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해마다 개선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함께 사는 동물을 ‘주인이 기른다’라는 뜻으로 동물들을 ‘애완동물’이라고 칭했습니다. 그 후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the human-pet relationship)” 국제 심포지엄에서, 애완동물의 가치를 재인식하자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반려-짝이 되는 친구]를 뛰어넘어, 사람과 동물의 구분 없이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펫팸족 (Pet+Family)’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뿐 아니라, 새와 물고기, 고슴도치와 햄스터 등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5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우리나라 1,911만 가구 중 457가구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후보마다 반려동물에 관한 공약을 내세웠었죠. 이렇듯 펫팸족 증가함에 따라 경제분야에서도 변화가 생겼는데요. 오늘은 펫코노미(Pet+Economy)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반려동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동물병원도 많이 설립되었죠. 작년 말에는 일반 동물병원뿐 아니라 국내 첫 동물 응급센터가 개설됐습니다.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은 국내 대학 최초로 야간/응급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센터의 문을 열면서 위급상황에서 처한 동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대학병원뿐 아니라 진료항목에 따라서 ‘동물 전문 안과’와 ‘동물 전문 치과’, 그리고 ‘동물 전문 한의원’도 있습니다.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뜸이나 침을 맞으며 치료받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그뿐 아니라 수중 러닝머신을 통해 재활치료를 하거나 비만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의 비싼 진료비에 대해 놀라곤 하는데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사람의 경우 진료비의 25%만 부담하면 되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100%의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은 만 6-7세 이하 반려동물을 가입대상으로 질병, 상해, 입원 통원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하지만 국내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0.1%로, 영국 20%, 미국 10%, 일본4%에 비하면 보험 가입률은 아주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뿐 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신용카드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K사의 ’국민반려애 카드’나 H사의’하나 길고양이 후원카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반려동물 관련 업종인 병원, 펫샵, 검사소, 약품 및 장례업체 등에서 해당 카드를 사용할 경우 5% ~10 %의 리워드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여행도 반려동물과 함께
반려동물(주로 강아지)을 혼자 남겨두고 여행을 가자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펫팸족! 이제는 여행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객은 총 3만 7,336건으로, 전년 대비 19%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반려동물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숙소 (Pet Friendly Hotel)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제주도의 숙소 중에 반려견 동반 가능한 펜션이 많고, 서울과 인천 송도, 그리고 남해에 있는 최고급 호텔도 반려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동행할 수 없는 경우 ‘동물 전용 호텔’에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동물병원 호텔의 경우 가격은 약 1~3만 원 이라고 하는데요. 수의사 등이 수시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며, 어린 강아지나 노령견 등도 입실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죠. 반려견 전용 호텔의 경우 약 2~4만 원의 숙박료를 책정하고 있는데요. 반려견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운동장과 놀이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걱정없이 즐겁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입니다.
또한 낯선곳을 경계하는 반려견들을 위해 주인이 없는 동안 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pet sitter)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호텔 등에 비해 저렴한 요금으로 펫시터가 본인의 집으로 동물을 데려가서 돌봐주기도 하고, 주인이 없는 집에 매일 들러서 사료를 챙겨주고 산책을 해주기도 합니다.
▶펫코노미의 성장으로 인한 반려동물 관련 직업의 다양화
2017학년도 입시에서 제주대학교 수의예과는 무려 33.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반려동물에 관련된 직업이라고 하면 수의사와 애견미용사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동물자원과학 연구원, 수의 과학 연구원, 동물 교감 전문가, 동물 의상 디자이너, 애완동물 미용사, 애완동물 장의사, 애견 혈통 관리자, 애견 트레이너, 애완동물 행동 상담원 등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대부분 대학에서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연령에 제한 없이 사설기관을 통해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펫코노미 (Pet+Economy)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동물한테 너무 심한 지출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집에서 가족처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동물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급속도로 팽창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혹시 비싼 물건이나 비싼 서비스만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동물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 없이 공허하게 부피만 커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