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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11시콘서트

클래식 이야기 여행, 11시 콘서트



아직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지만 멀리선가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2월 12일 목요일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화생명이 함께하는 11시콘서트가 펼쳐졌습니다. 음악회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따뜻하고 향기로운 봄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았는데요. ‘불후의 명곡’이라는 타이틀로 펼쳐진 이날 음악회에서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언론을 통해 호평 받고 있는 지휘자 여자경의 지휘로 테크닉과 음악성이 잘 조화를 이룬 연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위트 있고 친절한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해설 역시 곡의 이해를 돕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고요. 그럼,봄을 기다리듯 설렘과 함께 시작한 11시 콘서트 현장의 이야기로 함께 하실까요? 


 

2월의 11시 콘서트, 어떤 명곡들과 함께 했을까요? 



1.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


봄과 함께 시작된 음악회의 첫 곡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이었습니다. 먼저 이 작품을 쓴 칼 마리아 폰 베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베버는 1786년 독일 오이튼에서 태어난 작곡가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배웠고 14세 때에는 첫 오페라를 작곡할 만큼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드레스덴 궁중 악장으로 임명된 이후부터 오페라 작곡에 더욱 힘을 쓰게 되지요.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독일을 대표하는 오페라로 불릴 만큼 낭만주의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음악적인 대성공을 거두지만 아쉽게도 결핵에 걸려 1826년 40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1821년 완성하여 베를린 극장에서 초연되었지요. 


그럼 ‘마탄의 사수’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젊은 사냥꾼 막스는 마을 사격대회에서 꼭 우승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산림 감독관의 딸이자 자신이 사랑하는 아가테와 결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사격솜씨가 점점 떨어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럴 때 그 앞에 나타난 인물이 바로 카스파이지요. 카스파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사냥꾼으로, 막스를 그 악마에게로 데려갑니다. 그리고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 대신 막스의 영혼을 가져가라고 하지요. 악마는 마법의 탄환인 마탄을 막스에게 주면서 여섯 발은 무엇이 되던 다 맞출 수 있지만 마지막 한 발은 자신의 뜻대로 향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사냥대회가 시작되고 막스는 여섯 발의 마탄을 성공적으로 명중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을 비둘기에게 쏘려고 하지요. 그런데 악마는 그 한 발을 아가테에게 향하게 합니다. 다행히 아가테가 장미꽃에 가려 오히려 카스피에게 명중되고 말지요. 막스는 마탄과 관련된 모든 사실을 말하게 되면서 마을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명한 수도자의 도움으로 용서를 받고 결국 아가테와 결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모두가 행복한 가운데 막이 내려지지요. 





독일의 대표적인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서 흘러나오는 초자연적인 공포는 신비로운 숲을 연상시키는 음악적인 요소들로 묘사되어 많은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드는데요. 특히 베버는 뛰어난 관현악 편성을 통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서곡은 독일식 교향곡이 웅장하게 연주되는데요. 앞으로 펼쳐질 오페라의 전체 줄거리를 아주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2. 비틀즈 주제에 의한 기타 협주곡


