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여자들, 이제 막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여자들, 그녀들이 제일 먼저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가구’입니다. 어렵게 장만한 나만의 집, 아름다운 가구들로 예쁘게 꾸미고 싶은 건 공통된 마음일 텐데요. 우리가 블라우스 한 장을 살 때에도 그에 어울리는 치마, 구두, 가방 등을 매치하는 것처럼 가구도 색상과 재질, 디자인에 따라 식탁과 소파 등을 맞추고 싶어해요. 아마 대부분의 주부들이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아닐까요?
<KBS 개그콘서트 풀하우스 캡쳐>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가구에 대한 욕심도 많고 무엇보다 가구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많답니다. 그래서 준비한 소식, 세계 가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핀 율의 <탄생 100주년전-북유럽 가구 이야기전>입니다. 무엇보다 핀 율은 우리나라에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해요. 그러니 꼭 가봐야겠죠?? ^^ 이번 전시회는 4월 26일부터 9월 23일까지 대림 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데요. 몇 년 전부터 트렌드 세터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도 전시되어 있어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대림 미술관은 건물이 상당히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스타일로 꾸며져 있는데요. 관람하기 전에 대림미술관 김신 부관장님이 직접 핀 율과 북유럽 가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줬어요. 설명을 듣고 나서 전시회를 관람하니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가 느낀 북유럽만의 가구 스타일
지난해 초 떠났던 유럽여행 중 마지막 일정으로 핀란드를 방문했었는데요. 북유럽 날씨답게 하루 종일 눈이 내리고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와 오후 3시면 해가 저물어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해가 뜨는 북유럽 날씨의 특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핀란드만 해도 전세계적인 디자인강국으로 마레메꼬, 이딸라, 아아리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직접 매장을 방문해보니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원색 등 밝은 색 계열의 디자인이 많더라고요.
북유럽은 대부분 겨울이 길어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다 보니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서 내부 인테리어가 발달되었다고 하는데요. 실내에 앉아 꼬물꼬물 무언가를 손으로 만드는 시간이 많은 탓에 디자인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날씨가 무척이나 춥기 때문에 따뜻한 색상의 디자인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북유럽 가구이야기는 핀 율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전시되고 있는데요.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핀 율은 ‘스칸디나비아 모던’ 디자인의 거장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핀 율은 덴마크출신으로, 북유럽 가구 스타일을 확립하고 데니시 모던(Danish Modern)을 전파시킨 장본인이기도 하죠.
이번 전시회는 의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테리어 가구를 볼 수 있습니다. 의자는 가구 중에서 유일하게 개인소유물인데요.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기도 하고, 사색을 하거나,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등 개인소유물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서양은 오래 전부터 실내에서도 신을 신고 생활했으며 방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문화가 발달했기에 의자가 발달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요. 반면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과거부터 신을 벗고 방에 앉아서 생활하는 문화로 의자는 개화기 이후에나 전파되었는데요. 그렇기에 서양에 비해선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최근 다양한 문화의 유입으로 방에서도 신발을 신고 사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죠.
▶핀 율, 그는 누구인가?
핀 율은 원래 건축공학도 출신인데요. 어려서부터 가구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으며 대학시절 유산으로 물려받은 집을 소유한 후에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 필요한 가구를 독학으로 디자인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구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 당시 동시대 가구디자이너들은 대량생산방식으로 의자를 제작했지만, 핀 율은 그저 자신이 직접 앉을 만한 의자를 수작업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가 의자를 독학으로 잘 만들었던 배경으로는 건축학원리를 대학에서 배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핀 율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세계 가구 디자인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로 그의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성은 유명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인 IKEA의 제품들을 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북유럽 스타일을 확립하고 전파시킨 장본인이기도 하죠. 그는 1950년대 가구전시회 밀라노 트레엔날레에서 5개의 상을 받은 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후 UN 미국본부 회의장 건물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기도 했을 정도로 가구 디자인업계에선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핀 율의 가구와 북유럽디자이너들의 가구가 한자리에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시 공간의 일부를 매월 다른 주제로 구성하는데요. 매월 미술관 2층 북유럽 리빙룸에 다른 모습의 북유럽간이 만들어진다고 해요. 마침 제가 방문할 즈음에는 한국의 고가구와 핀 율의 북유럽의자를 조화시켜 전시하고 있더군요. 과거 한국의 가구와 북유럽의 의자가 잘 매치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눈으로 보니 동양과 서양의 색다른 만남 같아 흥미로웠고 의외로 조화로운 모습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4월과 5월에는 북유럽과 한국 디자인의 조우, 6월에는 컬러풀한 패브릭과 소품을 활용한 여성을 위한 공간, 7월에는 하우스 파티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고요. 8월에는 키덜트를 위한 장난스럽지만 위트 있고 세련된 공간 연출, 전시의 마지막 달인 9월에는 오브제적인 조명이 만들어내는 북유럽의 아름다운 가을을 재현할 예정이라고 하니 방문하시기 전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치프테인>
핀 율의 작품 중, 근대 의자의 어머니라고 불리며 현대 의자 디자인 역사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NO. 45 의자와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9세가 앉았던 의자로 유명한 치프테인(Chieftain)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데요. ‘치프테인’은 78개만 제작되어 전세계 덴마크 대사관에 제공되어 그 역사적 의미가 깊습니다.
2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핀 율의 다양한 가구와 북유럽 가구디자이너의 작품을 관람하고 나서는 마지막 체험공간에서 직원이 직접 사진촬영도 해줬습니다. 멋진 고급 의자에 앉아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은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전시회를 좀 더 알차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관객이 참여하는 Easy & Fun 가이드 투어(도슨트 설명)를 비롯하여 오디오 가이드, 아트패키지프로그램 등 미술관에서 마련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소 의자를 비롯한 가구가 그저 단순한 인테리어소품이자 생활필수품이라 생각했던 분들이 많을 텐데요. 사실, 저도 그 중에 하나이긴 했습니다. ^^;; 하지만 더 이상의 무시는 그만! 여러분이 직접 전시회를 관람하게 되면 단순한 생활용품이라는 생각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에요~
대림미술관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35-1
전화번호 02-7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