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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현대인의 쉼테크, 삶에 원기를 불어넣어줄 명산과 암자 이야기 <1편>


경쟁이 치열한 현시대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채우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고 더 많이 가지는 것에만 욕망의 불꽃을 태우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옥죄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과연, 채우는 삶은 행복할까요? 


곧 여름 휴가철이 다가옵니다. 이번 휴가에는 명산대천을 유람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와 같은 대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비움의 지혜를 얻는 건 어떨까요? 마음속 근심과 걱정, 불안을 없애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최고의 원기 회복제라고 하죠. 암 환자 중에도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자연치료 요법으로 치유된 사례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70%가 산입니다. ‘삼천리금수강산’이라는 칭호처럼 전국에 자연경관이 빼어난 명산이 많죠. 서울근교만 해도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그리고 서쪽으로는 강화도의 마니산, 동쪽으로는 남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설악산(1,708m), 중부에는 계룡산, 월악산, 속리산, 남으로는 남한의 최고봉 한라산(1,950m)과 남한에서 규모가 가장 큰 지리산(1,915m), 전라도에 월출산 등등. 이런 명산을 탐방하는 것은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 됩니다. 명산을 걷는 것은 대지의 기운을 온몸에 싣게 해 주니까요.


‘산이 높다고 명산이 아니고,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름 있는 명산에는 빠짐없이 사찰과 암자(사찰에 딸린 작은 절)가 있습니다. 산이 곧 심신수련의 장인 것입니다. 제가 다녀본 명산과 사찰 중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북한산, 그리고 문수사와 원효암


북한산은 단위면적당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만 서울∙경기 인구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산에는 32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정상에는 주봉인 백운대(836m)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인수봉(810m), 남쪽에는 만경대(787m)큰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세 개의 뿔’이란 뜻을 지닌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에 ‘북한산’으로 개명되었다고 합니다.


 

북한산에는 진관사∙문수사∙태고사∙원효암∙덕암사∙노적사∙상운사∙도선사∙승가사∙화계사∙국녕사∙부왕사∙삼천사∙용덕사∙무량사 등 30여 개의 사찰과 북한산성, 그리고 14개의 성문, 행궁지, 진흥왕순수비 등 많은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계곡마다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산행하면서 전통사찰과 문화재들을 탐방하며 역사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이 북한산 등산의 또 다른 묘미입니다.


 

북한산에는 등산코스가 여러 개입니다. 그중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구파발역(지하철 3호선)에서 가까운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고양시 덕영구 북한동)를 지나 대서문, 중성문, 산영루, 노들바위를 거쳐 대남문으로 오르는 북한산성 주계곡 코스(편도 5.8Km, 약 3시간 소요)입니다. 이 코스는 계곡이 넓고 여름철엔 수량이 풍부하여 화강암으로 구성된 산길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오를 수 있습니다. 등산로는 두 명이 서로 담소를 나누며 오르기에도 충분한 넓이입니다. 계곡은 화강암에서 나오는 화기(火氣)와 계곡 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기(水氣)의 조화로 인해 산행의 즐거움은 더하고, 산행의 피로를 덜어주어 등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쪽을 산행하면 최소한 일주일 치 분량의 에너지(氣)를 얻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산성계곡의 정점에는 대남문이 있습니다. 대남문에서 남서쪽으로 150m 지점에 있는 작은 절이 문수사입니다. 경관이 빼어나고 기도의 효험이 있기로 유명한 이 절은 암행어사 박문수와 이승만 대통령의 부모가 이곳에서 기도하여 태어났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문수사는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와 경남 고성 무이산 문수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문수보살 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수사는 문수봉으로 연결된 천연바위 암반으로 된 석굴에 동굴법당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옛 선승들은 전후좌우상하 모두 바위로 된 천연동굴인 이 문수굴에서 좌선하며 용맹정진하였을 것입니다. 화강암 동굴이니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자기의 영험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였을 터이니 기도발이 세지 않았을까요?



