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들어서도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금리인 듯 합니다. 다만 그 동안은 초저금리가 최대 이슈였고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마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금리가 과연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가 관건이 됐는데요. 미국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올해 연이은 금리 인상을 예고한데다, 유가와 식료품 가격 등 국내 물가도 일부 상승하면서 국내에서도 금리 상승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물론 예금 가입자들에게는 금리 상승이 반가운 뉴스일 수도 있겠지만, 가계 부채가 1,300조 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대출자들을 심하게 압박하겠죠. 이제 새해 달라진 금리 환경을 성공적으로 준비하는 방안을 살펴볼까요?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한국은 시중금리 상승
미국은 지난해 12월에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0.50~0.75%로 인상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는데요. 이와 동시에 새해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7명의 연준 위원들이 지난해 12월 회의가 끝난 이후, 적정하다고 밝힌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표시해 둔 것입니다. 이에 의하면, 2017년 적정 기준금리 수준이 0.75~1.00% 라고 답한 위원은 단 2 명에 불과했고, 1.00~1.25% 라고 언급한 위원이 4 명에 달했으며, 1.25~1.50% 라고 밝힌 사람이 6 명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즉 대다수 미국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올해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세 차례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음을 시사함을 알 수 있죠.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인식때문에, 국내 회사채와 국고채 등 시중금리가 상승해 왔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에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한 이후 줄곧 동결해 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고채 금리는 상승했는데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그대로라고 해도 시중금리는 시장의 기대와 심리가 반영되면서 등락하기 때문이죠.
이에 2017년 한해 동안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더욱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다면 경기가 활성화되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압력도 높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금리 상승 기 자산관리 방안을 고려할 때라는 얘기죠.
▶금리 상승 흐름에 편승해 이자소득 늘리기
물론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과거 고금리 시대로 복귀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사실 저금리 환경은 구조적으로 정착된 추세이고, 다만 경기주기에 따라 금리는 등락하는 것이지요. 일단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예금의 만기는 짧게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 가입하는 예금일수록 높은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지요.
높아진 금리나 물가를 반영하는 변동금리 채권이나 물가연동국채도 투자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뱅크론은 대표적인 변동금리 채권 중 하나인데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에게 은행들이 담보를 받고 제공하는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채권입니다. 뱅크론은 대출 기준금리와 연동해 움직이는 변동금리 대출이므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적용되는 금리가 동반 상승해 수익률도 높아집니다. 또한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면 원금과 이자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공시이율이 적용되는 보험상품도 시중금리가 오르면 더 높은 이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시이율은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수익률과 더불어 국채와 회사채 등 채권 금리를 반영해 매월 새롭게 계산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 시 공시이율은 오르게 되죠. 더욱이 최저보증이율이라는 안전장치를 장착했다면(상품에 따라서는 추가 비용 소요), 공시이율은 장기적으로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도 안심할 수 있답니다. 시중금리가 오를 때는 공시이율도 동반 상승하고, 시중금리가 계속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죠.
▶대출 관리 철저…채권 투자는 만기 고려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대출 관리에 철저히 나서야 할 것입니다. 시중 금리 상승은 예금 이자율보다는 대출 이자율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싼 이자로 대출을 일으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는데 따른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의미하죠.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등 대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질 수 있는데요. 채권금리가 오르면 신규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채권을 골라서 매입할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을 감내해야 합니다. 채권 가격은 채권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채권 가격 변동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됩니다. 만기 보유할 경우 액면 금액을 받으므로 만기 이전의 채권 가격 변동은 무의미하게 되고, 채권 매입 시점의 수익률로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금리 상승 기에는 만기가 짧은 채권 혹은 채권형 펀드로 접근해야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을 줄일 수 있고요.
일반적으로 개별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만기까지 보유해 확정된 이자와 액면금액을 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만기 이전에 처분해 이자소득 외에 채권 가격 변화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는 것입니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시세차익이 발생할 것이고,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해 시세차손이 발생하겠죠. 따라서 채권은 만기까지 가져간다면 금리 등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금리 상승기 주식으로 자금이동 가능성
금리가 상승하면 개인이나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2005년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기와 2010년 시작된 금리 인상기에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는데요. 경기가 호전되면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주가도 강세였던 것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개선을 반영한 것이고, 미국 경기회복은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일 수 있는데요. 국내외 금리 상승이 곧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과거 경험 상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도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금리가 오르는 기간에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국내외 경기가 개선되고 물가도 오르면 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주가 상승을 부추기는데요. 이에 투자자들은 가격이 하락하는 채권에서 가격이 오르는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는 것도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을 자극할 수 있고요.
▶금융시장의 굴곡에 대비할 필요
2016년에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예기치 못한 투표 결과로 인해 정치적 격변이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새해에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에서 선거가 잇따를 예정입니다. 유럽에서는 反 이민 혹은 反 유럽연합(EU)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 극우 정당이 득세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고요. 영국은 3월부터 브렉시트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며, 국내에서는 조기 대선이 가능한 상황이죠.
2017년에도 정치적 변수가 많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 종종 발생하면서 금융시장의 굴곡은 심해질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투자자산을 명확하게 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정치적 혹은 경제적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 특정 투자자산이 언제까지나 유리할 수도 없고 또 언제까지나 불리할 수도 없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국내외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관리하고 수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실도 유념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