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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는 자산관리 시스템, ‘로보어드바이저’가 나타났다?

2016년 새해가 밝았지만 금융시장은 짙은 안갯속에 휩싸여 있는 듯합니다. 유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고, 중국 증시는 폭락을 거듭해 거래가 정지되는 상황까지 발생해 전 세계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죠. 경기회복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의 금융시장조차도 흔들리는 모습인데요. 소중한 내 자산을 믿고 맡길 만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의 행보도 분주할 수밖에 없겠죠.




 로봇을 활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부상 


투자 이론의 대가인 버튼 맬키엘이 약 4년에 걸쳐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펀드 매니저들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심사숙고해서 고른 종목들의 수익률보다 침팬지가 아무렇게나 찍은 종목들의 수익률이 우월하게 나왔다는 웃지 못할 결과는 유명한 일화인데요. 그만큼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운용∙관리하는 일은 전문가들에게도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물며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일 일까요.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국내 자산관리 시장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키워드로 떠올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가 결합한 단어로, 로봇이 투자자들의 자산 운용을 자문해주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뜻하지요. 물론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진짜 로봇이 고객과 대면해 상담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금융시장의 빅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한 것을 토대로 정교하게 설계된 컴퓨터 프로그램, 즉 인공지능이 투자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영상출처: YTN 유튜브 출처 >


그동안 개인의 자산을 맞춤 설계로 관리해 주는 자문 서비스인 프라이빗뱅킹 업무는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들이 주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했는데요.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문가가 아닌 로봇이기 때문에,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은 배제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고 관리하게 되죠. 




 로보어드바이저에 주목하는 이유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을 살펴 볼까요.


 

일단 로보어드바이저는 개인의 투자 성향을 확인합니다.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손실 범위나 기대하는 수익률 등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투자성향이 판단되는데요. 투자 성향이 결정되면 투자 목적이나 투자자금의 성격 그리고 자금의 규모 등을 감안해 로보어드바이저가 다수의 투자 상품으로 구성된 적절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추천합니다. 추천 포트폴리오대로 투자가 실행되고 나면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주기적으로 자산 배분이 자동적으로 조정되기도 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기존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자문가(흔히 PB)의 역량에 크게 좌우됐는데요. 자산 관리는 기본적으로 금융시장 향방에 대한 예측을 전제로 하는데, 사람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큰 반면에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인의 주관성을 줄이는 것이죠. 


또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보편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최소 투자금액도 낮기 때문이죠.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 등으로도 이용 가능해 접근성도 양호하고요.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았던 글로벌 분산투자를 가능케 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파악되지요. 다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제공하는 업체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달라질 것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한계점은 무엇?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시기 상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2009년부터 7년간 유지된 강세장 속에서 가파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강세장에 적용됐던 로보어드바이저가 약세장에는 과연 어떠한 성과를 보여줄지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죠. 또한 로보어드바이저로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은 상장지수펀드(ETF)로 국한된 경우가 많아, 투자상품이 다양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고요. 

 

더욱이 로보어드바이저는 과거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시장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면 활용성이 높지만, 예기치 못한 움직임에는 대응력이 떨어지겠죠. 우리나라는 이제 막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과와 실효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게다가 유사한 프로그램이 장착된보어드바이저가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경우에는 자금 쏠림 현상이 야기돼, 금융시장을 왜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요. 반대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마다 상이한 자산배분 안을 제시할 경우,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향방은?


우리나라는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그 성과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과에 대한 충분한 기록이 누적된 후에야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겠죠. 그러므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객관적인 변별력이 생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운용 자산 규모가 현재는 전체 투자 금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2020년에는 5.6%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 속도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이고요. 



그러나 로봇이 자산배분 기능을 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역할이 전적으로 배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투자자문이라는 서비스에는 복잡한 금융환경에 직면한 고객에 대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공감이 녹아들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로보어드바이저가 제시한 포트폴리오에 투자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자문가들(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지속되는 절충형 서비스로 발전이 예상되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겠죠. 




 불확실한 시대, 자산배분은 필수!


꼭 로보어드바이저가 아니더라도 유가, 미국, 중국 등 2016년 굵직굵직한 해외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분산 투자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분산 투자를 위한 자산 배분은 금융시장 상황과 투자 기간에 따라 적절한 조정이 요구되고요.    


2015년 한해 동안 채권혼합형 펀드로 무려 7조 원이 순유입 된 것도 위험 분산을 위한 자산 배분의 영향으로 파악되는데요. 변액보험 혹은 혼합형 펀드는 단일 상품으로 자산 배분이 가능하지요. 위험이 큰 주식형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혼합형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죠. 혼합형은 과거 강세장에서는 주식형 대비 저조한 수익률로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수년간 금융불안 속 횡보장이 계속되자 주식형에 비해 높은 안정성이 주목받았습니다. 물론 저금리 시대 안정선호형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에도 성공했고요.

 

목돈을 투자할 때에는 자산 배분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월납 혹은 적립식 투자의 경우에도 납입기간이 오래 경과하면, 목돈으로 쌓이게 되므로 누적자금에 대한 적절한 자산 배분이 필요하답니다. 예를 들어 납입기간을 20년이라고 가정할 때, 초반에는 주식형 30% 혼합형 70%로 시작하다가 점차 주식형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식이죠. 납입기간이 중반을 넘어서 11년 차로 접어들면, 주식형 대신 채권형이나 원리금보장형 등과 같이 안정적인 자산을 늘리도록 하고요. 그러다가 후반으로 치달으면 안정적인 자산으로만 예치하는 것이죠. 


이 같은 자산 배분 조정은 은퇴를 앞둔 기간으로 대입할 수도 있는데요. 은퇴를 20년 앞두고 있으면 주식형 비중을 높이고, 은퇴에 임박한 경우는 원리금 보장형을 확대하는 식입니다. 또한 주가 등락에 따른 투자 기회를 끊임없이 도모하고자 한다면, 매월 납입하는 자금은 주식형 위주로 투자하고 목돈으로 형성된 적립자금은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자산 배분할 수 있지요. 

 


연초부터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2016년이지만 현명한 자산 배분과 위험 분산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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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