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지난 보험5분스터디에서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싹튼 ‘상부상조 정신’이 보험의 기초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하며 인류의 안전을 지켜온 생명보험의 역사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생명보험이 싹튼 고대시대
기원전부터 사람들은 집단생활을 하면서 집단구성원이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해 손해를 입는 경우 이를 공동으로 도와주었습니다. 보험과 유사한 이 제도들은 장례비를 부담하거나 천재지변에 따른 손해를 구제하기도 하였죠. 오늘날의 생명보험과 유사한 대표적인 제도로는 기원전 3세기 경의 에라노이(Eranoi)와 로마 제정시대에 조직된 콜레기아(Collegia Tenuiorum)를 들 수 있습니다.
에라노이는 어떤 사람이 갑자기 불행한 처지에 이르게 되거나 돈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도움을 주는 일종의 종교적 공제단체였으며, 콜레기아는 당시 사회적 약자나 하층민들이 서로 돕기 위해 만든 상호부호 조합이었습니다. 콜레기아는 회비를 부담하여 예배 등 종교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도 하고, 회원의 사망 시 장례비와 유가족을 위한 급부금을 지급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상호부조제도는 계(契)와 보(寶)가 있었는데요. 삼한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계(契)는 여러 사람이 돈, 곡식 등을 모아서 소수의 사람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제도입니다. 보(寶)는 불교사원에서 공동재산을 운영하여 그 이자로 자선이나 대부를 해주던 제도였습니다. 보는 이후 불교사원뿐 아니라 점차 사회보장적 성격을 갖게 되었고,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오늘날과 비슷한 보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중세시대
13~14세기경부터 유럽 특히 독일에서 발달한 길드(Guild)는 동업자간의 상호부조 조합이었습니다. 13~14세기는 육로와 해상교역이 활발한 시기였는데요. 길드는 항해 도중에 발생한 선박이나 화물의 손해를 공동으로 부담했고 구성원의 사망, 화재, 도난 등의 재해도 구제하는 ‘상호구제제도’로 운영되었습니다. 중세에는 종교길드, 사교길드 등 다양한 조합이 생겨나는가 하면 손해, 사망, 화재, 도난과 같은 위험, 재해까지 구제하는 등 상호부조기능이 점차 세분화되기도 했습니다.
▶세계최초의 생명보험회사가 등장한 근대시대
17세기에 접어들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연금보험의 효시인 ‘톤틴연금’이 등장했습니다. 17세기 말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전쟁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탈리아의 은행가인 톤티(Lorenzo Tonti)와 손잡고 톤틴연금제도를 시행했는데요. 사망률, 이자계산방법 등 근대식 수리기법이 적용된 최초의 연금상품으로, 근대적 생명보험사상을 보급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생명보험사는 지금부터 248년 전인 1762년 영국에서 설립된 ‘에퀴터블(Equitable)’ 생명보험사입니다. 이 회사는 신체검사, 가입금액 제한, 해약환급금 제도 등 오늘날의 생명보험사 운영의 기초가 된 각종 제도를 도입하였는데요. 에퀴터블을 중심으로 1870년 영국이 생명보험주식회사법을 제정하면서 보험 산업이 발달하고,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생명보험사는 전세계에서 설립되기 시작하는데요. 미국에서는 1812년 펜실베니아생명보험회사가 설립되었으며, 이후 메사추세츠생명, 뉴욕생명 등이 설립되어 본격적으로 생명보험이 보급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활발하게 받아들여 1880년에 쿄사이고햐쿠메이샤라는 상호보험조직이 설립되었습니다.
▶조선생명보험주식회사를 시작으로 현재의 생명보험사 체제가 생겨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생명보험사는 언제 생겨났을까요? 우리나라에 생명보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 직후 일본 보험회사가 국내에 들어오면서부터 입니다. 쿄사이생명, 니혼생명, 치요타생명 등이 부산, 인천, 목포와 같은 항구도시에 대리점을 열었죠. 위기감을 느낀 한상룡 등 국내 자본가들이 우리나라 최초의 생명보험회사인 ‘조선생명보험주식회사(1921)’와 최초의 손해보험회사인 ‘조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1922)’를 창립했는데요. 그러나 일본강점기에는 일본계 보험회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밀리면서, 해방 후에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거의 영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1946년 9월,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을 비롯한 여러 생명보험회사들이 잇달아 문을 열었습니다. 이 후 수 많은 생보사들이 생겨나면서 국내 생명보험업계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보험시장의 개방, 금융자율화 등으로 생명보험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회사가 출범하고, 이와 더불어 홈쇼핑, 대형마트 등에서의 판매도 활발해지는 등 생명보험사업의 판매채널이 다양해지기도 하였죠. 2013년에는 인터넷 전문 생명보험사가 출범하는 등 지속적인 온라인 채널 확대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통 사회의 상호부조 방식이, 이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으로 변화를 해온 과정.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인류의 생로병사를 바탕으로 인생을 설계해주는 생명보험은 늘 그러하였듯 지금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생명보험은 또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