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부동산 시장의 위험을 알리는 다양한 경보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그 시그널은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최근까지 전세집이 부족해 난리를 겪었던 서울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기다리는 '역전세난'을 겪는 지역이 발생하고 있는 점이고, 두 번째는 수요심리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지역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추세적 지표입니다. 마지막은 부동산 과열지역의 청약경쟁률 감소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런 시그널은 하반기 주택투자수요에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놓치지 말아야 할 시그널 (1) ‘역전세난’
먼저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전세난을 살펴보겠습니다. 도무지 꺾일 것 같지 않던 서울의 전셋값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송파구 및 노원구, 그리고 강동구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그간 높은 전셋값을 자랑했지만 위례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구리 갈매지구 등지에서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셋값이 꺾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비수기인 시점을 감안해도 추세적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신호입니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아파트 가격 동향자료를 보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의 마이너스 변동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월 대비 서초구(-0.15%), 송파구(-0.06%), 강동구(-0.06%)의 평균 전셋값은 떨어지고 강남구(0.00%)는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이들 지역은 입주 물량이 늘어난 위례신도시와 미사강변도시의 영향을 곧바로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주요 지역의 현장 상황을 살펴보면, 잠실동 전용면적 84㎡짜리 전세금은 연초 대비 3,000만~4,000만 원 가량 빠졌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소재 A 아파트 전용면적 84㎡ 매매가는 올 초 9억9,000만 원에서 7월 현재 10억5,000만 원으로 올랐지만 전셋값은 올 초 8억1,500만 원에서 7월 7억6,50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는 전세가율이 82.3%에서 72.9%로 하락한 셈입니다. 작년 갭(gap) 투자가 벌어졌던 서울 노원구에서도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연초대비 2,000~3,000만 원 낮은 전세매물이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나온다고 합니다.
*전세가율 : 전세가격을 매매가격으로 나눈 비율
▶ 놓치지 말아야 할 시그널 (2) ‘청약경쟁률 감소’
두 번째 시그널은 지역별 청약경쟁률이 감소세에 있습니다. 과잉공급 우려가 컸던 대구와 광주의 경우 청약자 수와 경쟁률 모두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에서 가장 높은 79.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대구는 올 상반기 47.58대 1로 경쟁률이 40.2% 낮아졌습니다. 일반 공급량은 1년 새 3,514가구에서 3,024가구로 13.9%(490가구) 줄어든 반면 청약자 수는 27만9,749명에서 14만3,895명으로 48.6%(13만5,854명)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광주의 경쟁률 하락 폭은 더 컸는데요, 올 상반기 일반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2,322가구 늘었는데 도리어 청약자 수는 3만9,903명이 줄었습니다. 이에 경쟁률은 59.22대 1에서 15.87대 1로 73.2% 줄어든 상황이 된 것이죠.
▶ 놓치지 말아야 할 시그널 (3) ‘미분양 아파트 증가세’
마지막 시그널은 전국 미분양 아파트 증가세에 있습니다. 전국 미분양도 2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월(5만9,999가구) 대비 5.2%(3,128가구) 증가한 것으로 공급과잉 논란이 일기 시작했던 지난해 12월(6만1,512가구) 수준보다 높습니다.
청약률이 감소한 대구와 광주 부동산의 공통점은 아파트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 곳이라는 점입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27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 주택이 6월 말 1,230가구로 1년 새 4,455.5%(1203가구) 폭증했습니다. 지난해 총 1만5,642가구가 공급되며 연말 미분양 주택이 2,396가구까지 늘었는데요. 올 상반기에도 7,623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오면서 수요심리가 약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분양권 거래량도 지난 4월 1,122건을 정점으로 5월 968건, 6월 818건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도 같은 기간 미분양 주택 수가 189가구에서 1,095가구로 479.4% (906가구) 급증했습니다. 경기도 미분양도 한 달 새 2,465가구 늘어났습니다.
▶ 3가지 시그널이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점은?
첫째, 공급과잉에 따른 초기 계약률 하락을 통해, TV나 현수막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청약률이 허수일지 모른다는 유추를 해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공급과잉은 1순위 청약통장이 많아진 영향으로 아직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역전세난∙미분양 증가 등 부정적 지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건설사 스스로 분양물량을 감소시키는 자정기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규모를 정하지 못한 분양 물량이 많아, 향후 분양 물량은 경기에 따라 변동될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일반 분양분 물량이 전년 대비해 15% 밖에 감소하지 않아 당초 목표한 것보다 감소 폭이 작고, 이러한 상황이 향후 주요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속적인 역전세는 향후 깡통전세를 일으켜 집주인과 세입자를 괴롭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몇 년 전 부동산 시장에 주요 화두였던 하우스푸어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으로 집을 산 이른바 ‘갭(gap) 투자자’들도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전세금이 내려가면 앞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때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목돈 액수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기 자본으로 이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 대출이자까지 감당하게 되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깡통전세 :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여 있는 경우
현재 부동산시장에서는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과 역전세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시장 유동성 공급을 지속해 전매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과거 주택시장의 흐름을 봤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변수로 인해 경기가 침체한 뒤 회복기에 주택 공급이 증가하는 현상이 자주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건설사들이 물량 조절에 대한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향후 갑작스럽게 시장에 충격이 올 수도 있음을 투자자들은 항시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 역전세∙미분양 현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내년부터 쏟아질 새 아파트의 물량을 보더라도 일종의 경고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투자 전략이라고 판단됩니다. 집주인들은 미리 전세 보증금 등을 확보하고, 투자자들은 시장에 갑작스럽게 혼란을 미리 대비하여 항시 보수적 투자접근전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