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실려 있는 이 속담은 원래 ‘지아비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쓰이던 것이 와전되어 사용된 것인데요. 그만큼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칠 만큼 독하고 매섭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에 눈 먼 남자는 어떨까요? 남자도 역시 무섭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살인자와의 거래를 시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잭 더 리퍼’를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실제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잭 더 리퍼’
3년 연속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뮤지컬의 대표작 ‘잭 더 리퍼’ 는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탄생한 뮤지컬입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런던에서 최소 다섯 명의 매춘부를 엽기적으로 살해한 연쇄 살인범을 가리키는데요. 사실 ‘잭’은 특정 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영어권에서 이름이 없는 남성을 가리킬 때 쓰는 이름이라고 해요. 이 살인마가 살인을 하던 시기는 과학 수사가 도입 되기 전 시대였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죠.
이번 공연에는 신성우, 유준상, 안재욱, 엄기준, 성민(슈퍼주니어 멤버), 송승현(FT아일랜드 멤버) 등 한국 최고의 인기 배우와 가수 그리고 민영기, 이건명, 이희정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로 이루어졌다고 해요. 역대 최고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관객들이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수사관 ‘엔더슨’의 사건 보고를 통해 사건의 내막을 따라가는 수사극 형식으로, 마치 퍼즐 게임처럼 서서히 범인과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데요.
장기 이식 연구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온 의사 ‘다니엘’이 시체 브로커인 ‘글로리아’를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 살인마 ‘잭’과의 거래를 하면서 비극은 시작됩니다.
음울한 런던의 밤거리와 회전무대, 치밀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잭 더 리퍼'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음악도 무척 좋았고, 무엇보다 관객들을 압도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잭 더 리퍼’는 체코 공연 원작의 라이선스 뮤지컬이었는데요. 국내 스텝진에 의해 대본과 무대를 완전히 새롭게 꾸며 탄생된 작품이라고 해요. 그렇기에 각 캐릭터들이 더욱 생동감 있고, 탄탄한 스토리와 탁월한 심리묘사가 관객들이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죽음과 사랑의 엇갈린 운명
수사관 ‘엔더슨’의 옛 연인인 ‘폴리’와 돈이 최고라 여기는 기자 ‘먼로’가 함께 등장하며, 살리려는자와 죽이려는 자, 그리고 그들을 쫓는 자의 은밀한 동행으로 뮤지컬은 절정에 이르는데요. 로맨스의 주인공 ‘다니엘’도 멋있지만 무대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염세주의 수사관 ‘앤더슨’의 역도 매력적이었답니다.
죽음과 사랑의 엇갈린 운명! 서서히 진실은 파헤쳐지고 살인보다 더 잔혹한 비밀이 드러나며 극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요. ‘다니엘’에게 치명적인 거래를 제안하는 광기를 쫓는 잔혹한 살인마 ‘잭’ 역할을 맡은 신성우씨는 실제로 ‘잭’을 보는 것처럼 이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은 없을 듯싶었습니다. 후반부 몇 곡의 노래와 무대 위 포스 만으로도 완벽한 ‘잭’을 표현해 내더라구요.
뮤지컬 ‘잭 더 리퍼’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화려한 캐스팅에 있다기 보다는 치밀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잘 짜인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다양한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초연부터 꾸준히 이 작품을 선택한 실력파 배우들의 열정도 한 몫 했겠죠.
15일이 넘는 폭염이 지속되다가 한바탕 빗줄기가 몰아치더니, 또 다시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여름은 꽤나 더위에 지친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여름, 좋은 공연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세요. 음주가무가 아닌, 공연을 즐김으로써 오히려 더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