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새로운 변수도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면 사람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찾게 되는데요. 그 때문에 금이나 달러화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채권 시장 강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기에 부정적인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꺼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은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고, 한국은행도 경제 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높였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도 현행 제로 금리를 당초보다 6개월 늘려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인도,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이미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나라들도 다수 존재하는데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채권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채권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은 지난 2016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한국은행은 지난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인상한 데 이어 2018년 11월에 1.75%로 재차 인상한 이후 동결해 왔습니다. 반면, 시중금리는 빠른 속도로 하락해, 중장기 국채 수익률이 모두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를 밑도는 이변을 보여주었습니다.
6월 말 기준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1.42%로 떨어져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5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5% 아래로 하락했는데요.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1%, 10년 만기 1.56%, 20년 만기 1.60%, 30년 만기 1.60% 등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 걸쳐 하락할 뿐만 아니라 초장기물 금리까지 기준금리보다 낮게 내려선 것이죠.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지 않고 변경해야 한다면 그 방향은 추가적인 인상보다는 인하하는 방향일 것이라는 관측에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국채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입니다.
▶ 미국 달러,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 기조
사실, 안전한 국채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국,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와 금값이 강세인 이유이지요.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G20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간 유예해 무역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올 5월에 진행된 고위급 무역 회담은 결국 중단됐었죠. 미국은 2,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25%로 관세 인상을 결정했고, 중국도 600억 달러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혀 무역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안전한 달러로 투자자금이 이동한 여파로, 지난 5월 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2017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190원 대로 상승하며 1,200 원에 육박하기도 했는데요. 달러인덱스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 지수 상승은 달러 가치 상승 의미)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후 원/달러 환율은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안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5월 말 고점에서 내려오기는 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지난해 3월 저점 대비로는 10% 가까이 오른 상태입니다. 미·중 무역 분쟁이 고조되거나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되면 달러 가치는 언제라도 재차 상승할 것입니다.
▶ 가파르게 상승하는 금 가격
국내외 경기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은 금값마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국내 금값은 지난해 9월 말에는 1그램 당 4만 2,000 원 선이었지만, 올 6월 말에는 5만 2,600 원까지 올라 25%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국제 금 가격도 이 기간 온스 당 1,170달러에서 1,415달러까지 20% 정도 올랐고요. 1 온스는 31.1그램으로 계산됩니다. 국내 금 가격은 국제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과 환율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인데요. 따라서 국제 금 가격이 오르거나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금값도 높아지게 되죠. 현재는 국제 금 가격과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국내 금값을 끌어올렸습니다.
국내 금 가격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9월에는 6만 8,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당시 국제 금값도 온스 당 1,900달러에 육박했습니다. 국내 금값이 오른 데에는 최근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확산된 것도 실물 자산인 금 수요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있지요. 지난 5.13(월) 국회 토론회는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찬반 의견을 수렴하고 도입 여부를 타진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후 한국은행과 정부는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나, 자산가들의 불안 심리를 야기했던 게 사실입니다.
금에 투자하는 방안은 다양한데요. 실물 거래 없이 통장으로 적립할 수도 있고, 골드바 등 실물을 매매할 수도 있으며,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혹은 파생결합증권(DLS) 등과 같은 투자상품으로 매매할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투자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다르고, 부과되는 세금과 수수료도 상이합니다. 그러므로 투자목적, 투자성향, 투자금액 등을 꼼꼼히 살피고 가장 적합한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 달러, 금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산 가치를 보존하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시 대다수 자산가치가 동반 하락할 때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위험 헤지 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투자 환경이 가변적인 만큼 특정 자산에 집중하기보다는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며, 달러와 금 가격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