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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고령화 시대, 장수리스크를 극복하는 종신연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12년에 남자 77.9년, 여자는 84.6년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4.6년, 4.2년이 늘어났는데요. 이런 빠른 고령화로 인해 많은 분들이 장수리스크’(longevity risk)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장수리스크’는 준비된 은퇴자산보다 더 오래 살 위험을 뜻하는 것으로, 은퇴 후에 확보할 수 있는 소득이나 자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생존할 위험을 말합니다. 때문에 이런 고령화 사회에서, 은퇴 후 연금수급자와 부양가족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는 연금제도는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수리스크는 모두에게 위험 요소!

연도별 생명표를 살펴보면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기대수명은 점차 길어지고 사망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여명은 실제보다 조금 짧게 나타나고 있죠. ‘기대여명’이란 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그 이후 몇 년이나 살 수 있을 것인가 따져본 평균생존년수를 말하는 것으로, 사망률의 지속적인 하락이 잘 반영되지 않아 실제보다 짧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일반금융소비자가 이런 통계의 허점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이 기준으로 노후준비를 하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상보다 실제 생존연령이 길기 때문에 계획보다 은퇴자산이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이죠. 또 한편으로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장수리스크’가 존재하는데요. 보험사는 연금상품 가입시점에 예측한 사망률을 적용해 지급할 연금액을 결정합니다. 이 때, 개인의 기대여명이 늘어난 만큼 연금지급액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공급자(pension provider), 금융 소비자(individual) 모두에게 점점 더 큰 ‘장수리스크’를 안겨줍니다.

쉽게 말하자면, 연금공급자(회사/국가 등)에게 장수리스크란 ‘예상되는 기대여명보다 연금을 많이 지급하게 되는 것’이고 일반금융소비자들에게 장수리스크는 ‘예상되는 기대여명보다 은퇴자산이 적은 것’이죠. 때문에 장수하면 할수록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또 작년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살펴보면 예정기대수명보다 실제 기대수명이 더 높은 것을 알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3월 말 생명보험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연금보험의 예정기대수명은 평균 87.2세. 그러나 보험계약자의 현재 기대수명은 평균 94.7세로 추정되어 현재보유중인 개인연금보험에서 평균 7.5년의 추가적인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더해지는 셈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심각할 정도로 ‘장수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겠지요.







종신연금 vs 확정연금, 그 현명한 선택은?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장수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세상을 뜰 때까지 안정적인 현금의 흐름을 제공해주는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일시금을 더 선호하고, 종신연금 가입률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학자들은 이 현상이 조기사망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보다 현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단기지향심리’에서 온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연금상품을 이론적으로 살펴볼 때와 실제 소비자들의 현실적 구매 패턴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왜곡현상을 흔히들 ‘연금 퍼즐(Annuity Puzzle) 또는 ‘연금 수수께끼’고 부르기도 하죠.



<출처: 네이버 영화 (바로가기)>



그렇다면 연금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 종신연금이란 어떤 상품인지 살펴봐야겠죠? 종신연금은 가입자가 오래 살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인데요. 이것은 일종의 ‘생존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금은,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의 사망률 개념을 적용한 톤틴연금(Tontine annuity)에서 유래했습니다.


▶ 톤틴연금의 특성

- 연금에 참여한 투자자는 14개의 연령대별로 구분하고, 동일연령 가입자는 모두 동일한 금액을 납입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금액을 납입하도록 합니다.

- 국가는 각 연령 그룹별로 납입된 총액을 기초로, 매 연도말 각 그룹의 생존자들에게만 연금을 균등하게 지급합니다. 

- 가입자가 사망하면 그의 몫은 다른 일원에게 양도되어 연금가치가 상승하며 마지막 가입자가 사망하게 될 때까지 연금은 계속 운용됩니다. 


결국 이 제도가 세상을 뜬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을 전부 나누어주는 형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수익률을 예로 들어볼까요? 연초에 60살인 여성 1천명이 1만원씩을 내 이자율 연 5%인 1년짜리 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20%라면 한 해의 마지막 날, 쌓인 투자기금은 1,050만원(1만원 1천명 + 이자 50만원)에 달하고, 8백명의 인원이 살아있다고 계산할 수 있죠. 남아있는 생존자 8백명이 연말에 남은 돈(1,050만원)을 나누어 갖는다면 한 사람당 돌아가는 돈은 1만 3,125원이 되므로, 꽤 좋은 수익률이 아닌가요?





특정기간을 정해놓고 연금을 받는 확정연금보다 훨씬 좋은 수익률이지요. 이는 연금상품이 가진 이론적인 가치, 즉 ‘내재적 수익률’의 개념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수익률 관점에서 보아도 ‘장수리스크’ 극복을 위해서는 종신연금이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신연금의 선택, 장수리스크 극복의 열쇠


하지만 종신연금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층소득보장체계에서의 공적연금은 미래에 대한 상황이 불투명하고, 퇴직연금의 경우 수십 년간 일해왔음에도 직장에서 받는 퇴직금 규모는 매우 작거니와 이마저도 연금형식으로 수령하기보다 일시금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노후대책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금융소비자가 장수리스크를 극복하려면 종신연금과 같은 연금상품에 대한 파악과 합리적인 선택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상품설명서 또는 안내서 등을 통해 은퇴자산 연금화를 자세히 안내하고 종신연금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