편도 5.8km나 되는 대남문 코스보다 가볍게 북한산 산행을 하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원효봉 코스(해발 505m, 완경사 편도 약 3km / 급경사 편도 2.3km)입니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 덩어리로 된 원효봉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는 노적봉과 동장대, 북쪽으로는 백운대와 만경대, 남쪽으로는 의상봉과 의상대사의 수행처였던 국녕사와 거대한 좌불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거친 남성미를 풍기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원효봉 아래 8부 능선 지점에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좌선 수행하였다고 전해지는 원효암이 있습니다. 바위 능선을 따라 지은 아주 조그마한 암자입니다. 이 암자의 특징은 산신각입니다. 대부분의 산신각은 할아버지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곳은 여산신과 대나무 숲의 호랑이와 소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원효봉 아래에 넓게 펼쳐진 치마바위를 여산신의 치마라고 여겼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두 명이 겨우 앉을 만한 작은 석굴처럼 된 산신각은 신라의 고승 원효가 의상봉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좌선하기에 적합합니다. 원효암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여 산행 중에 잠깐 들러 천수경을 읽으며 명상하기에 좋습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산행을 한 뒤 잠깐만 앉아 있어도 땀이 가시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줍니다. 단연 원효봉 제일의 명당으로 격무로 과부하가 걸린 심신에 휴식을 주기엔 더없이 좋습니다. 


산신각에서 대웅전으로 나오는 길목에 원효대사가 지팡이로 뚫어 만들었다는 약수터가 있습니다. 가뭄이 길어지는 시기에는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석간수(石澗水)의 수량이 부족하여 약수터 문이 잠겨 맛볼 수가 없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더운 여름에 약수 한 모금은 꿀보다 단맛입니다.




경기 오악(五岳) 중의 하나인 관악산과 연주대(戀主臺)


관악산 정상인 연주봉을 오르는 길은 서울대입구, 사당역, 과천, 안양유원지 등 다양하지만 서울대입구가 대표적인 코스로 등산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입니다. 관악산은 서울 시민들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가장 쉬운 산입니다.


관악산(632m)은 개성 송악산, 가평 화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과 더불어 경기 오악(五岳) 중의 하나로 산 정상이 아주 커다란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그 모습이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아 ‘관악산(冠岳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관(冠)은 벼슬을 뜻합니다. 관악산 아래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가 있습니다. 1970년대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S대 출신이 우리나라 관직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혹시 관악산의 정기를 받아서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관악산 정상 연주봉 아래에 깎아지른 절벽에 있는 연주대(戀主臺)는 동생 세종에게 왕위를 양보한 효령대군이 관악산에 올라 북쪽의 경복궁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곳은 우뚝 솟은 기암절벽으로 된 화강암 수직절리의 발달이 탁월하며, 닭의 벼슬 모양을 닮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주대는 수많은 사람들의 출세와 벼슬을 위한 기도터였을 것입니다. 바위가 많으면서 봉우리가 높은 산이 기도발 잘 받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영험은 바위에서 나옵니다. 땅속의 지자기(地磁氣)가 바위 속의 광물질을 타고 지상으로 분출됩니다. 인체에는 혈액 속에 철분이 있어 바위에 앉으면 지자기가 몸속으로 들어와 몸에 기(에너지)가 충만해지고 영성이 개발됩니다. 바위산이 있는 곳에 사찰이나 암자가 많은 이유입니다.



바위를 통해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치 핸드폰 무선충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듯이 격무에 지쳐 방전된 인체의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산속에서 수도한 도사들의 내공이 깊은지도 모릅니다. 


‘삶을 바꾸는 힘은 내 안에 있다’라고 설파한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이번 여름휴가에는 명산대천의 명당을 찾아 대자연의 도움으로 배터리를 재충전하여 삶을 바꾸는 힘, 내공을 기르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건 어떨까요?


다음 시간에는 우리나라 명산인 설악산과 지리산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석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