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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상 최대의 아파트 청약률 속에서 냉정을 외치다

요즘 아파트 시장은 연일 사상 최대의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의 다양한 투자 기대 심리뿐 아니라 일부 지역 건설사들의 마케팅 꼼수도 일조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대비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고요. 이에 정부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약 경쟁률, 심각한 과열과 불균형


최근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정부가 가계 부채 관리 목적으로 주택 공급 물량을 축소하자 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초저금리 기조와 가을 성수기가 맞물려 늘어난 투자 수요도 가세했습니다. 이에 반해 지방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0’인 단지도 나오고 있을 정도로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이후 매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하 1순위 기준∙특별 공급 제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6년 평균 경쟁률은 13.91대1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국적으로 분양 시장이 호황을 이뤘던 작년 경쟁률인 11.15대1을 넘어선 사상 최고치입니다. 올해 시도별 청약경쟁률을 보면 부산은 지난해 평균인 75.65대1보다 높은 98.67대1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능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는 부산 동래구 '명륜자이'로 평균 523.56대1이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가 450.42대1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최근 분양한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가 306.61대1을 기록해서 지난 8월에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스(100.62대 1)'를 크게 앞지르면서 수도권 최고 평균 청약 경쟁률을 경신했습니다. 



청약 당첨, 과연 ‘대박’의 지름길일까?


문제는 과도한 청약 경쟁률 때문에 사람들이 청약에 당첨되는 것만으로도 ‘대박’을 칠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묻지 마 청약’으로 이어져 시장을 과열시켰습니다. 투자자가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해도 정작 입주 시점에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특히 청약 경쟁률부터 높이고 보려는 건설사의 꼼수 또한 유의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건설사 꼼수로는 ‘중복 청약의 함정’이 있습니다. 당첨자 발표 날짜를 다르게 하는 것인데요. 여러 개의 블록이 한 단지를 이루고 있을 경우 발표일이 다르면 하나의 통장으로 세 번 청약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제도로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블록에 청약했을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예 ‘블록 쪼개기’로 청약 날짜를 다르게 해서 중복 청약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심할 경우에는 단지 하나도 1∙2∙3군(群)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꼼수는 ‘평형 쪼개기’입니다. 소형 평면 위주로 주택을 구성하고 평면을 A∙B∙C∙D∙E∙F로 세분화해서 소규모로 가구를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평면은 1~2가구로 극소수만 공급해 최고 경쟁률로 끌어올립니다. 각 평형 별로 청약 경쟁률이 집계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평균 경쟁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셋째는 청약률을 위해 조작된 통장 작업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지인을 불러모으거나 부동산 중개 업소 등을 통해 미리 사놓은 통장을 사용해 청약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건설사들이 꼼수를 부리는 이유


건설사는 높은 청약 경쟁률이 실제 계약을 할 때나 향후 입주 시 아파트 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즉, 청약 경쟁률이 높을수록 다음 분양 시 마케팅 활용이 수월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청약 열풍이 실제 기존 주택 매매 시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의 전국 주택 거래량은 총 116만1441건 정도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주택 거래량인 129만184건에 비해 9.98%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전국 주택 거래량은 크게 줄어든 데 반해 분양권 거래는 지난해(32만616건)보다 늘어, 부동산 시장에 투기성 수요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청약 과열 현상을 빚고 있는 지역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1∙2순위 청약자가 '0명'인 아파트는 모두 12곳으로 이들 중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지방의 아파트들이었습니다.


정부의 정책도 청약률 거품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 3월부터 청약 통장의 조건이 완화되면서 가입 기간이 1년만 넘어도 수도권 1순위 자격이 부여되고, 1순위 자격을 갖춘 청약 통장 가입자가 1,1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지녀야 할 자세


청약률 거품과 분양 시장과열으로 정부도 대책을 고심 중입니다. 정부는 향후 청약 통장 1순위 자격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또는 재당첨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방안 등의 극약 처방을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우선적으로 각 지역 분양 시장의 양극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투자 시점에 미칠 정부의 향후 대책을 고려하여, 분위기에 편승한 청약에 나서기보다는 입지에 따른 수급 상황과 분양가 적정성을 따져야 하고요. 부동산 시장 경기가 나빠지면, 청약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수 있기에 더욱 가치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올바른 자세겠죠. 과열된 시장 상황 속에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현명한 투자 판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