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시장 역동성 제고를 위하여 국내 증시의 가격제한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시장의 가격 발견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 증시의 가격제한폭을 현재 ±15%에서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죠. 우선 2015년 1월에 코스피 시장에 우선 적용하고, 코스닥 시장은 검토후 적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가격제한폭 제도는 투자자의 과민반응을 억제시켜 해당 종목의 가격왜곡을 방지하고 주가가 균형가격으로 돌아오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에, 새로운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를 단순히 지연시켜 효율적 가격발견에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죠.
코스피 시장은 1995년 4월에 6%의 가격제한폭을 도입한 이후 1998년 12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그 폭을 확대시키면서 현재의 ±15%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선진국 증시는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지 않고요.
가격제한폭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증시 거래대금 확대 기대로 증권회사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는데요. 그러나 과거의 경우를 볼 때 가격제한폭 확대가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1990년대 후반 이후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시장자유화에 따른 외국인투자의 확대 등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기대하는 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효과는 의문시되는 상황이고요.
한편, 가격제한폭을 확대할 경우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따라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우량 대형주 보다는 펀더멘탈(한 나라의 경제상태를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상수지 등의 주요 거시경제지표)이 취약한 중소형주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자금력이 풍부한 세력의 공매도(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란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가 진행될 경우 중소형주가 받는 충격이 현재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대형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군요.
결국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의 효과는 “시장활성화와 효율적 가격발견”이라는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정부가 증시 부양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한 규제의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 정책은 우리나라 경제에 선영향을 가져올지 악영향을 가져올지 의견이 분분한데요. 이번 정책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국가가 발표하는 정책이 앞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고 공부하다 보면 경제를 보는 눈도 뜨이고, 또 자금의 흐름을 예측하는 감각도 키우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