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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영화 ‘인타임’처럼 수명을 돈으로 사는 ‘수명양극화 시대’ 개막

우리나라 100세 이상의 어르신은 몇 분일까요? 통계청(2016) 자료에 따르면 3,159명(남 428 / 여 2,731)입니다. 90세 이상 인구는 이보다 약 50배 많은 15만 명 정도입니다. 100세 이상 인구는 5년 전에 비해 72%, 90세 이상 인구는 67% 증가했습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대수명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1980년에 66.1세였던 기대수명은 2015년 기준 82.1세로 2년마다 기대수명이 1년씩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생명공학분야 전문가들은 금세기 안에 인간의 평균수명이 120세, 심지어는 140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예전에는 수명은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Money may not buy love, but it appears to buy years.”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수명은 연장시킬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나온 헤드라인 기사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14년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부유층의 기대수명이 빈곤층의 기대수명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소득하위 40%의 여성들은 이전 세대보다 기대수명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2011년에 개봉한 <인 타임>이라는 영화는 인간의 수명을 소재로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서 25세까지만 노화가 진행되고 그 후부터는 돈으로 인간의 수명을 거래하면서(예: 하루 노동의 대가는 시간 단위로 수명을 지급하는 형식) 결국 부자들은 불로장생(不老長生)하지만, 그 외 사람들은 고된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수명을 연장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영화 같은 현실이 우리 주변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해집니다.


2015년 서울대 의료관리학연구소와 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소득이나 거주지역에 따라 기대수명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상위 20%에 속한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83.7세로 소득하위 20%의 기대수명(77.6세)보다 6년이나 더 길었고 거주지역에 따라서도 15년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부자가 더 오래 산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지역 간 수명과 소득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국 광역시·도 중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평균수명이 비교적 높지만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전라남도의 평균소득은 전국 평균소득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역 간 기대수명과 평균소득은 상당 부분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째서 평균적으로 소득이 높은 지역이 오래 사는 것일까요? 아마도 경제적 수준으로 인해 고소득층은 중대한 질환을 발견할 확률이 높고 또한 치료 수준을 좌우하여 생존율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에 비해 저소득층은 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검진조차도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 대비 수검률이 상당히 낮아 중대질환의 발견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암 발병의 경우 소득상위 20% 암 환자 생존율은 3개월 84.5%에서 5년 37.8%지만, 하위 20%는 3개월 75.0%에서 5년 24.0% 등 모든 기간에서 더 낮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거주지역의 도시화 정도, 의료시설 수준 등 지역 환경과 의료 접근성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이유로 의료시설 이용편의성은 노후 거주조건의 가장 선호되는 기준 중 하나로 꼽힙니다.  


부동산과 소득양극화에 이어 우리의 수명까지도 양극화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 풀어야만 하는 숙제인 셈입니다.



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