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화이트데이, 한 대리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여자친구가 정성스럽게 만든 초콜릿을 쥐어주며 넌지시 갖고 싶다 말했던 그 명품백 이름이..정확히 말하면 그 백에 붙어있는 어마어마한 가격표가 자꾸 생각나서 말이죠. 그래도, 기대하고 있는 여자 친구를 위해 우선 구입할 방법을 알아봤는데요. 그러던 중 만난 짝퉁 명품백 사이트! 감쪽같다는 후기 글에 한대리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출처: 영화 신세계>
기념일 선물, 고민 많으시죠? 같은 디자인에 품질도 좋다고 하니, 짝퉁구입이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짝퉁 구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의 윤리적 행위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 두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
▶짝퉁구매, 왜 안되나요?!
국내 짝퉁시장 규모는 약 27조 4천억원 규모라고 해요. 그에 따라 해마다 단속에 걸린 금액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짝퉁 제품 때문에 정품 제품의 매출 손실 및 세수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 효과가 수십 조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고요. 그런데 짝퉁제품이 미치는 영향이 단순히 경제 활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짝퉁 구매가 나쁜 행위임을 인지하고 있는 성인들이 자녀들에게 그런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을 보면 왠지 도덕적 행위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추측하게 됩니다.
이런 의문을 갖고 독창적인 실험법을 통해 짝퉁 구매의 영향력을 밝혀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Francesco Gino,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Michael Norton, 듀크 대학의 Dan Ariely 교수가 그들입니다.
실험1. 짝퉁 구매가 부정행위를 증대시키는가?
<출처: 네이버 영화 맨인블랙>
이들의 실험은 이렇습니다. 동일한 선글라스를 세 집단에게 나눠주며 한 집단에게는 짝퉁이라고, 다른 집단에게는 진품이라고 마지막 집단에게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선글라스를 착용시킨 후 책상에 앉아 평균적으로 일반인이 5분에 4문제 정도 풀 수 있는 과제를 풀게 합니다(계속 선글라스를 쓰고서). 5분 후 각각의 실험 참여자들은 연구자에게 본인이 몇 개를 풀었는지 보고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연구자가 직접 정답지를 확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실험참여자들은 실제로 자신이 푼 개수와 동일하게 말할수도, 거짓말로 잘 푼것처럼 부풀릴 수도 있습니다.
#. 진짜 진주 목걸이를 한 돼지는 짝퉁 진주 목걸이한 돼지보다 정직하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요? 진품 혹은 짝퉁이라는 정보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까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결과는 이렇습니다. 짝퉁 선글라스를 쓰고 과제를 수행한 실험집단의 74%가 일반인 평균보다 더 많이 퀴즈를 풀었다고 부풀린 보고를 했습니다. 이에 반해 진품을 쓴 비교집단은 30%만이 결과를 부풀렸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결과였습니다. 짝퉁사용과 진품 사용이 개인의 윤리적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 지는 것이 있죠. 진품 그룹이 보통보다 더 도덕적으로 행동한 것일까요, 아니면 짝퉁 그룹이 보통보다 더 비도덕적으로 행동한 것일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아무 정보를 받지 못한 집단의 결과보고를 분석해보니 그들 중 42%가 평균보다 더 많이 풀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아무정보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진품 집단 유사한 행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진품이 도덕적 행위를 유발한다기 보다는 짝퉁 사용이 거짓 보고(비윤리적 행위)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실험2. 한 번의 규칙 위반이 점진적으로 부정행위를 증대시키는가?
<출처: 네이버 영화 맨인블랙>
이 연구자들은 다시 유사한 방식의 다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과제는 문제 풀이가 아니라 컴퓨터 상에 보여지는 사각형의 두 영역 내에서 어느 쪽에 점이 많은지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의 상단 그림 참조). 1초에 한번씩 화면에 나타날 때마다 우측인지 좌측인지 선택하는 과제를 예행 연습으로 100회 실행하였습니다.
예행 연습이 끝난 후 본 과제를 주는 데 이번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정답과 상관 없이 좌측을 선택할 경우 0.5센트, 우측을 선택할 경우 5센트를 지급하겠다는 정보를 주고 200회를 실시하게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 이걸 말하지 않았군요. 물론 이번에도 세 집단이 각각 짝퉁, 진품, 혹은 정보없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답니다.
#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 진짜네~!
이 실험 역시 짝퉁사용자들이 훨씬 더 부정 행위(정답과 상관 없이 우측을 선택)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두 가지 사실이 더 드러났습니다. 첫째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집단(짝퉁 정보를 들었건 진품 정보를 들었건 아무 정보도 듣지 못했건)에서 부정행위가 증가했습니다. 두번째는 부정 행위가 점진적으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을 지날 때 부정행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 행위가 증가한 것은 그들의 피로감, 집중력 저하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시점에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은 인간의 일상적 행동에 있어 "어차피 한번 이렇게 된거"라는 관성을 설명해 줍니다.
즉, 인간은 자신 스스로 혹은 외부의 규범에 의해 규정을 지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아야지 뭐 이런 것이죠. 그러다 우연히 유혹에 못 이겨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나면 이런 말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어차피 한번 먹은거 오늘은 왕창 먹고 내일부터 다시 하자" 그리곤 반복이 시작되죠. 이들의 실험은 사소한 부정행위가 결국 다른 부정 행위를 정당화하고 이런 행위가 누적될수록 더 큰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을 증명하는 것이죠.
▶‘어차피’ 보다 ‘그래도 다시’ 라고 말하세요!
<출처: SBS 청담동 앨리스>
연인에게 돈이 없어, 진품이 너무 사치스러워, 단순히 재미로 짝퉁을 사주려고 한다면 멈추세요. 꼭 명품이 아니더라도 진품을 사주세요. 여러분의 짝퉁 구매가 연인의 부정행위를 증폭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이어트나 금연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반드시 기억해 두세요. “어차피 한번 어긴거”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한번 어겼지만 지금이라도 다시”라고 맘을 다잡으세요.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답니다.
비올 때 머리 위로 들고 가면 짝퉁, 가슴에 품고가면 명품이라고 하지요.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내가 상대를 어떻게 여기고 대해주느냐에 따라 상대는 내게 명품이 되고 또 짝퉁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화이트데이에는 가격보다 마음이 고급스러운 선물을 준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