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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다시 시작된 주식 투자의 시대, 올바른 준비법은?

올 연초에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분위기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탄핵 정국이 맞물리며 경제 향방은 불확실하기만 했고, 심지어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었는데요. 거기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만기가 겹치는 4월에 커다란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마저 설득력을 얻어가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미국이 4월 15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며,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만기도 채권자들 사이에 채무조정안이 가결돼 일단 고비는 넘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은행 국내 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


우리나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는듯 한데요.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앞다퉈 국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데 바빴지만, 이제는 성장률을 높이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의 성장률 상향 조정이 주목할 만 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13일 개최된 올해 세번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1.25%를 동결하는 한편,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6%로 끌어올렸는데요.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7%로 높였고, JP모건과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국제적인 투자은행들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았습니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는 경제 상황이 호전됐다기 보다는 GDP 계산 방식이 달라져서 조정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경기가 좋아져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은 2013년 7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라고 하니, 오랜만에 한국은행의 낙관적인 경기인식 변화를 확인하게 된 셈이죠.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고, 소비도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는데다, 새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이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커질 전망입니다. 물론 보호무역주의 심화 가능성,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위험 요인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요. 



▶코스피 박스권 탈피에 거는 기대


주가는 경기를 선행한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코스피는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기 전부터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코스피는 지난해 12월 초 저점 이후 올 3월 말까지 10% 이상 올라, 종가 기준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2178 포인트까지 상승하기도 했죠. 이번 기회에 코스피가 지난 6년간 지루하게 계속됐던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은 물론, 사상 최고치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고점 전망치를 2300 포인트 이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 국내 주가 상승을 견인한 주인공은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3월 한달 동안 국내 주식을 3조 원 이상 순매수 해 8개월래 가장 많은 금액을 사들였고, 1/4분기 전체로는 5조 원 이상 순매수 했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순익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에도 순익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순익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우리나라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84배로, 주요국 10개국 중 가장 낮았고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순익으로 나눈 가치 평가 지표로, PER가 낮을수록 주가는 저평가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소비자물가도 반등하는 움직임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투자자들의 심리도 되살아나 안전자산만 고수하기보다는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요.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가 반등하는 것도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조짐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2%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는데요. 이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년만에 최고치입니다. 그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1.5% 수준에 그쳐, 한국은행이 적정하다고 파악하는 물가상승률 구간인 2%±0.5%p에 미치지 못했지요. 이로 인해 장기적인 물가 하락과 경기침체로 야기된 일본식 경기불황마저 우려됐답니다. 


전반적인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상승하고 기업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국내외 경기가 호전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주식시장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주식의 투자 성과가 양호했던 경우가 많았지요.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데,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오르는 상황입니다. 경제가 나아져서 금리가 오르는 경우 주가가 동반 상승한 것과도 일맥상통 하는 것이죠.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투자를 위하여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근거 없이 무모한 희망을 품고 주식 투자에 덥석 나섰다가, 상처만 입은 채 빠져 나와 당분간 주식시장은 바라보지도 않죠.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되는 동안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이후에야 뒤늦게 뛰어들죠. 그리고 나서 주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나서야 매도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결국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이기는 게임에서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지는 것이지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싸게 사는 타이밍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 됐다는 얘기는 수년 전부터 들려왔지만, 주가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저평가 된 게 맞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죠. 중요한 사실은 주가가 낮은지 높은지는 지나봐야 알기 때문에 투자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오지 않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죠.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 혹은 월납을 이용하면 주가가 낮을 때는 많이 사고 주가가 높을 때는 적게 사는 효과를 얻습니다. 투자자들은 적립식 투자는 이어가되, 목돈으로 쌓이고 누적 수익률이 높아지면 목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적립식 투자는 계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금리 등과 같은 경제지표를 살펴보고,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파악한다면 준비된 투자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죠. 투자에는 공부가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한데요. 우량한 개별 주식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면 펀드와 변액과 같은 간접투자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 중 하나 입니다. 펀드의 객관적인 투자등급과 시장대비 장단기 성과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죠. 


주식형 펀드가 다수의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맞지만, 단일 펀드로는 충분한 분산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다수의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변액보험은 다수의 펀드를 확보하고 있고, 최근에는 펀드와 공시이율 간의 이동이 가능한 상품도 출시돼 있어 활용해 볼 만합니다. 


객관적으로 우량한 주식이나 펀드를 선택하고 분산 투자에 나섰다면, 이제 투자자들은 조급함을 버리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투자는 단기간 내 승부를 내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컨디션을 조절해 가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날씨나 지형과 싸워나가며 완주해야 하는 마라톤과 같기 때문이죠.




이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