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년, 서울의 모든 학생들이 한 달에 서너 번 가량 채식 급식을 먹게 된다는 소식 들어 보셨나요? 이는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인 육식 섭취를 줄이고, 육식 위주의 학교 급식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시행되었는데요. ‘그린바’를 설치해 매일 채식 식단을 따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채식 선택제’ 시범학교도 24년까지 40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부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채식이 이제는 ‘급식’이라는 전통적인 식문화의 범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채식 인구는 15만 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 올해는 약 17배 증가한 25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동물권, 환경보호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 행위인 ‘미닝아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습니다.
채식의 종류
이러한 채식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채식주의자라고 모두 초록빛 음식만 먹는 것은 아닙니다. 채식은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 꿀, 채소를 먹는 유무에 따라 7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채식주의자’와 ‘준(準) 채식주의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범주에 어떤 유형이 속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준 채식주의자는 일반 채식주의인 오보, 락토 오보처럼 달걀이나 유제품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금류와 생선류 등 허용 범위가 넓어 일반 채식주의자에 비해 접근이 쉽습니다. 그 중 가장 낮은 단계인 ‘플렉시테리언(flexible+vegetarian)’은 육식을 완전히 배제하는 엄격한 수준의 채식이 아닌 간헐적으로 채식을 실천하는 유연한 채식주의자로, 최근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채식의 목적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 동물 복지, 건강관리 크게 3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선 첫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채식을 하는 경우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육류와 유제품을 줄이는 것만으로 개인은 최대 73%의 탄소발자국을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임으로써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업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공장식 축산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며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지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개인 차원에서 탄소배출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것이죠!
둘째,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감을 지니고 동물 복지를 위해 채식을 하는 경우입니다. 공장식 가축 사육 시스템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인식이 바뀌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며 비윤리적인 사육, 도축 시스템에 거부감을 느끼고 채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셋째,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채식이 육식보다 더 건강한지를 두고는 여전히 많은 논쟁이 있지만, 고기나 가공육의 과다 소비가 비만,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물의학계에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인수공통전염병이 밀집된 공간 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가축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으며, 가축의 성장촉진과 질병을 제어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성장인자 및 항생제는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육류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빠르게 증가하는 비건 식품과 비건 라이프
채식 인구가 늘어나며 식품업계에서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비건 인증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식물성 대체육 전문 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독점적으로 대체육 제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와인을 개발하거나 비건 인증을 획득하는 등 주류업계도 비건 영역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비건 소스 ∙ 음료 ∙ 간편식 등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집중하며 다양한 비건 식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도 채식을 하고 있는데요. 영국 원체스터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육식 위주의 식단을 한 반려견보다 채식을 하는 반려견이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전히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태이지만 다양한 객관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맞춘 채식이 반려견 식단으로 가장 건강하고 덜 위험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미국,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는 채식을 하는 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이나 식료품 구매 시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심장질환이나 당뇨, 각종 암 등 사망 위험성이 높은 질병에 대해 채식주의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발생률과 위험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양한 산업에서 채식주의 관련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도 비건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여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죠.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는데, 특히 MZ세대는 친환경·윤리 소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세대”라며 “예전에 비건이 독특하거나 극단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분류됐다면, 지금은 ‘개념소비, 윤리소비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표방하는 일종의 브랜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비건 트렌드가 먹거리는 물론 소비자 산업 전반으로 퍼지면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가치를 드러내는 브랜드가 선택받는 현상이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비건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 어쩌면 이전보다 훨씬 채식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은 단지 유행에 탑승하여 채식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 내 몸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채식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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