두 번째로 연주된 작품은 비틀즈 주제에 의한 기타 협주곡이었습니다. 20세기의 최고의 클래식 ‘비틀즈’의 작품을 기타로 편곡해서 연주되었는데, 비틀즈의 서정적인 선율과 아날로그적인 기타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음악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습니다. 이날 연주는 따뜻한 기타 음색으로 다양한 기획무대에서 연주해 온 기타리스트 장승호가 함께 했습니다. 이날 무대에서는 존 레논(리듬 기타), 폴 매카트니(베이스 기타), 조지 해리슨(리드 기타), 링고 스타(드럼), 이렇게 네 명의 영국 리버풀 출신의 청년이 모여 결성한 전설적인 그룹 작품 ‘Yesterday’ ‘Hey Jude’ ‘Let it Be’ 등 최고의 명곡들을 색다른 편곡으로 만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지요. 이날 연주한 비틀즈 주제에 의한 기타 협주곡의 제1악장은 비틀즈의 3 Songs 음악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고음과 저음부에서 멜로디가 동시에 나오는 혁신적인 발상으로 팝 음악의 발상을 깬 ‘Eleanor Rigby’, 비틀즈가 부른 수많은 명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Yesterday’, 비틀즈의 고향인 리버풀의 거리 이름으로 고향에 대한 회상과 추억이 잔잔하게 묻어있는 ‘Penny Lane’까지 비틀즈의 음악은 단순하면서도 가슴 속 깊이 마음에 남는 가사, 서정적인 멜로디가 최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 ‘Penny Lane’은 피아노를 메인으로 트럼펫 솔로의 깨끗하고 깔끔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제2악장은 비틀즈와 바흐: ‘Hey Jude’와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제2악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비틀즈의 ‘Hey Jude’가 만난 곡으로 절제된 바흐 선율과 심플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비틀즈의 서정적인 선율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Hey Jude’는 폴 메카트니가 존 레논의 아들을 위해 작곡한 것인데, 부모의 이혼의 과정을 통해 겪었을 외로움과 상실감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제3악장은 비틀즈와 비발디의 ‘사계’로 ‘Girl’과 ‘사계’ 중 여름 1악장, ‘The Long and Winding Road’와 ‘사계’ 중 ‘봄’ 2악장, ‘Ticket to Ride’와 ‘사계’ 중 ‘여름’ 제3악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바로크양식의 협주곡풍의 현악합주곡으로 기타라는 악기의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습니다. 기타리스트 장승호의 시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성이 돋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3.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최근 국제 콩쿠르 수상과 함께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력을 인정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진우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는데요. 리스트는 20대 초반부터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각지에서 순회연주를 하면서 많은 여성들의 사랑과 환호를 받았던 연주자였지요. 그는 피아노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을 만큼 테크닉과 표현력에서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하며 세계를 누비며 연주여행을 했었습니다. 더구나 잘생긴 외모 때문에 연주회때 마다 귀부인들이 몰려들어 보석반지와 장갑, 꽃다발을 던지며 열광했다고 합니다. 리스트는 그 사랑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피아노를 돌려놓아 자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청중이 볼 수 있도록 했다는데요. 그의 작품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보면 거대한 스케일과 웅장함이 듣는 사람을 압도할 만큼 박진감 넘치는 매력이 돋보입니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완벽한 피아노 테크닉을 보여주기 위해 작곡한 곡으로 피아노라는 악기로 들려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2악장에서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적 감각이 인상적이지요. 3악장에서의 마지막 피날레의 극적인 고조는 연주의 화려함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하지만 트라이앵글을 사용하여 트라이앵글 협주곡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요.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부분은 쉼 없이 연주되기 때문에 마치 교향시와 같은 느낌을 주어 고전적 협주곡 스타일의 형식을 완전히 깨뜨리는 작품입니다. 피아노의 기교가 워낙 뚜렷하게 드러나는 곡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음향과의 조화가 매우 중요시되는 곡이기도 하지요.



4. 바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마지막 작품은 바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제4악장과 제5악장이었습니다. 이 곡은 헝가리의 대표적인 작곡가 바르토크의 관현악 작품이지요. 헝가리 민요 수집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젊은 시절 코다이와 함께 헝가리의 농촌을 돌며 민요를 채록했고 그렇게 해서 모은 헝가리 민요의 바탕 위에 각각 독자적인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1943년 작곡된 이 곡은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색채감이 강하고 위트 있는 곡으로 그가 미국에서 망명시절을 보냈을 때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조국 헝가리를 사랑했지만 나치에 의해 1940년 미국으로 망명을 가게 되지요. 하지만 백혈병과 향수병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동료 음악가들이 당대의 유명한 지휘자인 세르게이 쿠세비츠에게 의뢰하여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것이지요. 





1944년 12월 보스턴 교향악단에 의해 성공적으로 연주된 이 작품은 갖가지 악기를 독주적 또는 협주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신비적인 도입부와 함께 마지막 곡의 고조되는 부분까지 이 작품은 ‘도입부’ ‘한 쌍의 놀이’ ‘비가’ ‘중단된 간주곡’, 그리고 ‘종곡’의 5개 악장으로 교향곡과 같이 치밀하게 구성된 곡이지요. 특히 5악장은 이 작품에서 단연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헝가리만의 색채와 긴박감 넘치는 필치, 날렵한 속도감과 강렬함이 작품 안에 도도히 흐르고 있으니까요. 4악장 역시 3악장의 비가의 강렬함과 긴박함이 넘치는 가운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힘든 고난을 뚫고 삶에 대해 희망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웅장한 비장미가 가슴을 뛰게 합니다. 


바르토크 협주곡을 끝으로 2시간 여의 음악회는 언제나 그렇듯 관객들의 환호로 마무리 됐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부터 헝가리 두 작곡가의 협주곡, 그리고 비틀즈의 음악에 클래식을 입힌 크로스 오버 음악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 구성이 더욱 흡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11시 콘서트는 또 어떤 음악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벌써부터 궁금해 지는군요. 


3월 11시 콘서트 프로그램


▶ 요제프 슈트라우스 / 근심없이 폴카 

▶ 요한 슈트라우스 Ⅱ / 천둥과 번개 폴카  

▶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 피아졸라 / 망각(호른 버전)  

▶ 푸치니 / <라 보엠> 중 뮤제타의 왈츠(호른 버전)

▶ 차이콥스키 / 이탈리아 기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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