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低度酒)가 무척 인기라죠? 지난해 1인 평균 주류 소비량에서도 소주 등 고도주(高度酒)는 줄어들고 맥주 등 저도주는 늘어났다고 합니다. 소주나 위스키도 과일 향을 첨가하거나 도수를 낮춘 제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면 '불황에는 독주(毒酒)가 더 많이 팔린다'는 주류업계의 통설이 무너지고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저도주의 인기가 근본적인 음주 문화의 변화에서 왔다고 분석하는데요. 아버지 세대에게 술은 강도 높은 근무와 잦은 야근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 시대의 베스트 솔루션이었습니다. 음주 목표 자체가 '저렴한 비용으로 거나하게 취하기'였기 때문에 여러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나 한 번에 잔을 비우는 '원샷'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 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부담 없는 술자리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 중이고,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술자리를 오래 즐길 수 있는 저도주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소득 수준과 인구 구조 및 그에 따른 사회 트렌드의 변화가 음주 문화의 양상도 바꿔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노후 준비와 재테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1970~1980년대에는 은퇴하면 퇴직금을 '원샷'하듯 목돈으로 받아 대출 상환 등 필요한 곳에 쓰고, 남은 돈으로 환갑 이후 10여 년만 어떻게 살지를 궁리하면 되었습니다.
▶ 길고 길어진 노후생활, 노후자금 마련 트렌드는?
197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1.9세, 1988년 70.3세로 지금처럼 '길고 긴 노후'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은퇴 준비가 사회 화두로 떠오른 2000년대 초반, '노후 자금은 총 7억 ~10억원이 필요하다'며 대두되었던 주장은 이러한 '목돈' 개념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의료 기술의 발달 등으로 2014년 기대수명은 82.4세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50대에 은퇴하고 나면 노후가 30여 년에 이르게 되지요.
길어진 노후에 맞춰, 이제는 필요한 노후 자금을 계산할 때 '총 금액'(목돈)이 아닌 '매월 생활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은퇴 전의 가계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요. 사실 자녀 부양이나 내 집 마련, 소비 수준 등 일반적으로 은퇴 전에 쓰는 돈이 은퇴 후보다 훨씬 큽니다.
하지만 퇴직 전까지 얼마나 필요한지 총 금액을 계산하는 사람은 드문 편입니다. 매월 버는 소득과 목돈 지출 예상 시점 등을 고려해 소비와 저축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고민하는 쪽이 대부분이죠. 노후 생활 대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매달 생활할 수 있는 소득을 준비해 적절하게 사용할 궁리를 해야겠지요.
이처럼 평생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최근 노후 자금 준비의 핵심입니다. 목돈을 노후 자금으로 가지고 있다면 든든하겠지만, 창업의 실패나 과도한 자녀 지원 등으로 자칫 일찍 소진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죠. 그보다는 긴 노후 기간에 끊기지 않는 소득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텐데요. 어떻게 하면 은퇴 후 매월 필요한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요?
▶ 긴 노후에 안정적인 자금 마련 방법은?
첫째, 그동안 모은 자산을 활용해서 다양한 연금 소득원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노후를 위한 대표적인 저축으로 3층 연금을 들 수 있는데요. 국가에서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에다, 좀 더 넉넉한 생활을 위해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소유한 부동산에서 전·월세를 받아 생활하거나, 부부 소유 주택이 하나뿐이라면 주택연금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주택연금은 보유 주택을 담보로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는데, 2월 신청 기준으로 70세가 3억 원 주택을 맡길 경우 평생 월 97만 2000원을 받을 수 있죠.
둘째, 연금액이 은퇴 전 소득을 어느 정도 대체할지를 계산해보고 나서 이를 높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퇴 전에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면서 월 200만 원을 벌고 있었는데, 연금으로 100만 원을 받는다면 50%를 대체한 것이죠. 세계은행은 연금으로 은퇴 전 소득의 70% 이상을 확보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대체 비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또한, 소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서 소비 수준을 갑자기 절반으로 내리기란 쉽지 않죠. 따라서 퇴직 전부터 검소한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소비를 차차 줄여가는 한편, 준비한 연금이 부족하다면 미리 다른 방법을 준비해 받는 금액을 높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셋째, 은퇴 준비금의 일부는 목돈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이유는 퇴직 시기에 목돈이 필요한 일들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50~60대에 퇴직하면 자녀 세대는 20~30대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학자금이나 결혼 비용을 지원하려면 수천만 원이 들어가게 됩니다. 또 퇴직 후에 대출금이 남아 있다면 이자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빚을 갚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은퇴 시기나 자산 상황을 잘 분석해 일정 부분의 목돈은 준비해야 생활비로 준비한 연금이 예상치 못한 곳에 쓰이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술에 가장 강한 사람은 독주를 잘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가장 오래 남아서 남들 귀가를 챙겨 주는 사람이란 격언이 있습니다. 생활비 떨어질 걱정 없이 꾸준히 연금을 받아 긴 노후를 누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노후 준비의 강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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