의 길지 않은 악장들이 마치 한 개의 악장처럼 끊김 없이 이어지면서, 이국적인 멜로디와 단조롭지 않은 리듬으로 열정적인 스페인의 정취와 색채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11월 11시 콘서트, 이 분과 함께해요!
지휘 최정우 Jeongwoo Choi
세계적인 거장 투간 소키에프에게 “제스쳐를 통한 오케스트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타고난 지휘자”라는 찬사를 받은 차세대 지휘자 최정우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란 카나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크푸르트 오더 국립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더에서 개최된 음악축제 ‘뮤직페스트타’의 젊은 지휘자를 위한 프로그램 ‘내일의 마에스트로’에 발탁되며 선보인 프랑크푸르트 오더 국립 오케스트라와의 데뷔 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오페라 지휘에도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2021년부터 국립 오페라단의 정기 오페라 생상 <삼손과 데릴라>, 창단 60주년 기념 초연작 베르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등을 비롯해 성남아트센터에서 푸치니 <나비부인>, 예술의전당에서 개관 30주년 오페라 푸치니 <투란도트>, 베르디 <오텔로> 부지휘를 맡으며 많은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지휘자 최정우는 작곡과 전공으로 재학 중 2014년 도독,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전공으로 수많은 명지휘자들을 키워낸 크리스티안 에발트 교수를 사사하며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최고 점수로 졸업하였습니다.
비올라 이해수 Haesue Lee
비올리스트 이해수는 2023년 ARD 국제 콩쿠르와 제15회 프림로즈 비올라 국제 콩쿠르의 최연소 최초 한국인 우승자입니다. 이와 함께 조한슨 국제 스트링 콩쿠르, 알버트 그린필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스털버그 국제 스트링 콩쿠르에서도 수상하며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바이에른 라디오 오케스트라,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프린스 조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스 앤젤레스 챔버 오케스트라, 앙상블 212 등과 협연을 진행하였으며, 2024년도에는 오스나브뤼크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며 상주 음악가로 활동 중이에요.
이해수는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Roberto Díaz와 Hsin-Yun Huang을 사사하였고 한스 아이슬러 음악학교에서 Tabea Zimmermann을 사사하며 석사 졸업 후, 현재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 재학 중입니다.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1590년 제작된 가스파로 다 살로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어요.
클라리넷 조성호 Sungho Cho
2017년 세계적인 명성의 오케스트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전격 선임되어 활동한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는 선화예중∙선화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의 디플롬과 마스터 과정을 졸업하였으며 세계적인 클라리네티스트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현 수석, 벤젤 푹스를 사사했습니다. 2015년 서울시향 정명훈 상임지휘자 재임 당시 클라리넷 수석으로 선발되어 Trial 활동을 하던 중에 2016년 일본 최고의 악단 중 한 곳인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으로 전격 발탁되어 이후 7년간 활동 후, 2023년 9월부터는 국립 강원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교육자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어요.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한경arte필하모닉, 광주시립교향악단, 울산시립교향악단, 진주시립교향악단, 목포시립교향악단, 서울심포니, 클라리넷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크누아 클라리넷앙상블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을 뿐 아니라, 목관5중주 뷔에르 앙상블의 리더로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다루기 어려운 장프랑세의 작품을 마련하거나, 5중주를 넘어서 8중주, 10중주로 목관앙상블 음악의 최대치를 선보이며 한국음악계에서 귀한 10년 차 목관앙상블팀으로서 꾸준하고 지속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Kore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한국을 넘어 국제 음악 문화 교류에 앞장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오케스트라입니다. 1985년 한국 최초의 민간 오케스트라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로 출범하여, 200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단체로 지정되어 관현악·발레·오페라를 아우르는 ‘극장 오케스트라’로서 음악적 가치를 높였으며, 2022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한국 1세대 지휘자 홍연택부터 제7대 예술감독인 다비트 라일란트에 이르기까지 ‘유연과 참신’이란 정신 아래 폭넓은 레퍼토리로 한국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데요. 정통 클래식은 물론 영화와 게임, 온라인 공연 등 연 100회 이상의 다채로운 무대로 클래식 저변을 확장하였습니다. 또한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 및 3D 입체 음향 도입과 더불어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으로 클래식 음악 감상 문화를 선도하고 있어요.
연주·작곡·지휘 등 오케스트라의 핵심 분야에서 인재를 발굴, 육성하며 클래식 음악 유산의 전승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KNSO국제지휘콩쿠르와 KNSO국제아카데미를 통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미국작곡가오케스트라(ACO) 등 국제적인 기구와 협력하며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해설 강석우 Suk Woo Kang
영화 <여수>로 데뷔해, <겨울 나그네>, <잃어버린 너>, <상처> 등 여러 편의 영화와 <보통 사람들>, <학교>, <반올림>, <아줌마>, <웃어라 동해야>, <아버지가 이상해>, <여름아 부탁해>,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등 드라마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강석우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한화생명과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에서 해설자로 관객들을 만납니다.
백상예술대상 신인상(보통 사람들, 1984), 평론가협회 남우주연상(겨울 나그네, 1986),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아줌마, 2001), 한국PD대상 최우수상(여성시대, 2012)을 수상한 배우 강석우는 유명한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하여,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을 출간하고 자기 삶의 음악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클래식 팬들과 소통하였습니다. 가곡 예찬론자인 그는 「4월의 숲속」, 「시간의 정원에서」, 「내 마음은 왈츠」 등 가곡도 직접 작곡·작사한 바 있습니다.
▶ 씩씩한 가을 나기, 11시 콘서트와 함께하려면?
이번 달 11시 콘서트에서 준비한 힘차고 기운 나는 관현악곡들과 함께,
연말증후군은 떨쳐버리고 씩씩하고 기분 좋은 늦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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