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작년 9.13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관망하던 일부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재건축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들은 재건축시장의 형세를 하락 국면의 시작으로 보고, 더욱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 재건축 시장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와 투자 전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정부 정책 이후 6개월, 하락세를 주도하는 수도권 시장
재건축 시장 투자 판단을 위해서는 시장에 꾸준히 영향을 미치며,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을 하락시킨 정부의 정책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사업 기간과 개별 단지 수익성에 대한 분석은 물론, 정부 정책의 이해를 통해 시장과 나의 상황에 맞게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9·13대책 발표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재건축시장을 이끌었던 수도권 시장은 거래절벽의 장기화와 투자 수요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가격이 1~2억원 급락한 서울·수도권 재건축단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인기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발표 이후 1.36% 하락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는 말처럼, 한때 태산 같은 기세로 재건축 상승 지역에 분류됐던 강동구(-4.37%), 강남구(-3.03%), 송파구(-1.96%) 등이 시장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과천시(-0.98%) 재건축 아파트의 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하락 폭은 더욱 큽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대표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6㎡ 매물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발표 직전 최고가 18억5,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에는 3억원이 하락한 15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16%나 하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층수 제한 정책(35층 이하)을 반영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못한 채 대기 중입니다. 개포주공6단지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전용면적 53㎡ 매물의 거래가는 2억5,500만 원 하락하며, -17%의 변동률을 기록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전용면적 76㎡의 매물 또한 대책 직전에는 19억1000만 원까지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2억 5000여만 원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거래된 이후 현재까지 거래 소강상태입니다. 이렇듯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정부 정책 발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 효과적인 규제 수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최근 재건축 시장에 가장 영향을 크게 준 정책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입니다. 해당 정책 이전에도 재건축 조합원은 재건축 아파트를 1채만 분양 받도록 하는 ‘조합원 주택 공급수 제한’, 시장 불안 우려 지역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필요할 때 허가하는 등 크고 작은 규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란 조합이 재건축 사업으로 얻게 되는 이익에 대해 1인당 평균 3천만 원을 넘는 경우, 초과금액의 최고 50%까지를 부담금으로 국가에 납부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4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면, 최대 2억원을 환급해야 합니다.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이 정책을 피하고자, 신탁방식으로 사업 진행속도를 높였던 단지들은 결국 피하지 못했습니다. 신탁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2018년 2월에는 재건축 정밀 안전진단 정책의 기준이 강화되면서 재건축사업이 더욱 위축되었습니다.
물론, 작년 7월은 용산 여의도 통합개발 계획 발표가 있었고, 염려에 비해 낮은 종합부동산세 부과로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9.13대책은 다시 재건축 시장의 가격을 주저앉게 했습니다. 1주택 보유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 2년간 보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거주요건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입주권·분양권 또한 주택으로 간주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주택자의 대출도 폭이 좁아 지면서, 투기 수요가 썰물 빠지듯 빠졌습니다. 최근까지 정부에서 발표해온 모든 재건축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종합부동산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마저 크게 인상되었습니다.
▶ 대기업 이전 등으로 호재 가능성, 강남 및 도심 재건축 시장
이러한 재건축 시장의 위축에도, 앞서 언급했듯이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건축 투자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정책에 의해 가격이 조정되었을 뿐, 수도권에는 여전히 노후화된 아파트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기 지역인 서울 강남에만 지어진 지 20년 이상 된 아파트가 80%,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60%에 달합니다. 거주자가 선호하는 신축아파트가 턱없이 부족한 것입니다. 게다가, 도심 노후지역에 대한 정비사업이 시행되면서, 대기업 사옥들이 강남 및 송파 등으로 이전하거나 재편성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 · 롯데 · 두산 등 서울 강북에 본사를 두고 있던 대기업들이 강남권으로 사옥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삼성동에 신사옥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직장 근처에 주거지를 선호된다는 관점에서 재건축단지가 많은 강남을 비롯한 도심의 재건축 사업성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재건축 시장 흐름으로 보는 투자 접근 TIP
현재 재건축 시장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접근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사업 절차가 얼마 남지 않은 재건축 단지의 선택입니다. 이 시기는 사업의 거의 마지막 단계로 사업 지연 및 분담금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이란 정비사업 시행자가 분양신청을 한 뒤, 윤곽이 드러난 사업성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조합원 분양의 수익, 일반 분양의 수익, 임대아파트 세대 수 등을 알 수 있어서 구체적인 투자 수익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주택투자가 정부에서 집중적인 규제를 받는 만큼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시기입니다.
둘째, 신규로 대형 오피스가 들어서는 ‘자급자족형 지역’의 재건축 단지와, ‘베드타운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를 장기적 관점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대형 신규 오피스 건립 지역은 주변에 더 많은 주택 수요를 불어올 수 있지만, 베드타운 지역은 개발 이슈와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물론, 오피스 시장의 포화로 전체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증가할 수 있으나, 주변 일자리 증가에 따른 재건축단지의 개발은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셋째,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기반시설 이슈가 있는 재건축시장에 실수요로 접근하는 것이죠. 수도권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지하철· 도로 등 SOC 이슈가 있으며, 이들과 연계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예상됩니다. 해당 권역의 부동산 가격이 30% 폭등할 때도 신흥 역세권이나 신규도시계획시설의 입지지역은 부드럽게 상승했던 만큼, 길게 내다보고 고려하면 좋습니다.
재건축 시장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합니다.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라.’라는 투자 격언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는데요. 재건축 시장의 단기적인 가격등락에만 연연하면 투자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강물의 잔잔한 파도만 보며 노를 젓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재건축 시장의 큰 흐름인 정부 정책과 시장의 형세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고, 긴 호흡으로 재건축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을 고려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